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특허 리스크에 발목 잡힌 K바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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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특허 리스크에 발목 잡힌 K바이오

국내 바이오 신약 벤처기업들의 부실한 특허 관리가 도마에 올랐다. 인투셀 사태를 계기로 주먹구구식 특허 관리 관행이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자금난 등으로 가뜩이나 취약해진 국가 바이오 경쟁력이 더 추락할 수 있다는 경고다.

국내 바이오벤처의 특허 관리 허점이 드러난 건 지난 9일 신약 개발사 인투셀과 에이비엘바이오가 기술 이전 계약을 해지하면서다. 에이비엘바이오가 인투셀에서 도입한 항체약물접합체(ADC) 관련 기술이 중국 바이오기업의 특허를 침해했을 가능성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차세대 항암제로 뜨고 있는 ADC 분야의 다크호스로 꼽히던 인투셀의 핵심 기술이 특허 논란을 빚자 바이오업계는 물론 주식시장도 충격과 혼란에 빠졌다.

비상벨 울린 지식재산권 관리

특허 침해 여부는 따져볼 일이다. 다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잠수함 특허’ 리스크에 경고등이 커졌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신약후보물질을 발굴하고 물질특허나 용도특허를 출원하면 사실상 특허를 획득한 것으로 여겼다. 특허 출원 시점에 다른 유사 특허가 존재하는지 따져보는 게 일반적이어서다. 문제는 특허 출원 사실이 통상 18개월 뒤 공개된다는 점이다. 잠수함 특허라는 말이 그래서 나왔다. 인투셀 사태가 터진 배경이다.

허술한 특허 관리 여파는 간단치 않다. 인투셀은 중국 바이오기업과 특허 분쟁을 벌이거나 해당 특허기술을 사와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 때문에 인투셀의 ADC 기술로 신약을 개발 중인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차질을 빚게 됐다. K바이오 신뢰도에마저 흠집이 나게 생겼다. 업계에선 제2의 인투셀 사태를 걱정하는 분위기다. ADC, 세포·유전자치료제 등에서 중국의 성장 속도가 빠른 만큼 잠수함 특허 이슈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이다.

시급한 특허 관리 인식 전환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의 전반적인 특허 관리 시스템을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허 관리에 손 놓고 있거나 안이하게 대응하는 관행이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자금난에 시달리는 바이오벤처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특허 관리에 소극적인 탓이다. 자사가 보유한 지식재산권에 대한 특허 침해 조사를 정기적으로 하는 곳은 손으로 꼽을 정도라는 게 변리사업계의 지적이다. 특허 조사를 하더라도 형식적이거나 부실하게 하는 사례가 흔하다고 한다. 건당 수백만원, 수천만원이 들어가는 조사 비용을 아끼려다가 생기는 부작용이다.

부실한 특허 관리의 후유증은 간단치 않다. 임상 단계까지 갔다가 뒤늦게 남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걸 알고선 속앓이하는 제약·바이오기업도 한둘이 아니다. 수백억원의 연구비를 고스란히 날리기도 한다. 개발 초기 단계에서 특허 침해 조사를 제대로 했더라면 겪지 않아도 될 일이다.

벤처캐피털도 마찬가지다. 바이오벤처에 거액을 투자하면서도 특허 조사를 제대로 하는 곳은 별로 없다. 조사 비용을 아끼려다가 투자 리스크를 키우는 셈이다. 반면 글로벌 제약사들은 신약 기술 이전 계약을 맺기 전에 계약 상대방의 신약 물질이나 기술에 대한 특허 조사에만 수억원을 쓴다. 특허 리스크를 없애기 위해서다. 연구개발 못지않게 지식재산권 관리가 중요하다는 사실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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