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성공한 정부가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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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칼럼] 성공한 정부가 되려면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3주가 지났다. 경제 위기, 대미(對美) 관세 협상, 중동 위기 등 정부가 마주한 현실은 녹록지 않다. 어떻게 해야 성공적인 정부가 될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정부의 성공 조건으로는 ‘명확하고 달성 가능한 목표 설정, 효율적인 자원 배분, 투명하고 책임감 있는 의사 결정, 국민의 신뢰 확보, 법치주의 확립, 사회 통합, 개방적인 자세’ 등을 꼽는다.

하지만 다론 아제모을루와 제임스 로빈슨 교수는 저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번영을 이룬 국가들의 공통점을 ‘포용적인 정치·경제 제도’의 존재에서 찾았다. 이들은 사유재산권 보장, 공정한 경쟁, 신기술에 대한 투자 장려 등 ‘포용적 경제 제도’가 국가 번영을 이끌었다는 사실을 역사적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한편 이코노미스트는 2014년 아르헨티나가 ‘100년간의 추락’이라는 국가 실패를 초래한 원인을 “정부가 포퓰리즘에 기반하고, 정치가 페론주의자와 반(反)페론주의자로 양분돼 끊임없는 투쟁으로 점철돼왔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포퓰리즘 정부와 양극화된 투쟁 정치를 국가 실패의 근원으로 지적하며 ‘좋은 정부’(good government)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 이재명 정부가 성공하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할까. 국가 시스템 개혁, 정치 개혁, 외교·국방 개혁을 우선으로 제안한다. 먼저 국내외 위기에 대한 대응으로 정부의 선제적이고 민첩한 국가 시스템 개혁이 필요하다. 국회 다수 여당의 지원을 받는 이재명 정부는 노동조합, 이익단체의 각종 요구를 넘어선 복지, 연금, 교육, 의료 등 국가 시스템 전반을 신속하게 개혁하는 해결책을 제시하고 실천해야 한다. 내란 척결, 검찰 개혁, 주 4.5일제 관철 때문에 국가 시스템 개혁이 늦춰진다면 ‘먹고사니즘’ 실천도, ‘깔딱고개 넘기’도 달성이 어려울 수 있다.

다음으로 시급한 일은 정치 개혁을 통한 국민 통합이다. 국민 통합이 필요한 이유는 이번 대선 결과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진보진영 이재명·권영국 후보는 합해서 50.40%를, 보수진영 김문수·이준석 후보는 합쳐서 49.49%를 득표했다. 계엄, 보수 후보 분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교체 파동에도 불구하고 이재명의 ‘압도적 승리’ 예상이 빗나간 이유가 뭔가? 보수와 진보가 각기 결집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정치권이 보수·진보로 나뉘어 결집, 대결하는 양극화 정치에서 정부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국회가 ‘경제정책의 무덤’으로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당의 경제 실패가 미래 선거에서 야당의 승리를 가장 잘 보장하는, ‘상대의 실패는 나의 성공’ 식 정치 때문이다. 2024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다론 아제모을루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조차도 한국이 고령화와 저출생, 취약한 내수 경제, 중국과의 경쟁 심화 등 심각한 구조적 문제에 직면했음에도 여야 대립으로 해결 방안을 찾지 못하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물론 이재명 정부는 거대 여당의 지원을 받는 만큼 정부가 추진하는 법안 통과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대로 대결 정치가 이어진다면 여당의 독주와 야당의 비판이 반복되는 소모적인 정쟁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아르헨티나의 실패를 초래한 ‘끊임없는 투쟁 정치’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마지막으로 외교·국방 개혁이다. ‘실용 외교’가 줄타기 외교가 돼서는 안 된다. ‘실용’이 실익(實益) 없이 오락가락이 될 것을 우려한다. 중국과 더 많이 교류하되 미·중 경쟁이 ‘세계 패권 대결’의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는 현실에서 동맹 축에 힘을 실어주며 함께 세계 질서를 주도하는 게 이익이다. 자주, 동맹, 균형은 함께 이루기 어려운 조합이다. 과거 노무현 정부의 ‘동북아 균형자론’과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운전자론’은 미국·북한이 우리를 ‘균형자’ ‘운전자’로 인정하지 않았기에 성공할 수 없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우리가 끼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상황이니 레버리지가 없는 한국은 ‘자강(自强)’이 먼저다.

이재명 정부의 성공은 강성 지지층과 대선 승리 지분 요구를 넘어선 타협과 협치라는 ‘좋은 정치’를 통한 ‘효율성 있는 좋은 정부’ 구현에 달려 있다. 성공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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