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상상력 부족한 '닥치고 착착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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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상상력 부족한 '닥치고 착착개발'

서울시장 선거판이 주택 공급 숫자 싸움에 빠졌다. 유력 후보들은 ‘닥치고 공급’과 ‘착착개발’을 외치며 누가 더 많은 아파트를 지을 것인지 목표량으로만 다툰다. 많이 짓겠다는 공약이 나쁜 것은 아니다. 아파트는 죄가 없다. 과거 주택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던 시절, 좁은 땅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주거 문제를 해결한 훌륭한 수단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옛날 방식이다. 지금도 주거의 해답을 대규모 공급에서만 찾으려는 것은 낡은 관성이다.

'국평' 아파트 짓기에 매몰

한국의 주택 보급률은 100%를 넘었다. 인구가 밀집한 서울도 94% 수준이다. 서울 거주자의 44%가 자기 집을 보유하고 있다. 집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은 아니란 의미다. 그런데도 선거가 다가오자 또 대규모 공급 논리에 갇혀 있다. 지금 부족한 것은 단순한 거주 공간이 아니라 살고 싶은 집이다. 시민이 다양한 삶의 방식을 담아낼 수 있는 주택이다.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를 앞두고 있다. 소득이 늘면 사람은 공간에 자신의 취향을 담는다. 누군가는 작은 화단을 가꾸는 타운하우스를 원하고, 누군가는 직장과 가까운 도심 한복판의 효율적인 공간을 찾는다. 하지만 그 취향을 담아낼 집은 찾기 힘들다. 부동산 시장에는 ‘국평’(국민평형)이라고 불리는 표준화된 아파트뿐이다. 옷은 취향대로 입으면서 집은 기성복에 몸을 맞춰야 한다. 낡은 공급 시스템이 시민의 선택권을 뺏고 있다. 가계는 넉넉해졌는데, 정작 살고 싶은 집은 없는 역설적인 상황이다.

공급을 멈추자는 말이 아니다. 집값이 폭등해 청년과 저소득층이 내 집 마련을 포기한 현실은 참담하다. 이들을 위한 저렴한 주택 공급은 서울시의 당연한 책무다. 다만 대단지 아파트만이 정답이라는 맹신에선 벗어나야 한다. 청년용 소형 주택, 1인 가구용 도심 주거, 중·장년을 위한 테라스 하우스 등 가격과 형태를 다양화해야 한다. 이를 이끄는 것이 서울시장의 주요 역할이 돼야 한다.

다양한 취향 담아내야

발상을 바꾸면 길은 열린다. 도심 곳곳에 방치된 빈 상업용 공간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온라인 쇼핑과 배달 문화가 일상이 되면서 자영업자들이 무너진 흔적이다. 이 공실의 1층은 상가로 두더라도, 위층은 주택으로 전환하는 유연함이 필요하다. 주차장 확보 의무나 용도변경 규제에 묶여 지금은 엄두도 못 낸다. 하지만 상상력은 법과 제도를 바꾸는 힘이다. 다가올 자율주행 시대에는 차량 소유가 줄어 거대한 주차장이 필요 없을 수도 있다. 미래를 내다보고 낡은 규제를 풀면 굳이 낡은 동네를 밀어 대형 아파트 단지를 짓지 않아도 직주 근접성이 뛰어난 도심에 양질의 주거를 공급할 수 있다. 미국 뉴욕, 영국 런던은 도심 내 공실이 된 사무실과 상가를 주거용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서울이 글로벌 도시와 경쟁하려면 획일적인 아파트만으론 안 된다. 다양한 취향을 품고, 사람들이 유기적으로 섞이는 매력적인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는 아파트 물량 싸움판이 되지 말아야 한다. 서울시장 후보라면 시민의 다채로운 욕구를 읽고, 미래를 열어갈 매력적인 주거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무작정 짓고 보는 시대는 끝났다. 지금 필요한 것은 포클레인보다는 상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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