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조 달러 넘어선 美 국가부채 부담 급증
이란전 장기화로 전쟁 비용도 계속 늘어
빈 곳간 채우려 동맹에 관세, 안보 분담 요구
한국 향해 밀려올 더 큰 파고 대응 준비해야
숨이 턱 막히는 부채 자체도 엄청나지만 미국이 매달 감당해야 하는 이자 비용만 한 해 1조 달러가 넘는다. 의회와 언론의 경고음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최근엔 이란과의 전쟁 비용까지 얹혔다. 피트 헤그세스 전쟁부 장관은 “나쁜 놈들을 죽이려면 돈이 든다”면서 2000억 달러(약 300조 원)를 백악관에 추가로 신청했다. 미국 한 해 국방 예산의 4분의 1에 가까운 예산을 더 달라는 거다.
전쟁도 결국은 돈 문제다. 단기간에 끝낼 수 있을 것이란 오판에서 시작된 전쟁은 명확한 목표도 전략도 없이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승리를 선언한 뒤 손 털고 나와버린다고 해서 모든 상황이 단번에 종료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건 무리다. 지난 한 달간 벌써 13번이나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고 호언했지만 여전히 출구를 찾지 못한 그다. 이란 내 강경파는 복수를 벼르고 있고, 결집하기 시작한 중동 지역의 반미 세력들이 산발적 테러에 나설 가능성도 높다. 이란이 사실상 무기화해 버린 호르무즈 해협은 여전히 위태롭다.
미국이 향후 2, 3주 내에 종전을 선언하더라도 벌여 놓은 상황 뒷수습엔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추가로 들어갈 것이다. 의회조사국(CRS) 분석에 따르면 미국이 이라크전에 투입한 예산은 총성이 잦아든 이후에도 계속 증가하는 패턴을 보였다. 비어버린 무기고 확충부터 부상한 군인들의 재활 및 복지 지원까지 투입해야 할 돈이 눈덩이처럼 계속 불어난 탓이다.트럼프 대통령은 “(전쟁) 우위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작은 대가”라고 큰소리쳤지만, 백악관은 물론 예산 처리에 나서야 할 공화당 의원들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트럼프 행정부가 부채를 줄이겠다며 정부효율부(DOGE)를 만들고, 연방 부처 직원들을 수천 명 해고하면서 ‘비효율 절감’의 상징으로 전기톱을 휘둘러댄 게 불과 1년 전이다. “미국은 호구가 아니다”라며 전 세계 주요국들에 상호관세를 최대 50%까지 물렸던 배경이었다. 덜컥 시작한 대이란 전쟁은 순식간에 이런 시도를 무위로 만들어버렸다.
우선순위에서 밀린 의료비와 교육비, 주거비 지원 제한으로 미국인들의 불만은 커질 수밖에 없다. 치솟은 휘발유값과 식료품값을 지불하면서 점점 ‘더 가난해진다’고 느끼는 이들도 늘어날 것이다. 국가 부채 시계에 따르면 미국인 1명당 짊어져야 할 나랏빚은 1억7000여만 원. 지난 주말 역대 최대 규모인 800만 명의 미국인들이 길거리로 뛰쳐나와 트럼프 비판 시위에 동참하게 만든 이유 중 하나다. 가뜩이나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민심이 등을 돌릴지 모른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초조함이 가중되는 시점이다.
재정적 압박은 빈 곳간을 다른 방식으로 채워 넣으려는 시도로 이어질 것이다. 주요 무역국들을 상대로 다시 관세 압박을 높이는 건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다. 조사가 진행 중인 무역법 301조 결과가 나오는 대로 미국의 관세 정책은 더 공격적으로 변할 것이다. 우리로선 치솟은 환율과 유가에 더해 미국의 내부 상황이 밖으로 가중시키는 경제적 부담까지 겹으로 떠안게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무기 소진으로 군사적 여력이 줄어든 미국이 ‘북한 위협은 한국이 알아서 대응하라’는 식으로 발 빼는 기조도 더 강해질 것이다. 이란전의 장기화가 일부 방산업체에는 호재가 될 수 있겠으나 국가적으로는 기회보다는 위협 혹은 부담 요소가 크다. 트럼프는 협조를 거부했거나 미적거렸던 유럽 국가들을 향해 “나토(NATO) 동맹 탈퇴를 강력히 검토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한국도 콕 찍어서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불만을 드러냈다.천문학적 부채와 장기화 단계로 넘어간 전쟁의 비용이 말해 주는 건 미국이 더 이상 무한한 재정 여력을 가진 패권국이 아니라는 현실이다. 내부에서 직면한 한계는 대외 정책의 방향을 바꾸고, 그 선택은 다시 동맹국의 안보와 시장에 충격으로 돌아올 것이다. ‘겨울이 온다(winter is coming)’던 트럼프 1기보다 더 혹독하고 험한 것이 밀려오고 있다.
이정은 부국장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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