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전재성]경제-안보 ‘패키지 딜’, 더는 통하지 않는다

1 day ago 3

美, 中 견제-본토 방어 위해 한미동맹 재편
‘비용절감형 패권’으로 동맹국에 복합 압박
경제 양보해 안보 이득 얻는 전략 시한 끝나
북핵 억제 최우선 놓고 독자전략 수립할 때

전재성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전재성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관세 협상의 폭풍 속에 한국의 안보와 한미동맹의 미래도 격랑을 맞고 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무역, 통상, 안보, 동맹 전반에 걸친 총론적인 협의가 필요하다”며 한미 관계 전반이 재조정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미국으로부터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과 국방비 대폭 인상 요구가 지속되고 있지만, 진정한 태풍은 동맹의 변환이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자율성에서 출발해 한미동맹의 근거를 새로 규정하는 거대한 변화가 올 것이다. 미국 국방부는 한두 달 내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새 국방전략(NDS)과 해외 주둔 미군 재배치 검토(GPR) 문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예측할 수 있는 핵심 내용은 미 본토 안보와 중국에 대한 군사적 견제 강화, 첨단 기술의 적극적인 활용, 지상·해상·공중·우주·사이버 등 모든 영역을 통합하는 합동 전 영역 작전 등이다. 핵무기와 사이버 및 우주 신무기의 발전으로 미 본토는 더 이상 대양으로 격리된 안전지대가 아니며, 국경과 인프라 역시 취약하다는 인식이 강화됐다.

미국 내 가장 강력한 글로벌 경쟁자가 중국이라는 시각은 공고하다. 중국은 미 본토와 인도태평양 지역을 넘어 전 지구적으로 군사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인태사령부는 물론 서반구를 책임지는 남부사령부와 아프리카사령부까지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처해야 한다는 위협감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해외 주둔군과 군사 자원을 재배치하는 전략이 구체화될 것이다. 인태 지역 미군의 전진 배치와 집중적인 자원 투자는 필수적이다.

내년 미 국방예산은 전체 예산의 축소에도 불구하고 13.4% 증액된 1조100억 달러(약 1392조 원)로 책정됐다. 유럽 방위에는 추가 자금을 배정하지 않았다. 전략의 중심축이 인도태평양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은 핵과 인공지능(AI), 사이버와 우주를 통합하는 군사력을 구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골든돔’ 미사일 방어체계 추진과 우주군 증강은 우주가 새로운 전장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 대전략은 한마디로 ‘비용 절감형 패권 강화 전략’이다. 글로벌 리더십을 강화하되 패권 유지 비용을 줄여 국내 경제를 활성화하는 전략이다. 국방부와 전략공동체는 군사적 리더십과 도전국에 대한 억제 및 견제를 강조한다. 관세 전략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경제와 안보의 두 목표를 조율해 왔지만 지금은 다르다. 미국은 과거 동맹국에 군사적 지원을 제공하면서 경제적 양보를 요구했다. 이제는 과거의 도움에 대한 대가로 현재와 미래의 공헌을 요구하는 구조다.

이러한 변화는 한미 관계에도 반영되고 있다. 한국이 경제에서 양보하고 안보에서 이득을 얻거나, 동맹 강화를 통해 관세 협상에서 양보를 얻어내는 ‘패키지 전략’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미국은 관세와 동맹이라는 두 전선에서 대통령과 안보 부처가 역할을 분담하며 전방위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

조만간 발표될 미 국방 문서들은 적지 않은 당혹감을 불러올 수 있다. 주한미군의 규모나 임무 변화가 포함된다면 국내에 다양한 해석과 논쟁이 촉발되고, 불만도 고조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돌발적인 조치가 아니라 상당 기간에 걸쳐 진행된 미국의 글로벌 군사 전략 재편의 연장선으로 봐야 한다. 한반도 문제가 중심이 아니라 전 지구적 안보 구도 속에서 미국의 전략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현실을 먼저 직시해야 한다. 우리의 대응은 차분하고 선제적이며 미래 지향적인 안보 구상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 첫째, 주한미군의 규모나 역할 변화가 어떤 전략적 고려에 기반해 이뤄지는 것인지에 대해 치밀하고 심도 깊은 전략대화를 추진해야 한다. 한미동맹은 공통된 위협 인식과 임무 분담에 바탕을 둔다. 지역 및 전 지구 안보 질서에 대해 독자적인 관점을 갖고 미국과의 전략 협력의 새로운 틀을 능동적으로 구상해야 한다.

둘째, 동맹 전략은 국민의 인식에 기반해야 한다. 최근 동아시아연구원(EAI)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만 사태가 한국의 국익에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지만 전면적 개입보다는 인도적 지원이나 전략물자 지원을 통해 미국과 협력하자는 공감대가 뚜렷하다. 미 국방전략에 일부 동의할 수 있지만, 한국의 대응은 우리의 안보 환경과 여론을 고려해 자율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셋째, 주한미군의 변화나 한미동맹의 조정이 대북 억제력을 약화시켜서는 안 된다. 향후 북-중 관계와 북-중-러 간 전략 협력의 양상을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이런 불확실성 속에서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에 대한 억지력 유지가 최우선 과제이며, 이는 한미동맹의 가장 핵심적인 임무로 남아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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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성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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