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노동시장의 '강남 아파트' 된 삼전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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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칼럼] 노동시장의 '강남 아파트' 된 삼전닉스

57조2000억원과 37조6000억원, 올 1분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양사의 영업이익이 각각 200조원을 넘을 것으로 본다. 이렇게 되면 영업이익의 10%를 상한 없이 지급하는 SK하이닉스는 직원 1인당 평균 성과급이 7억원에 달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에 삼성전자 노조는 성과급 상한 폐지와 올해 성과급으로 영업이익의 15%를 요구하며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는 태도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은 우리 경제와 안보에 큰 보탬이 되겠지만, 이들의 성과급은 사회적 논쟁과 갈등을 촉발하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의 시위 현장에서 주주들은 맞불 집회로 맞섰고,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삼성전자의 역대급 실적이 노사뿐만 아니라 투자자와 협력업체를 포함한 한국 사회 전체의 결실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과도한 요구” 발언은 노조 간 갈등으로도 번졌다. 이제 노동시장에 ‘삼전닉스 직원’이라는 최상단 계급이 탄생하는 분위기다. 마치 부동산 시장의 강남 아파트처럼.

성과급을 포함한 급여는 노동의 대가이므로 투입한 노동에 비례해야 한다. 문제는 노동에는 양적인 측면과 질적인 측면이 있는데, 근로자가 투입한 질적인 노동을 기업이 관측하기 어려워 이를 기준으로 급여를 줄 수 없다는 데 있다. 하지만 투입한 노동의 질을 추론할 수 있는 관측 가능한 변수가 있다면, 급여를 이 변수에 연동해 근로자의 질적인 노동을 보상할 수 있다. 이 변수가 다름 아닌 성과이고 성과급이 급여로서 존재하는 이유다.

노동의 질은 근로자의 노력과 능력에 달려 있다. 따라서 성과급은 근로자의 노력을 유도하고 능력 있는 인재를 끌어들이는 유인책으로 작동한다. 성과급의 이런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실제 급여에서 성과급 비중은 낮은 편이다. 이유는 질적 노동의 대리 변수로서 성과 변수의 결함과 근로자의 위험 기피 성향에 있다. 성과는 근로자의 노력과 능력만으로 결정되지 않고 근로자가 통제할 수 없는 다양한 시장 요인에 좌우된다. 인공지능(AI)이 촉발한 반도체 시장의 초호황이 반도체 회사의 성과를 올리고, 호르무즈해협 봉쇄는 정유사의 성과를 떨어뜨린다. 성과급 위주의 급여는 시장 상황에 따라 근로자를 재정적 위험에 빠뜨린다. 이에 기업은 급여의 상당 부분을 기본급으로 구성해 근로자에게 안정을 보장하고, 대신 성과의 과실과 위험은 기업의 주인인 주주에게 넘긴다.

현재 벌어지는 성과급 논쟁은 이런 본질과 결이 다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역대급 성과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 수급이라는 일시적 시장 상황이 만든 측면이 크다. 따라서 전사적인 차원에서 모든 직원에게 일률적으로 보상하는 것은 직원 개개인의 질적 노동에 대한 보상 및 인센티브 제공과 거리가 멀다. SK하이닉스가 이를 이익분배금(profit sharing)이라고 부르는 것이 타당한 이유다.

문제는 근로자에게 노동의 대가인 급여를 주고 남은 이익의 상당액을 다시 근로자에게 분배하는 데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이 창출한 잔여 이익을 가져갈 권리는 주인에게 있으므로 근로자가 잔여 이익을 가져간다는 것은 근로자가 기업의 주인이라는 의미다. 결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성과급 논쟁은 근로자가 기업의 주인인가에 관한 논쟁이다. 기업의 중요 이해관계자(stakeholder)인 근로자도 주인이 될 수 있는 길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 물론 주인이 되려면 기업 성과의 위험을 떠안는 책임을 져야 한다. 기본급의 안전 조끼를 벗고, 급여 대부분을 이익분배금으로 받을 자세를 갖춰야 한다. 근로자는 기업의 주인이 아니라는 기본 전제 아래 마련된 근로기준법이 이를 허용할 리 만무하지만.

근로자가 성과의 위험을 떠안기 어렵다면, 성과급은 회사 전체 이익을 단순 분배하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의 노력과 능력이 만들어 낸 개별 성과에 좌우되는 게 바람직하다. 그래야 능력 있는 인재를 유치하고 이들이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성과급 본연의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일을 열심히 잘해서 받는 수억원 아니 수십억원의 성과급 보상이 사회적 논쟁과 갈등을 불러올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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