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대덕구 안전공업 화재로 14명이 목숨을 잃고 60명이 부상당했다. 2024년 경기 화성 아리셀 화재로 23명이 숨진 지 채 2년이 지나지 않았다. 사망자 가운데 상당수가 점심시간에 2층 휴게실에서 쉬고 있던 30·40대 젊은 노동자다. 가장이고, 아들이고, 남편이었을 그들의 마지막 순간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 고인의 명복을 깊이 빌며 유가족의 슬픔에 진심으로 고개를 숙인다.
이 사고는 예방할 수 없었는가. 천 번, 만 번 할 수 있었다. 인명 피해를 키운 요인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공기 중 유분이다. 사고 4개월 전 산업보건 위험성 평가에서 오일 미스트 체류에 따른 건강 장해 우려가 명시됐다. 현장을 방문한 산업의학 전문의들은 안경에 기름이 묻어나고 손잡이에 오일 미스트가 이슬처럼 맺힐 정도였다고 증언했다. 공장 자체가 기름통이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도면에도 없는 불법 복층 휴게실이다. 사망자 14명 가운데 9명이 이곳에서 발견됐다. 5.5m 층고의 자투리 공간을 막은 뒤 복층으로 만들어 사용해온 것이다. 정면이 벽으로 막혀 측면에 있던 창문으로만 탈출이 가능한 폐쇄적 구조였다.
안타까운 것은 공기 중 유분의 위험성이 산업안전 점검에서 포착됐는데도 소방당국과 공유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불법 복층 휴게실은 행정당국도, 소방당국도 존재 자체를 몰랐다고 한다. 소방 관련 연 2회 자체 점검에서는 소방 시설 작동 여부와 설비 설치 기준만 확인했다. 작업 환경도, 건축물 내부 구조 변경도 소방 점검 시야 밖에 있었다. 유분 정보가 공유됐는데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만약 공유되지 않았다면 우리나라 소방 방재 또는 재난관리 정책에 커다란 흠결이 있다는 걸 의미한다.
위험 정보는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사이에서 원활하게 교류돼야 한다. 종합된 데이터에 기초해 각자 입장에서 위험을 파악하고 해석해 대응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이 당연한 책무도 여전히 옛날 방식으로 무책임하게 그저 하는 척하고 있다. 모든 부처가 인공지능(AI)을 도입하겠다고 국민 세금을 물 쓰듯 쓰고 있지만 이 칸막이 시스템에 AI를 얹는다고 대응이 빨라지거나 행정이 선진화되거나 정책이 고도화되지 않는다. 이번 사고가 그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산업안전 점검에서 유증기 위험이 포착됐으나 소방에 전달되지 않았다. 전기안전 점검에서 전선로 절연 저하가 지적됐음에도 후속 감독이 없었다.
지자체는 불법 증축 공간을 몰랐다. 노조의 환기·배관 개선 요청은 묵살됐다. 화재 경보는 월 1~2회 울렸지만 매번 오작동 처리됐다. 노후 집진 설비는 15년 넘게 방치됐다. 이 모든 위험 신호가 각기 다른 부처와 기관의 서류함에 흩어져 잠들어 있었다. 국민 세금을 써서 모아놓고는 말이다.
교훈은 명확하다. 소방 방재 및 재난관리 당국인 소방청을 중심으로 위험 관련 모든 정보가 통합돼야 한다. 환경 평가, 작업 환경 측정, 전기 설비 점검, 건축물 관리·단속 이력, 화재 출동 기록, 위험성 평가 등이 하나의 플랫폼에서 종합, 분석돼 재난에 관한 정부의 판단을 체계적으로 다듬어야 한다. AI가 정말로 쓸모 있으려면 이런 통합적 위험 분석에 투입돼야 할 것이다. 흩어진 데이터를 연결하고, 패턴을 읽어내고, 선제적 경보를 울리고, 효과적인 대응 계획을 개발 및 점검하는 데 써야 한다. 그것이 14명의 희생이 남긴 무거운 과제다.
“불이 났는데 앞이 안 보여서 못 나갈 거 같아. 부모님에게 사랑한다고 전해줘.” 숨진 청년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라고 한다. 화재뿐이겠는가? 청년 앞을 막고 있는 우리 사회의 절망이. 앞이 안 보여서 밖으로 나가지 못해 꽃다운 청년들이 목숨을 잃었다. 우리 사회가 청년에게 앞을 보여주지 못해 그들이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그들을 가로막는 위험, 절망, 고립, 좌절, 회피, 외면, 혐오를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 관료의 안위나 중첩된 이해관계의 희생양으로 삼아서도 안 된다. 오히려 이들이 남긴 사랑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가 함께 줬던 사랑인데, 왜 나누려 노력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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