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무대에 설 기회[정덕현의 그 영화 이 대사]〈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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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다시 한번 무대에 서자.” ―손재곤 ‘와일드 씽’

강동원이 헤드스핀을 하고 박지현이 노래하며 엄태구가 랩을 한다? ‘와일드 씽’은 이 배우들이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1990년대 혼성그룹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먼저 궁금증을 유발하는 영화다. 실제로 영화 개봉 전부터 바이럴된 이들의 신곡 ‘Love is’ 뮤직비디오 영상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1990년대 H.O.T나 쿨을 연상케 하는 스타일로, 그때의 아이돌을 완벽하게 재연한 장면들이 보는 이들을 빵 터지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영화는 메인 댄서이자 리더인 현우(강동원 분)와 메인 보컬 도미(박지현 분) 그리고 래퍼 상구(엄태구 분)가 ‘트라이앵글’이라는 혼성그룹을 결성해 단기간에 차트 1위를 차지하는 벼락 성공의 과정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표절 시비에 휘말리면서 한순간에 나락으로 간 그들은 20년 후 지역 행사 무대에 설 기회를 얻게 된다. 간간이 방송을 해왔지만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게 된 현우와 재벌가 사모님이 된 도미 그리고 보험 영업사원인 상구. 이들은 우여곡절 끝에 다시 뭉쳐 무대에 서려 하지만, 여정은 만만치 않다. 20년 전 자신들을 버리고 도망쳤던 전 소속사 대표(신하균 분)를 우연히 만나고, 과거 라이벌이었던 발라드계의 왕자 최성곤(오정세 분)도 그 여정에 들어오면서 무대로 가는 험난한 길이 펼쳐진다.

“우리 다시 한번 무대에 서자.” 현우가 도미와 상구를 설득하며 하는 말처럼, 이 영화는 하나의 사건으로 돌연 해체된 뒤 20년이 흘렀지만 다시 한번 무대에 서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제아무리 잘나가도 단 한 번 삐끗하면 다시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한국 사회에 대한 안타까운 심정이 느껴진다. 가볍게 웃으며 볼 수 있는 영화지만, 쌉싸름한 현실이 뒤끝으로 남는 작품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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