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청소년에게 씌워진 스마트폰과 SNS라는 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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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칼럼] 청소년에게 씌워진 스마트폰과 SNS라는 덫

롯데인재개발원장 시절, 강의 준비를 하려면 공부할 수밖에 없다는 그럴싸한 명분으로 외부대학원의 강의를 하나 맡았다. 학생 대부분이 기업에 재직 중인 전문가라 오히려 내가 많이 배웠다. 그날은 30분쯤 강의를 했나? 학생 한 명이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스마트폰을 꺼내 검색을 했다. 결과를 참으로 꼼꼼히 읽고 난 그 친구, 나를 쳐다보면서 짓는 매우 어색한 미소! 그 순간, 지금껏 한 강의 중에 뭐가 잘못됐는지 머릿속 광속검색이 벌어졌다. 안절부절못하며 남은 강의시간을 어떻게 수습했는지 아득하다. 나중에 확인하니 카톡을 확인한 거란다. 참나!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반복 확인되는 ‘강의의 재미’와 ‘스마트폰 확인 빈도’가 반비례한다는 사실! 결국 롯데인재개발원의 수업은 스마트폰을 정해진 곳에 비치하고 시작한다는 강력한 원칙을 도입했다. 날벼락을 맞은 교육생, 중독을 넘어 이미 ‘오장칠부’가 된 그 물건과의 폭압적 이별에 경악했다. ‘똥 마려운 강아지’ 표정으로 안절부절 50분, 휴식 시작 직후 보관함으로 돌격이 무한 반복됐다. ‘그 물건 없는 50분’에 대충 적응하는 데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아이폰으로 대박을 친 스티브 잡스, 아이패드란 것도 만들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애플의 임원들, 만장일치로 ‘그건 진짜 아니다’고 반대했다. 그때 잡스는 “너희는 자신의 심장이 뭘 원하는지도 모른다”며 화를 내고 밀어붙였다. 그 반대를 돌파하고 아이패드를 내놨다는 소문을 들은 한 기자가 ‘잡스, 당신 아이들은 그 물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라고 질문을 했다. 그런데 잡스의 엄청난 대답 좀 보시라! “우리 아이들은 아이폰을 안 씁니다. 대신 식탁에 둘러앉아 고전과 역사를 놓고 토론하는 걸 좋아합니다.” 어이가 없어졌다. 그런데 하필 그 내용을 식탁에서 읽고 있는 나, 그리고 맞은편에 앉아 한 시간 넘게 스마트폰 게임에 코를 박고 계신 아들! 나는 ‘격노’라는 걸 했다. 괴상한 걸 만들어서 세상 모든 애들을 푹 빠뜨려놓고는 자기 애들만 못하게 했다고?! 성질이 나서 하마터면 계엄을 선포할 뻔했다. 빌 게이츠도 자녀들에게 14세 전까지 휴대폰 사용 금지, 그 이후에도 ‘식탁에서는 사용 금지’를 가정 내 준칙으로 지켰다. 정보기술(IT)혁명의 선구자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전 세계 어린이들의 공통 필살기, ‘우리 반에 나 빼고 다 있어’ 신공은 어찌 막아냈을까?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인기 있다는 사립학교 발도르프는 학비가 4만달러지만 못 보내서 난리다. 졸업생 90%를 최고 명문대에 보낸다는 그 학교의 원칙이 중학생까지 스마트폰 금지다. 그 동네도 다 알고 있었다.

우리는 직립보행을 시작하면서 비로소 인간일 수 있었다. 하지만 세상에 좋기만 한 변화가 어디 있으랴! 그 덕에 생긴 부작용이 산통과 긴 육아기, 허리 디스크, 고통의 끝판왕 치질, 그리고 공포의 ‘중2병’이다. 태아의 두뇌가 완전히 성장해버리면 직립보행으로 좁아진 엄마의 산도를 통과할 수 없으니 미성숙한 뇌로 태어나고 긴 시간 뇌세포의 발달과 가지치기를 반복해 ‘성인의 뇌’로 성장한다는 비법을 채택했다. 그런데 하필 이성을 관장하는 전두엽이 가장 늦게 완성되는데 이미 성장해버린 감정영역과의 불균형이 가장 클 때가 중2다. 그 시점의 스마트폰 사용은 그 녀석 없이 뭔가 할 수 있는 뇌세포를 가지치기해서 중독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수업시간 스마트폰 법적 금지는 프랑스는 진작에 했고, 여러 선진국을 거쳐 미국까지 도입했다. 우리도 이번 학기부터 전면 시행할 예정인데, 진작 좀 하시지 그러셨을까!

반대하시는 분들은 청소년의 인권을 거론하는데 ‘담배처럼 유익한 물건이 없다 (중략) 나는 그 혜택을 백성과 함께 누리고자 한다’ 천재이셨지만 대단한 골초였던 정조대왕 말씀이다. 뭘 해도 화끈했던 우리 선조들, 성군의 말씀이니 5세 미만 아이까지 임진왜란 이후 들어온 신문물인 그놈을 피워대서 흡연조선을 완성했다. 흡연권? 아이들은 금지하는 게 맞겠지. 가만히 생각해보면 스마트폰으로 중무장한 질풍노도들을 온몸으로 견디어 오신 전국의 선생님들, 몸속에 사리가 한 말은 생겼겠다. 그동안 정말 수고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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