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한국시간) 막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AT&T 페블비치 프로암에서는 페블비치의 아름다운 풍경만큼이나 인상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바로 골프계의 소문난 단짝 로리 매킬로이(36·북아일랜드)와 셰인 라우리(38·아일랜드)가 챔피언조에서 우승컵을 두고 펼친 정면 승부였다. 필드 밖에서 그 누구보다 서로에게 강한 지지자인 그들이지만, 필드에서는 한치의 양보 없는 플레이를 펼쳤다. 치열한 승부 끝에 매킬로이가 우승의 주인공이 되자 라우리는 언제나처럼 유쾌한 얼굴로 친구의 승리를 축하했고 골프팬들의 찬사를 받았다.
주니어 시절부터 시작된 두 선수의 인연은 미국프로골프(PGA)투어 간판 스타가 된 30대 중반까지 이어지고 있다. 미국·유럽 간 골프 대항전인 라이더컵에서 유럽팀을 이끌어가는 기둥역할도 이 둘의 몫이다. 미국 플로리다에서 지척거리에 살며 가족끼리도 많은 시간을 보낼 정도로 각별한 사이다.
매킬로이에게 가려지긴 했지만, 라우리 역시 골프계에서 강한 개성으로 인기몰이를 하는 스타다. 세계랭킹 18위, 2019년 메이저대회인 디오픈 우승을 비롯해 PGA투어 3승을 보유하고 있다.
화려한 플레이만큼이나 필드에서 기복이 있는 매킬로이에게 라우리는 그 누구보다 든든한 지지자로 함께하고 있다. 매킬로이가 부진을 이어가던 지난해 4월, 라우리는 "취리히 클래식에 함께 출전하자"고 손을 내밀었다. PGA투어에서 유일하게 팀 경기로 진행되는 대회에서 자신과 좋은 추억을 만들자는 라우리의 제안에 매킬로이는 흔쾌히 응했고, 절친과 함께 시즌 첫 승을 합작하며 슬럼프를 널어내는 모멘텀을 만들어냈다. 대회를 마친 뒤 뒤풀이 자리에서 두 선수가 어깨동무를 하고 "믿음을 멈추지 마(Don's stop believing)"을 열창하는 모습은 진한 감동을 남겼다.
같은해 8월에는 파리 올림픽에 나란히 아일랜드 국가대표로 나서기도 했다. 이번 대회 3라운드 후 TV 인터뷰 중인 라우리을 보고 매킬로이가 “파트너!”라고 외며 포옹을 하고 간 이유다.
이번 AT&T 페블비치 프로암에서 둘은 다시 한번 멋진 순간을 만들어냈다. 1라운드에서는 나란히 홀인원을 만들어낸 뒤 서로의 샷이 더 멋졌다며 분위기를 띄웠고, 미디어센터에 이들의 이름으로 맥주를 제공했다.
아름다운 코스 경관과 난도를 자랑하는 페블비치GC에서 두 선수는 각각 1라운드 66타, 2라운드 70타, 3라운드 65타로 같은 스코어를 기록했다. 챔피언조에서 최고의 승부를 펼친 뒤 라우리는 "로리를 전혀 따라잡을 수 없었다"며 "나의 베스트를 보여줄 수 있는 하루가 아니었지만 끝까지 싸운 내 자신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매킬로리와 라우리는 오는 4월, 다시 한번 취리히 클래식에서 최고의 시너지를 만들어낼 예정이다.
강혜원 KLPGA 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