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허정]불확실성까지 더한 트럼프 2기 관세정책… ‘비상 상태’ 맞다

1 month ago 7

무역적자 상위국-보다 많은 품목에 부과
기존 FTA 흔들며 美 일방조치 관철 노려
‘韓수출 65조 증발’ 예상치 현실화할 우려

허정 객원논설위원·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허정 객원논설위원·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정책에 전 세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미국의 정책 결정이 대통령 1인에게 집중된다는 점을 비판하는 의견도 있지만, 미국 관세 부과로 인해 예상되는 한국의 경제적 손실이 너무 크기 때문에 지금 단계에서는 미국 제도에 대한 비판보다는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좀 더 시급하다.

미국의 관세가 한국의 수출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 최근 가장 많이 인용되는 연구보고서로 대외경제정책연구원과 산업연구원의 보고서가 있다. 특히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최악의 경우 총수출이 448억 달러(약 65조 원) 감소한다고 예측하고 있다. 수출의 낙수 효과가 큰 한국 경제에서 만약 실제로 65조 원의 수출 감소가 발생하면 국내 기업들의 투자 감소, 고용 감소, 소득 감소, 소비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며, 이에 따라 우리 국민들이 체감하는 내수 침체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비록 가상적인 상황을 전제로 한 분석 결과이지만, 실제로 그런 일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도 어려운 것 같다. 우선 그 가능성을 살펴보기 위해 트럼프 1기(2016∼2019년) 행정부와 현재 2기 행정부의 관세정책의 차이에 대해서 비교해 보자.

첫째,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는 취임 후 2년이 지난 2018년 태양광, 세탁기, 철강, 알루미늄 등 4개 품목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했다. 둘째, 2018∼2019년에 걸쳐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네 차례에 걸쳐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셋째, 세계무역기구(WTO) 상소기구 위원 임명을 하지 않았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현 CPTPP) 탈퇴 및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통한 보호무역 체제를 강화했다.

이번 트럼트 2기 행정부의 관세정책은 위 세 가지 모두를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첫째, 1기 때의 특정 4개 품목에 국한되지 않고 그보다 많은 수입 품목에 대해서도 관세를 부과하려는, 이른바 보편관세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이는 더 많은 품목과 국가를 대상으로 관세를 확대 적용하는 정책으로, 향후 자동차나 반도체 등 한국의 대미(對美) 무역흑자 품목에 고율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둘째, 1기에는 미국 내 일자리 감소의 원인으로 중국산 저가 제품의 수입을 지목하면서 대중(對中) 고율 관세를 부과했으나, 지금은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는 물론 캐나다와 멕시코, 유럽연합(EU) 등으로 고율 관세 대상 국가를 확대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미국의 무역적자 상위국들로, 그 다음 타깃이 한국, 일본, 베트남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한국은 불법 이민자 문제와 방위비 분담 문제까지 얽혀 있어 주목받을 수 있다.

셋째, 1기에는 미국이 FTA를 체결한 국가들과 재협상을 진행하는 방식을 썼다면, 2기에는 기존 FTA 체제의 틀을 흔들며 미국의 일방적 조치가 강화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그간 USMCA의 국가인 캐나다와 멕시코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 위해 ‘국제경제비상권한법(IEEPA)’을 적용한 것이다. 이 법을 한국에도 적용한다면 기존 한미 FTA 내에서 한국의 협상력이 약화되며 사실 FTA가 무력화될 수도 있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러한 특징과 더불어 2기 관세정책의 새로운 모습이 나타나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정책의 불확실성’이다. 정책의 불확실성이란, 어떤 정책의 변화 방향이나 시행 시점이 명확하지 않아 발생하는 시장의 충격 반응을 말한다. 즉, 정책이 불확실할 경우 기업은 글로벌 판매 및 구매 계획을 세우기 어려워지고 혁신, 투자, 고용 계획에 차질을 빚게 해 결국 기업 성과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최근 트럼프 2기 관세정책이 이러한 시장 불확실성을 높이는 양상이 관찰된다. 첫째, 보편관세율이 2.5∼20%로 그 변화 폭이 매우 커 예측이 어렵다. 둘째, 캐나다와 멕시코에 부과하겠다는 관세를 돌연 30일간 유예한다고 발표해 시장에 충격을 줬다. 갑작스러운 금리 변동에 시장이 즉각 반응하는 것처럼, 관세에 시장이 단기적으로 반응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정책은 1기에 비해 한층 강력해졌을 뿐만 아니라 불확실성까지 더해지고 있다. 앞서 언급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448억 달러의 수출 감소라는 예상치가 단순한 예상 수치로만 남지 않을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최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가용 수단을 총동원해 대응하고 범부처 비상 수출대책을 마련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2025년 한국의 수출 환경이 유례 없는 도전에 직면한 ‘비상 상태’라는 진단은 정확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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