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주가 5000 간다고 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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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주가 5000 간다고 한들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 5000은 꿈같은 숫자다. 1964년 주가지수를 처음 산출한 뒤 그 근처에도 가본 적이 없다. 역대 최고점은 코로나19 사태 후 글로벌 유동성이 동시에 풀린 2021년 7월 6일의 3305.21이었다. ‘박스피’로 상징되는 코스피지수는 지금도 2500선 언저리다.

그래서일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주가지수 5000 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하자 투자자들 사이에서 제법 화제가 됐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해 자본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게 이 후보의 일성이다.

자사주 소각 공언한 대선 후보

주요 수단은 상법 개정이다.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 의무뿐만 아니라 집중투표제 활성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등을 담기로 했다. 종전보다 세진 내용이다. 주식 투자자가 1400만 명을 넘어섰다지만 국장(한국 증시)은 여전히 믿고 투자할 만한 곳이 아니란 게 그의 얘기다.

이 후보가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내놓은 발언은 더 파격적이다. 상장사가 자사주를 원칙적으로 소각하도록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물론 주가 부양을 위해서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회사에 대해선 “왜 이런 주식이 (상장돼) 있느냐”며 적대적 인수합병(M&A)을 통해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스피지수 5000은 모든 개인투자자의 염원일 것이다. 주가가 지금보다 두 배 뛴다는데 반대할 사람이 있을 리 없다.

문제는 추진 과정에서 불거질 부작용이다. 이 후보의 자본시장 공약이 나온 뒤 “기업을 위축시키고 혁신을 가로막을 것”이란 반론이 재계에서 제기됐다.

자사주 의무 소각만 봐도 그렇다. 대기업 중 상당수는 경영권 보호 목적으로 자사주를 보유하는 게 현실이다. 신영증권은 53.10%, 롯데지주는 32.51%나 들고 있다. TY홀딩스(29.79%) 대신증권(25.17%) SK(24.80%) 두산(18.16%) 삼천리(15.56%) LS(15.07%) 오뚜기(14.18%) 등의 자사주 비중도 높다.

경영권 해외 넘어가면 사상누각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적대적 M&A가 들어왔을 때 우호 주주에게 양도해 경영권을 지킬 수 있는 수단이다. 차등의결권이나 포이즌필 등 해외에선 흔한 경영권 방어 장치가 없는 한국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지다. 유통 물량을 줄여 M&A 시도 자체를 어렵게 만드는 효과도 낸다. 자사주 소각을 강제하면 해외 투기 자본의 경영권 위협이 더 빈번해질 것이란 우려가 크다.

PBR이 낮다는 이유로 기업 청산을 거론하는 것도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 PBR이 0.3배를 밑도는 종목은 100개를 훌쩍 넘는다. 이마트, 현대제철, 롯데하이마트 등 부지기수다. 기업 밸류가 청산가치를 밑돈다고 증시에서 퇴출하면 이런 기업은 핵심적인 자금 조달 수단을 잃게 된다. 브랜드 가치 추락은 말할 나위가 없다. ‘주가 부양’이란 취지엔 공감하지만 기업 본연의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은 기술적 상승은 사상누각이란 게 상당수 전문가의 지적이다.

최근 만난 대형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는 이런 말을 했다. “한국 경제의 미래를 짊어져야 할 기업들의 경영권이 줄줄이 외국에 넘어가고, 증시에서도 퇴출되면 주가 5000이 무슨 소용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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