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하듯 뇌 질환을 치료하는 디지털치료제(DTx)가 의료계에서 확산하고 있다. 단순히 환자 증상을 개선시키는 것을 넘어서 신경생리학적 생체지표를 활성화시킨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어서다.
◇DTx, 뇌 활성화에 도움
11일 업계에 따르면 뉴다이브는 다음달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자폐스펙트럼 장애 치료를 위한 DTx ‘버디인’ 품목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아직까지 세계적으로 자폐 치료로 허가받은 DTx는 없고, 약물도 연관 증상을 완화시키는 수준에 그친다. 버디인은 소프트웨어 안에 있는 가상 친구와 대화하고 각종 상황에 대처하며 사회성을 기르는 DTx다.
디지털치료제(DTx)란 매번 의사의 지도 하에 치료를 받지 않더라도, 모바일 앱 등의 소프트웨어로 대체할 수 있게 한 치료제다. 스마트폰 앱, 가상현실(VR), 게임형 인터페이스 등 다양한 방식이 있다. 의사가 매번 치료를 지도하기 위해서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기 위해 등장한 개념이다. 임상시험을 거치고 식약처의 의료기기 인허가를 받아야 출시할 수 있다. 일반 헬스케어앱과는 다르게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만 사용이 가능하다.
한국뇌연구원은 지난달 31일 국제학술지 ‘메디시널 리서치 리뷰(medicinal research review)’에 DTx가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 등 퇴행성 뇌질환 환자에게 효과를 낸다고 리뷰논문을 등재했다. 미국의 디지털헬스업체 ‘블루고지’가 만든 가상현실(VR) 자전거 비디오게임을 기반으로 한 DTx는 알츠하이머의 중증도 진행을 막고, 인지기능을 향상시킨다는 효과를 인정받았다. 일부 연구에서는 사용 이후에도 장기간 효과가 지속된다는 결과를 도출하기도 했다.
파킨슨병 환자 역시 가상현실(VR)을 바탕으로 균형 훈련을 진행하거나, 앱으로 반복적으로 시계 그리기 검사 등을 진행하는 DTx에 대한 연구가 진행됐다. 이를 사용했을 때 환자들의 운동 기능이 개선되고, 일상생활 능력이 회복된다는 연구 결과 등도 이어졌다. 특히 연구팀은 뇌파검사와 같은 신경생리학적 검사를 통해서 DTx가 인지나 운동을 담당하는 뇌 영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새로운 신경 연결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도 제시했다.
◇해외서 폭발적 성장…韓 상용화 7개
글로벌 DTx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는 전세계 DTx 시장이 2024년 10조 9900억원 규모에서 2030년 79조1400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DTx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인지행동치료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부작용이 없다. 이에 약물치료와 병행도 가능하다. 또한, 초기에는 치료가능한 질환이 수면장애나 알코올의존증 등에 한정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중증질환에도 DTx의 적용이 가능해지면서 시장의 범위도 넓어졌다. 지난 6월에는 당뇨나 만성질환 환자 관리용 DTx를 만드는 미국 기업 오마다헬스가 나스닥시장에 상장하기도 했다.
한국서도 에임메드의 솜즈를 시작으로 7개의 DTx가 시판 허가를 받았다. 경도인지장애 DTx를 만든 노유헌 이모코그 대표는 “병원과의 처방 일정을 논의 중이며, 9월 1일부터 본격적인 처방이 시작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알츠하이머 진료를 보는 상급종합병원 뿐 아니라 의원급 1차 병원에도 공급해 환자의 접근성을 넓힐 전망이다. 지난 7일에는 드래곤플라이가 개발한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DTx ‘가디언즈DTx’가 식약처로부터 혁신의료기기로 지정됐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