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에 갇힌 디지털 유언장’ 보도… 오로지 자필유언 문제점 잘 지적
李 대통령 취임 1년 기자회견 발언… 전문가 사실검토, 해석 담았더라면
소수 악성 민원의 부정적 영향… 실제 사례 통해 심각성 보여줘
이선애 위원장=5월 4일자부터 네 차례에 걸쳐 보도한 ‘임종 난민 갈 길 먼 존엄한 죽음’ 기획 기사는 현행 연명의료 결정 제도 아래에서 대다수 환자가 연명의료 중단 후 호스피스 서비스를 받지 못한 채 요양병원과 자택, 응급실을 오가다 사망하게 되는 현실을 잘 짚었습니다. 호스피스 전문기관과 서비스가 턱없이 부족한 실상을 100만 명당 병상이 37개뿐이라는 구체적인 숫자로 제시해 부족에 대한 체감도를 높였습니다(유럽완화의료협회 기준 100만 명당 최소 50개). 부족한 호스피스 서비스조차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지방의 임종기 환자는 ‘원정 임종’을 떠나야 하는 안타까운 실태까지 다뤘습니다. 호스피스 전문기관 지원 예산이 3년째 동결되는 등 임종 난민을 위한 정부의 대책이 매우 부족함을 지적하면서 생애 말기 돌봄에 대한 정부 지원 강화를 요청하고 있는 부분은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최은봉 위원=‘임종 난민 갈 길 먼 존엄한 죽음’ 기획 기사는 예전에 응급실을 포함한 병원 표류 문제를 깊이 있게 다뤘던 동아일보가 의료 복지 시스템에 대한 관심을 다시 한번 잘 보여주면서 대안까지 제시해 눈길을 끄는 보도였습니다.
이준웅 위원=5월 22일자 A6면 〈행안장관 “정부 행사 상품서 스타벅스 제외”〉 기사는 정부의 발표를 논평 없이 받아 쓴 느낌이 들었습니다.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에 ‘탱크데이’ 마케팅을 진행해 논란을 일으킨 스타벅스코리아를 두고 행정안전부 장관이 정부 차원의 상품 불매 운동을 선언한 것인데, 장관의 발언만 전하고 논평이 없습니다. 정부 부처도 어떤 사안에 대해 발언하거나 의견을 낼 수는 있지만 특정 기업에 대한 불매 운동까지 나서 주도하는 것이 온당한지는 또 다른 문제인데 이런 부분에 대한 아무 논평 없이 장관의 발언만 전달하고 만 것은 아쉽습니다.
이 위원장=4월 27일자와 5월 11일자에 보도한 ‘68년 된 민법에 갇힌 디지털 유언장’ 관련 기사는 정보기술(IT) 강국 한국에서 유언의 모든 내용을 유언자가 직접 손으로 써야 효력을 인정하는, 70년 가까이 묵은 법의 형식 요건이 고인의 뜻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는 실태를 구체적으로 잘 보여줬습니다. 미국의 10여 개 주에서는 주요 부문만 자필로 작성하고 날짜, 서문 등 비핵심적인 부문은 개인용 컴퓨터(PC)로 작성해도 유언장의 효력을 인정한다는 것, 일본은 자필이 아닌 PC나 스마트폰 전용 애플리케이션으로 작성해도 유효한 유언장으로 인정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 중이라는 점 등 해외 사례를 소개한 것도 독자들에게 유용한 정보였습니다. PC나 스마트폰으로 작성한 디지털 유언장의 효력을 인정하는 것에 찬성하는 상속법 전문가들의 의견을 덧붙인 것도 좋았습니다.권석준 위원=5월 15일자부터 3회에 걸쳐 보도한 ‘위기의 자율주행, 흘러가는 골든타임’ 기획 시리즈는 기사의 전반적인 프레임이 ‘규제가 산업을 막는다’는 것으로 읽혔습니다. 자율주행 규제는 혁신을 늦추는 원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안전, 책임, 개인정보 보호, 도시 수용성 문제를 다루는 장치이기도 하므로 산업의 발전을 최우선으로 놓고 논의할 사안은 아닙니다. 사고 발생 시 책임 주체, 알고리즘 검증, 운행 데이터 공유, 보행자와 택시 업계의 우려 같은 사회적 쟁점을 좀 더 균형 있게 반영했어야 합니다. 또 한국의 약점을 지적하는 데서 나아가, 현실적으로 한국이 어떤 세부 시장에서 승산이 있는지 더 선명하게 구분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미국이나 중국과 정면 승부가 어려운 범용 로보택시 외에 한국이 강점을 가질 수 있는 특화형 자율주행 시장에 대한 보도도 필요해 보입니다. 3회 시리즈에서 자율주행을 단순한 미래차 기술이 아니라 데이터와 도시 실증, 스타트업 생존전략 등이 얽힌 산업 패권 문제로 다룬 것은 좋았습니다.
최 위원=5월 29일자 A5면에 쓴 〈전국 3571곳 어디서든 사전투표…용지 7장 꼭 확인하세요〉 기사는 6·3 지방선거 유권자들이 볼 때 아주 친절한 안내 기사였습니다.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까지 치르는 지역은 투표용지가 8장이나 될 만큼 복잡했다는 것인데 사전투표가 시작되는 날짜에 맞춰 그래픽으로 투표소 내 동선까지 보여줬습니다. 지방선거 본투표 당일인 6월 3일자에 쓴 〈투표용지 두 차례 나눠 받아…인증샷은 투표장 밖에서만 가능〉 기사도 좋았습니다. 투표할 때 주의해야 할 사항을 Q&A 형식으로 설명한 기사였는데 유권자들에게 도움이 많이 됐을 것입니다.
석병훈 위원=급등락을 반복하면서 변동성이 커진 국내 증시와 관련한 기사들을 보면 투자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이 나오는데 낙관론 위주입니다. 투자 업계는 투자자들을 계속 끌어모아야 해서 증시에 대해 낙관론 위주로 얘기할 수 있습니다. 낙관하지 않는 전문가들도 분명히 있을 텐데 양쪽 의견을 균형 있게 담을 필요가 있습니다. 이 위원=이재명 대통령 취임 1주년 기자회견과 관련한 기사를 6월 9일자에 보도했습니다. 이 대통령이 6·3 지방선거 결과와 검사의 보완수사권, 부동산 정책 등 여러 사안에 대해 많은 발언을 했는데 사안별로 잘 정리해 독자들에게 전달했습니다. 다만, 이 대통령의 발언만 전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들의 사실 검토나 해석까지 담았더라면 더 나았을 것입니다. 이 대통령의 취임 1주년 기자회견 날짜는 예고돼 있었고, 관련 발언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사안들이 있었으므로 전문가들을 미리 섭외해 준비했더라면 좋았을 것입니다.최 위원=5월 18일자부터 4회에 걸쳐 보도한 ‘1% 민원에 휘둘리는 사회’ 기획 시리즈는 소수의 악성 민원이 공동체 구성원들과 정상적인 제도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잘 보여줬습니다. 시리즈 첫 회에서 한 초등학교가 ‘1박 2일 수학여행’을 없애고 대신 ‘당일치기 현장 학습’으로 바꿀 수밖에 없었던 사정을 다뤘는데, 2년에 걸쳐 계속된 사례를 통해 민원의 내용이 얼마나 악성이었는지, 이 민원이 미친 악영향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잘 보여줬습니다. 손을 볼 필요가 있는 제도와 관련해서도 빠뜨리지 않고 잘 짚었습니다. 56년 전에 만들어진 민원사무처리 규정이 민원의 내용과 관계없이 ‘무조건 접수’를 원칙으로 하고 있어 반복되는 악성 민원을 차단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석 위원=6월 12일자 A3면 〈“성과급 남 얘기” 자산-소득 복합 양극화/하위 20% 2030 비중 5년 새 2배로 늘어〉 기사는 자산과 소득의 복합 양극화 현상을 소개한 것까지는 좋은데 원인을 진단한 부분에서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현재의 주택금융 정책 기조는 자산이 거의 없어도 소득이 높은 청년들에게는 상당히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자산이 적어도 소득이 높은 청년들은 대출 규제는 받고 정책 자금 대출 혜택은 받지 못합니다. 이런 점이 자산 격차가 커지게 하는 원인 중 하나인데 기사에는 이 부분에 대한 지적이 없습니다.
권 위원=5월 13일자 A1면과 A3면에 보도한 ‘삼성전자 노사의 성과급 협상’과 관련한 기사는 다소 ‘파업 리스크’와 ‘기업의 부담’ 중심으로 서술했다는 인상을 주는데 아쉬운 부분입니다. 영업이익에 기반한 성과급 지급 요구가 왜 등장했는지, 기존의 지급 방식에 대해 노동자들이 왜 불신을 갖게 됐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습니다. 성과급 갈등을 단순한 노사분규가 아니라 대기업 임금 체계와 주주 및 노동자 간 성과 배분 문제로 확장해 다룬 점은 좋았습니다. 노조가 요구한 ‘영업이익의 15%’와 회사 측의 ‘10% 제한’이라는 핵심 숫자를 부제목에 달아 독자가 쟁점을 바로 이해할 수 있게 한 부분도 좋았습니다.
〈독자위원회 참석자〉
● 위원장
이선애 전 헌법재판관
● 위원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고분자공학부 교수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최은봉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정원수 편집국 부국장
● 사회
이종석 편집국 심의연구팀장
정리=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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