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의 창] 모스크바영화제 수상 안혜림 감독 "다문화인에 열린 사회 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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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족 동포 감독, '정동'으로 최우수 단편영화상

"변화된 조선족 이미지 보여주고 싶었어요"

이미지 확대 제48회 모스크바국제영화제 최우수 단편영화상 받은 안혜림 감독

제48회 모스크바국제영화제 최우수 단편영화상 받은 안혜림 감독

(서울=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14일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안혜림 감독. 2026. 5. 14. phyeonsoo@yna.co.kr

(서울=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조선족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을 깨고, 우리 사회가 다문화 이웃을 좀 더 포근하게 감싸 안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지난 4월 16~23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48회 모스크바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단편영화상을 받은 조선족 동포 안혜림 감독(35)은 14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수상 소감을 이같이 말했다.

수상작인 '정동'(情動)은 제16회 베이징국제영화제와 제14회 디아스포라영화제 단편 부문 선정에 이어 이번 영화제 수상까지 3연속 쾌거를 이뤘다.

안 감독은 시상식 수상 소감에서 "영화제와 심사위원님께 감사드린다"며 "올해 환갑을 맞이한 어머니께 이 트로피를 최고의 선물로 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영화는 러시아에서 먼저 공개됐으며, 한국에서는 인천영상위원회 주최로 오는 24일과 25일 인천 애관극장에서 열리는 제14회 디아스포라영화제를 통해 처음 선보인다.

이미지 확대 제48회 모스크바국제영화제 시상식서 안혜림 감독

제48회 모스크바국제영화제 시상식서 안혜림 감독

제48회 모스크바국제영화제 시상식서 안혜림(맨 오른쪽) 감독. 시상식에는 영화에 직접 출연한 어머니 박여광(오른쪽서 두 번째) 씨가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함께했다. 안 감독은 "어머니가 레드카펫을 언제 또 밟아보겠냐?"며 흔쾌히 동행했다고 전했다. [안혜림 감독 제공]

'정동'은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한국에서 일하는 어머니 곁으로 온 조선족 청년 박림의 이야기를 담은 21분짜리 영화다.

박림은 한 회사에 인턴으로 들어가지만, 그곳에서 '조선족은 책임감이 없다'는 말을 듣게 되자 그 꼬리표를 떼기 위해 노력하던 중 중국에서 정직원 채용 제안을 받는다.

한국에 남아 인턴 일을 계속하고 싶은 박림과 좋은 기회를 잡으라는 어머니 사이에는 갈등이 빚어진다.

이후 박림은 회사 출장에서 배제되고, 회사를 그만두게 되자 허탈감을 겪고, 지하철역에서 어머니를 만나 "나랑 같이 중국에 갈래?"라고 묻는다. 어머니는 "나중에"라고 답하고, 두 사람은 대림로를 함께 걸으며 영화는 마무리된다.

"제가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직접 겪었던 일에 드라마틱한 요소를 더했고, 가정 이야기는 주변 친구들과 지인들의 이야기를 종합해 만들었어요."

영화의 제목인 '정동'은 감정의 역동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안 감독은 "마음이 움직이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한국에 온 주인공이 어머니에게 점차 마음을 여는 심리적 여정을 강조했다. 특히 실제 조선족 배우들과 안 감독의 친어머니가 출연해 극의 사실감을 높였다.

이미지 확대 안혜림 감독의 단편영화 '정동'(情動)의 한 장면

안혜림 감독의 단편영화 '정동'(情動)의 한 장면

[안혜림 감독 제공]

안 감독은 "어머니는 카메라 앞에서 자연스러운 편인데, 막상 현장에서 대사를 잊어버려 애를 먹었다"며 웃었다. "배우들의 감정을 끌어내는 것 역시 현장에서 가장 힘든 부분이었다"고 털어놨다.

안 감독이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부정적으로 비치는 조선족 이미지를 변화시키고 싶다는 것.

"교육을 많이 받은 젊은 조선족 세대는 사실 한국에 잘 오지 않아요. 오더라도 부모님 때문에 왔다가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죠. 변화하는 젊은 세대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해외에서 이주해 온 동포들이 한국에 오면 외국인 취급을 받는 점도 작품에 녹여냈다. 그는 "다문화 가족이 많아진 지금, 한국이 조금 더 이주민에게 열린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안 감독은 모스크바영화제 심사위원장이 "조선족으로서 이 이야기를 꺼내는 데 큰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라며 "재능 있게 잘 풀어냈고, 어머니 연기가 특히 눈에 들어왔다. 사실감 있게 완성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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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한민족방송에 출연한 안혜림 감독

오는 30일 방송되는 KBS 한민족방송 '토요 초대석'에 출연한 안혜림 감독 [KBS 한민족방송 제공]

안 감독은 1991년 중국 대련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예능 분야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중학교 때 연기를 배웠다. 고등학교 졸업 무렵 예능 시험에서 연출 분야에 합격해 대학에서 연극 연출을 전공했으며, 한국에 교환학생으로 온 것을 계기로 영화를 처음 접하게 됐다.

이후 꾸준히 단편 작업을 이어온 안 감독의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 졸업 작품인 '정동'은 그의 세 번째 영화다. 첫 작품 '담'(墻)은 한 청년이 식당 아르바이트를 통해 좌절을 극복하는 이야기이고, 두 번째 작품 'Be the Light(빛이 되어줘)'는 성희롱 예방 교육에서 얻은 아이디어로 만든 단편이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묻자 안 감독은 "장편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선족 디아스포라의 정체성과 고향에 대한 감정을 소재로 삼을 계획이다.

phyeonsoo@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5월15일 09시52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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