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프로테니스(ATP)투어 단식 세계랭킹 1위 야닉 시너(24·이탈리아)가 특혜 논란에 휩싸였다. 도핑 양성 반응에 대한 징계 결정이 3개월 출전 정지에 그치면서다.
세계반도핑기구(WADA)는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의 심리를 받을 예정이었던 시너가 3개월의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아들였다고 16일 발표했다. 올해 호주오픈 등 4대 메이저 대회(호주오픈·프랑스오픈·윔블던·US오픈) 남자 단식에서 세 차례 우승하며 세계 테니스계 새 황제로 떠오른 시너는 지난해 3월 도핑 양성 반응이 나왔다.
시너의 도핑을 둘러싼 논란은 1년 가까이 이어졌다. 시너는 당시 물리치료사 지아코모 날디에게 전신 마사지를 받는 과정에서 금지 약물의 일종인 클레스테볼에 노출됐다고 주장하면서 고의성이 없음을 강조했다. 국제테니스청렴기구(ITIA)가 시너의 주장을 받아들여 징계 없이 사안을 마무리했다. 이에 대해 WADA는 최대 2년 출전 정지의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지난해 9월 CAS에 제소했고, 시너는 오는 4월 출석해 자신의 입장을 설명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WADA와 시너가 3개월 출전 정지 징계에 합의하면서 CAS 제소는 자연스럽게 취소되는 그림이 됐다. 이번 징계 조치로 시너는 5월 말 개막하는 시즌 두 번째 메이저 대회인 프랑스오픈에 출전할 수 있게 됐다.
현장에서는 ‘솜방망이 징계’에 그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메이저 단식 3회 우승 경력의 스탄 바브링카(스위스)는 자신의 X에 “클린 스포츠라는 말은 더 이상 믿기 어렵게 됐다”는 글을 올렸다. 2021년 US오픈 남자 단식 챔피언 다닐 메드베데프(러시아)는 “이제 앞으로 (도핑 양성 반응이 나온 선수는) 누구라도 시너처럼 WADA에 해명하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코트의 악동’ 닉 키리오스(호주)도 “이것이 징계라고 할 수 있겠느냐”라며 “테니스계에 있어서 슬픈 날”이라고 지적했다.
시너는 징계 발표 후 성명을 통해 “이 사건은 거의 1년 동안 나를 괴롭혔다”며 “나는 항상 내 팀의 책임을 받아들였고, WADA의 엄격한 규칙이 내가 사랑하는 스포츠를 보호하는 데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근거로 3개월 출전 정지를 조건으로 소송을 끝내겠다는 WADA의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덧붙였다.
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