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하반기부터 2025년 상반기까지, 이른바 '5세대 아이돌'로 불리는 신예 아이돌 그룹이 2000년대 K팝의 문법으로 팬들을 열광시키는 지금, 극장가도 같은 흐름에 올라탔다. 6월 3일 개봉하는 영화 '와일드씽'이다.
'와일드씽'은 한때 가요계를 휩쓸었지만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려 하루아침에 해체된 3인조 혼성 댄스 그룹 '트라이앵글'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20년이 지난 뒤, 재기의 발판이 될 공연 제안이 리더 현우에게 들어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생계형 방송인이 된 현우(강동원 분), 재벌가 며느리가 된 도미(박지현 분), 솔로 앨범 실패 후 빚더미에 앉은 상구(엄태구 분) 등 각기 다른 속내를 품은 이들이 다시 모이면서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와일드씽'은 단지 아이돌의 재결합을 다루는 것이 아닌,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중국과 일본에서 '한류 열풍'을 일으켰던 1세대 혼성 그룹의 감성을 스크린 위에 통째로 소환한다. 커다란 풍선을 흔들며 카세트테이프가 늘어지도록 노래를 듣던 시대의 낭만과 풋풋함이 영화 전반에 흐르며, 그 시절을 통과해 온 세대들의 아련한 향수를 강렬하게 자극한다.
작품의 가장 큰 관전 포인트이자 영화를 이끌어가는 핵심 동력은 단연코 주연 3인방이 빚어내는 매력적인 앙상블이다. '댄싱머신' 강동원, '절대매력' 박지현, 그리고 '폭풍래퍼' 엄태구라는 수식어에서 알 수 있듯, 세 배우는 1세대 아이돌 그룹 특유의 포지션과 캐릭터를 능청스럽게 소화해 낸다.
강동원이 연기하는 현우는 트라이앵글의 댄스머신이자 리더다. 영화 '전,란', '천박사 퇴마 연구소', '브로커'까지 무게 있는 작품들을 거쳐온 그가 헤드스핀을 돌리고 세기말 아이돌의 포즈를 취하는 장면은, 그 자체로 극장을 들썩이게 만드는 힘이 있다.
'검사외전'의 능청과 '전우치'의 재기발랄함을 합쳐놓은 듯한, 강동원이 가진 코미디 본능이 이 캐릭터에서 제대로 터진다. 생계형 방송인으로 살아가는 현재와, 무대 위에 서야만 비로소 살아있는 과거 사이에서 그는 한 인물의 두 시간을 동시에 연기한다.
박지현이 센터 도미 역을 맡았다. '히든페이스'로 청룡영화상 여우조연상을 받고 '은중과 상연'으로 백상예술대상 후보에 오른 박지현에게 '와일드씽'은 지금껏 보여주지 않은 결을 요구한다. 무대 위의 상큼발랄함과 무대 뒤의 걸크러시, 거기에 재벌가 며느리의 우아함까지 한 인물 안에 구겨 넣어야 했는데, 박지현은 그걸 해낸다. 우윳빛깔의 청량함 속에 날카로운 코미디 감각이 숨어 있다는 걸, 이 영화는 증명한다.
엄태구가 맡은 상구는 팀의 막내이자 랩을 담당한다. 영화 '낙원의 밤', '안시성', '택시운전사'에서 쌓아온 카리스마가 이 영화에서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폭발한다. 스웨그 넘치는 힙합 전사를 꿈꿨지만 현실은 보험 설계사, 그 간극에서 나오는 웃음은 진지하면서도 짠하다. '막내'의 억울함을 코믹하게 소화하는 엄태구의 연기는, 세 명 중 가장 많이 웃기면서 가장 많이 측은하다.
이들 세 사람이 뭉쳐 만들어내는 트라이앵글 앙상블은 극의 중심을 단단히 잡으며 몰입도를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여기에 신하균이 특별출연으로 합류한다. 트라이앵글을 키우고 하루아침에 사라진 소속사 '용구레코드'의 박대표 역이다. 영화 '극한직업'에서 오정세와 전설적인 티키타카를 보여줬던 두 사람이 이번에도 같은 공간에 있다. 그 사실만으로 기대치가 올라간다.
오정세는 지금의 가요계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정통 발라드 가수 최성곤으로 변신해 '고막남친'으로 맹활약한다. 화려한 댄스 아이돌의 그늘에 가려 점차 무대에서 실종되어 가는 발라드 가수의 애환을, 오정세는 짠내 나면서도 유쾌한 웃음으로 승화시킨다. 그가 보여주는 고군분투와 무대 뒤의 눈물은 1990년대 말 가요계의 다양한 생태계를 기억하는 이들의 추억을 또 한 번 강하게 자극하는 훌륭한 기폭제다.
이 기획이 통하는 이유는 시대의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그룹 뉴진스 등이 1세대 아이돌의 감성을 재해석해 전 세대의 귀를 열었고, 코르티스 등 신성들도 그때의 패션과 감성을 재해석한 음악과 뮤직비디오를 선보이며 국내외 팬들을 사로잡고 있다. '와일드씽'은 그 흐름 위에 올라탄 영화다. 스크린 밖에서 이미 뜨거워진 감성이 스크린 안에서도 증폭되는 구조다. 단순한 오락 영화라기보다, 세대를 가로지르는 공감 장치를 영리하게 탑재한 여름 영화다.
덕분에 이 영화는 1세대 아이돌을 직접 경험했던 3040세대에게는 과거의 짙은 향수를, 그 시대를 텍스트와 숏폼으로만 접했던 1020세대에게는 신선한 호기심과 레트로적 흥미를 선사한다.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가 극장에 나란히 앉아 함께 웃고 공감하며 세대 간의 유쾌한 소통을 이룰 수 있는 훌륭한 오락 영화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서사의 치밀함이나 예술적 깊이 측면에서 완벽한 완성도를 자랑하는 무결점의 영화라곤 할 수 없지만, 예상 가능한 클리셰가 오히려 반갑게 느껴질 정도로 충분한 매력을 발산한다. 107분 러닝타임 동안 복잡한 생각은 모두 내려놓고 시원하게 웃고 즐길 수 있는 데 집중한다. 그리고 그 목적을 훌륭하게 달성해 낸다.
극장을 나서는 관객들의 귓가에 맴도는 흥겨운 음악과 입가에 번지는 흐뭇한 미소는 이 영화가 지닌 가장 확실한 미덕이다. 1세대 아이돌의 향수와 지금 가장 트렌디한 레트로 감성이 맞닿는 지점에서, 강동원·박지현·엄태구·오정세·신하균이 각자의 방식으로 웃음을 건네는 영화. 여름 극장의 시원한 공기 속에서, 그 정도면 충분하다. 12세 이상 관람가.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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