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로봇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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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칼럼] 로봇의 미래

중국 로봇산업이 빠르게 발전해서 곧 압도적 우위를 누리리라는 보도들이 잇따른다. 중국 기업 ‘유니트리로보틱스’는 옆으로 공중제비를 도는 인간형 로봇(humanoid robot)을 선보였다. 로봇산업을 선도했던 일본이 중국에 따라잡히는 형세다. 중국은 시장이 크고 제조업이 튼튼해서 한번 중국이 앞서면 그 분야에서 다른 나라가 따라잡기 힘들다.

로봇은 원래 과학소설에서 탐구됐다. 생명체들은 몸을 통해서 실재(reality)를 인식한다. 로봇도 그렇게 몸을 통해 실재를 인식한다고 여겨졌다. 역사적으로는 컴퓨터 프로그램의 모습을 한 인공지능(AI)이 먼저 발명됐고 몸의 지각 기능은 사람들이 대신했다. 사람들이 자료를 입력하면 프로그램들은 그것을 처리해서 해답을 출력했다. 1960년대부터 전문가들이 그리 머지않은 미래에 인간의 능력을 갖춘 AI가 나온다고 예언한 것은 실재의 인식에서 몸이 중요하다는 점을 간과한 데서 나왔다.

이제 로봇의 몸이 감지기들을 통해 환경을 인식하게 되면서 AI는 스스로 실재를 인식하고 환경과 교섭하기 시작했다. 궁극적으로 모든 기계와 시설은 AI를 갖춰 로봇으로 진화할 것이다. 사물인터넷(IoT)이라는 말에 이런 진화의 논리가 내재한다. 자율주행 자동차 같은 교통수단은 환경에 관한 정보 습득과 처리에서 뛰어나므로 의식이 있고 독자적 판단을 할 수 있는 지각 로봇(sentient robot)은 이 분야에서 먼저 나올 법도 하다.

가장 뛰어난 AI와 가장 큰 몸을 지닌 로봇은 다른 별을 찾아가는 항성우주선(starship)일 터다. 태양계에 가장 가까운 별은 ‘알파 센타우리’인데 3중성이다. 세 별 가운데 가장 가까운 ‘프로키시마 센타우리’까지는 4.24광년이다. 우주선이 빛의 속도의 1%를 낸다면 오백 년 걸릴 터다. 인류가 내보낸 우주선들 가운데 가장 빠른 보이저 1호는 현재 광속의 0.0056%로 항진한다. 먼 항해에 나서는 우주선은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을 만큼 커야 하니 그런 우주선을 운항하는 AI의 정보 처리 능력은 대단할 것이다.

언젠가 태양이 적색 거성이 되면 지구 생명체들은 사라질 터다. 따라서 지구 생명체들은 새 보금자리를 찾아 나서야 한다. 그 일은 로봇만이 할 수 있다. 그리 머지않은 미래에 지구 생태계는 초인적 지능을 지닌 로봇들이 주도할 것이다.

이처럼 로봇산업은 인류의 운명에 직결된다. 산업용 로봇 대수를 종업원 수로 나눈 ‘로봇 밀도’(robot density)는 한국이 가장 높다. 이런 사정은 당연히 로봇 연구에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 우리 연구자들과 기업은 위에서 살핀 로봇의 진화 추세를 고려해서 초장기적 전망을 지니고 로봇 기술 개발에 나서야 할 것이다.

한 가지 현실적 착안점은 인간형 로봇의 한계다. 앞으로도 사람들이 친근하게 느끼는 인간형 로봇들이 주류를 이루겠지만 그런 로봇들은 기능적으로 비효율적이다. 두 발로 걸으니 불안정하고 무릎 관절에 힘이 많이 실려서 들을 수 있는 중량에 제약이 있다. 머리 없는 개처럼 생긴 4족 보행 로봇은 자주 봐도 친근감이 없고 무엇보다 손을 쓸 수 없다.

사람이 두 발로 서서 걷게 돼 두 손이 자유로워진 것이 인류 문명을 낳았다. 그런 사정은 인간의 계보가 지느러미 네 개로 서서 뭍으로 올라온 물고기에서 진화했다는 역사적 우연에서 비롯했다. 사람과 같은 사족동물과 달리 로봇은 사지에 머물 필요가 없다. 육지(六肢)를 갖춰 네 발로 서고 두 팔을 쓰면 안정적으로 움직이고 무거운 것도 다룰 수 있다. 가장 성공적인 종으로 꼽히는 곤충은 다리가 여섯이고 날개까지 갖췄다.

여기서 그리스 신화의 켄타우로스가 떠오른다. 상반신은 사람이고 하반신은 말인 이 존재는 말 탄 사람의 모습에서 나왔다고 여겨진다. 만일 로봇이 말 탄 사람의 모습을 한다면 친근하게 느껴질 것이다. 네 다리로 서니 인간형 로봇의 구조적 약점에서 벗어날 수 있다. 말 몸통엔 강력한 작동기가, 말 머리엔 뛰어난 감지기가 설치될 수 있으니 능력이 전반적으로 크게 향상돼 시장성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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