똑똑한데… 왜 사회적 의사소통이 안 될까?[김지용의 마음처방]

1 month ago 6

김지용 연세웰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김지용 연세웰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이런 댓글들이 종종 달린다. ‘책으로만 사람을 배운 것들이 뭘 알아’

‘멀쩡한 사람들에게 진단을 붙여 약을 팔려는 것들’. 솔직히 말하자면 책을 더 봐야 하는데 아쉽게도 그 시간이 그리 길지 못하다. 그 대신 대부분의 시간 사람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듣는다. 반평생 알아온 친구들과도 나누지 않는 깊은 이야기들을. 그를 통해 많은 것들을 배우게 된다. 글로 얻었던 지식이 진정으로 이해되기 시작한다.

우리가 살면서 아무리 다양한 자동차를 운전하고 때로는 자가 수리하더라도 그 분야 전문가인 정비기사의 능력은 또 다른 영역일 테다. 남들에게는 평생 한 번 찾아올까 싶은 고장이 그들에게는 일상일 테니. 정신과 의사들이 사람을 보는 시각도 이와 같다. 경험이 쌓일수록 참으로 다양한 사람을 보게 된다. 누가 봐도 한눈에 보이는 질병이나 장애를 갖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그와 반대로 멀쩡해 보이지만 내면의 괴로움으로 고통받는 사람들도 다수 존재한다. 그렇게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에 있는 대표적 경우가 경계선 지능과 아스퍼거 증후군이다.

경계선 지능인은 지능지수(IQ)가 71∼84로, 지적장애는 아니지만 평범한 이들에 비해서는 낮은 지능으로 삶이 힘들 수 있다. 경계선 지능에 대해 사회적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은 참 다행이다. 그런데 경계선 지능과 아스퍼거 증후군을 헷갈려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 원인은 명백히 다르지만 둘 다 사회적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보이기 때문이다. 아스퍼거 증후군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일종이다. 자폐의 경우 3분의 2 이상에서 지적장애가 동반되는데, 평균 이상의 지능에 언어 발달에도 문제가 없는 경우가 아스퍼거에 해당된다.

경계선 지능은 인지능력의 제한으로 인해 어렵고 복잡한 상황, 한 번에 여러 가지를 요구받는 상황에서 언어 이해가 문제가 될 수 있다. 반면 아스퍼거 증후군은 지능에는 문제가 없지만, 몸짓이나 말투 등 비언어적 요소가 자연스럽지 않다. 문어체나 로봇 같은 독특한 말투를 보이는 경우가 많고, 농담을 잘 이해하지 못해 대인관계에 지장을 겪는다. 또한 자폐의 특성상 관심사가 특정 영역에 집착 수준으로 편중돼 있어 자신의 관심사만을 계속 말한다든지, 관심사를 벗어난 주제에는 집중하지 않아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길 때가 있다.

정신과 의사들은 왜 이렇게 사람을 세분화하고 분류하는 것일까? 낙인을 찍기 위해서도, 약을 팔기 위해서도 아니다. 오늘 언급한 두 장애 모두 아직은 치료약 자체가 없다. 진단의 목적은 어려움을 겪는 사람을 더 잘 이해하고 맞춤 도움을 주기 위해서이다. 아스퍼거와 경계선 지능 모두 겉으로 별 이상이 없어 보이기에 ‘대체 넌 이게 왜 안 돼?’ ‘노력과 의지가 부족하다’ 등의 비난을 많이 들으며 위축되고 자책하기 쉽다. 이 스트레스가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로 이어지는 경우도 매우 흔하다.

안타깝지만 태생적으로 잘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그 한계점을 어느 정도 인정하는 대신 그 약점을 어떻게 메울지, 약점이 드러나지 않을 환경은 어디일지, 어떤 강점을 지니고 있는지 찾아보는 맞춤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김지용 연세웰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은 2017년 팟캐스트를 시작으로 2019년 1월부터 유튜브 채널 ‘정신과의사 뇌부자들’을 개설해 정신건강 정보를 소개하고 있다. 2월 기준 채널의 구독자 수는 약 24.8만 명이다. 에세이 ‘빈틈의 위로’의 저자이기도 하다.

김 원장의 ‘똑똑한데…왜 사회에선 실패할까?’ (https://www.youtube.com/watch?v=iZhtfuxaj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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