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브레이 밴티크 부사장 "전쟁은 이제 AI 시스템 간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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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브레이 밴티크 부사장/사진=유지희 기자

닉브레이 밴티크 부사장/사진=유지희 기자

“이제 전쟁은 국가 간 경쟁이라기보다 AI 시스템 간 경쟁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영국 공군 출신 전략가이자 국방·안보 인공지능(AI) 기업 밴티크(Vantiq) 부사장 닉 브레이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전쟁의 본질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다. 과거처럼 화력이나 병력 규모가 아니라, AI를 얼마나 빠르게 개발하고 전장에 적용하느냐가 승패를 가르는 시대가 됐다는 설명이다.

브레이 부사장은 특히 전쟁의 핵심이 ‘성능’에서 ‘속도’로 이동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AI가 상황을 정리하고 판단을 제시하면, 이를 얼마나 빠르게 실행으로 연결하느냐가 핵심”이라며 “이제는 판단 자체보다 ‘적응 속도’가 전장의 승패를 가른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는 실제 전장 환경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기존에는 데이터를 수집·정리한 뒤 분석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지만, 전장에서는 이런 과정을 기다릴 여유가 없다. 브레이 부사장은 “과거에는 시스템 구축과 데이터 정리에 몇 달이 걸렸지만, 이제는 정형·비정형 데이터를 모아 2주 만에 AI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배포하는 것도 가능하다”며 “속도 자체가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속도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기술로 그는 밴티크의 ‘AI 오케스트레이션’을 꼽았다. 이는 다양한 AI 모델과 데이터를 연결해 즉시 실행 가능한 형태로 만드는 방식이다. 센서에서 수집된 데이터가 AI를 통해 실시간으로 분석되고, 그 결과가 곧바로 현장 행동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출처=밴티크

출처=밴티크

기존 컴퓨팅이 데이터를 저장한 뒤 분석하는 방식이었다면, 밴티크는 데이터가 발생하는 순간 처리하는 ‘이벤트 기반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이를 통해 AI는 과거 데이터가 아니라 현재 상황을 즉각 반영하는 ‘상황 인식’ 능력을 갖게 된다. 브레이 부사장은 “데이터를 저장하지 않고 흐름 속에서 처리하기 때문에 밀리세컨드 단위의 의사결정이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특히 영상·음성 같은 비정형 데이터 처리에서도 차이가 크다. 기존에는 이를 데이터베이스 형태로 정리하는 데 시간이 걸렸지만, 밴티크는 이를 곧바로 AI 애플리케이션으로 전환한다. 그는 “데이터를 정리하는 데 시간을 쓰기보다, 바로 실행 가능한 형태로 만들어 현장에 적용하는 것이 훨씬 빠르다”고 했다.

이 같은 변화는 전쟁의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다. 브레이 부사장은 “전쟁은 더 이상 정보를 모아 분석하는 단계적 과정이 아니라, 데이터 발생과 동시에 판단과 실행이 이뤄지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며 “분석과 실행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흐름이 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산업·물류·의료·치안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동일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으며, AI 활용 여부 자체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기준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AI를 활용하지 못하면 경쟁에서 뒤처질 뿐 아니라, 스스로를 방어하기도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AI 도입의 가장 큰 장애물은 기술이 아니라 조직과 문화라고 꼽으며 “기술은 이미 준비돼 있지만, 이를 얼마나 빠르게 조직에 적용하느냐가 문제”라며 “특히 국방 조직은 구조적으로 보수적이어서 변화 속도가 느린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브레이 부사장은 국방 AI를 전시에만 쓰는 기술이 아니라, 평시부터 작동하는 ‘상시 의사결정 체계’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군 의료·물류·지휘통제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일상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그는 “한국처럼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국가는 국방·산업·교육·인재 양성을 아우르는 ‘올 오브 네이션(all-of-nation)’ 전략이 필요하다”며 “신뢰할 수 있는 정책과 규범, 그리고 동맹국과의 협력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은 인터넷 기술을 처음 만든 국가는 아니지만 가장 빠르게 활용한 나라”라며 “AI 역시 개발 자체보다 적용·통합·실행 속도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미국과 중국에 대해서는 “규모를 바탕으로 글로벌 표준을 선도하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분석하면서도 “한국은 빠른 적용과 협력 전략을 통해 충분히 AI 강국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AI가 인간의 의사결정을 대체하기보다, 실시간으로 보조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형언어모델과 센서, 데이터가 결합되면 AI가 먼저 판단을 제시하고 인간과 상호작용하며 의사결정을 가속하는 구조가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그는 “앞으로는 인간 지휘관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모든 계층에서 AI를 일상적으로 활용하는 구조로 바뀔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지희 기자 kee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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