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이런 걸 해?"…데이식스도 놀랐다, 껍질 깨고 나온 원필의 진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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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식스 원필 /사진=JYP엔터테인먼트

데이식스 원필 /사진=JYP엔터테인먼트

"마음의 응어리를 가진 채 살아가는 이들에게 제 노래가 해소의 창구가 되길 바랍니다. 사실 저도 역시 직설적으로 말하는 게 힘든 성격이 되어버렸거든요. 이번 앨범은 그 답답함을 터트리는 과정이었습니다."

밴드 DAY6(데이식스)의 원필이 솔로로 돌아왔다. 2022년 정규 1집 '필모그래피(Pilmography)' 이후 약 4년 만이다. 최근 논현동 한 카페에서 만난 원필은 이전보다 부쩍 야윈 모습이었다. 뮤직비디오 촬영을 앞두고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없어 보여야 한다'는 강박에 스스로를 몰아붙이며 체중이 절로 빠졌다는 그는, 외형만큼이나 음악적으로도 날 선 변화를 택했다.

이번 첫 번째 미니 앨범 'Unpiltered(언필터드)'는 제목부터 중의적이다. '필터 없는(Unfiltered)' 원필의 상태에 자신의 이름인 '필(pil)'을 결합했다. 원필은 앨범명 선정 과정에 대해 "원래는 '노필터'를 포함해 여러 후보가 있었다. 회사에서 '언필터드'를 제안했을 때, 'P'를 한 번 더 넣는 게 괜찮을지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앞으로 모든 앨범명에 '필'을 쓰면서 우려먹는다는 소리를 들을까 걱정도 했지만, 결국 이것이 나의 정체성이라 판단했다. 이렇게 되어 버렸다"며 웃었다.

이번 앨범은 그간 공존해 온 다양한 마음의 변화를 음악으로 모아 만든 원필표 '감정 아카이브'다. 필터 없이 원필의 내면과 서사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콘셉트 포토 공개 후 팬들 사이에서는 "옷을 여며라, 아니 여미지 마라"는 유쾌한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원필은 이에 대해 "팬들의 반응이 재밌었다. '여며, 여미지 마. 아니 여며, 아니 여미지 마' 하는 피드백이 웃겼다"며 웃음을 보였다. 그는 "새로운 변화를 보여드리고 싶어 노력했다. 찍을 때 헤어 메이크업 테스트도 엄청 보면서 진행했다. 저보다 스태프들이 진짜 고생 많았고, 사진 작가 형님이 너무 잘 찍어주셨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원필/ 사진 제공=JYP

원필/ 사진 제공=JYP

타이틀곡 '사랑병동'은 '사랑'과 '병동'이라는 상반된 단어의 조합으로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 곡은 바래지 않는 사랑의 고통에 무너진 채 겨우 버텨내는 삶 속에서 "날 구해 줘"라는 절박한 외침을 담아냈다.

데뷔곡 'Congratulations'부터 '예뻤어' 등 숱한 히트곡을 함께 만든 이우민(collapsedone) 작곡가와의 재회는 이번 앨범의 가장 큰 수확이다. 원필은 "우민이 형을 오랜만에 만났을 때 전우를 만난 느낌이었다. 데뷔 초 치열하게 곡을 쓰던 추억들이 스쳐 지나갔다"고 회상했다.

그는 작업 당시를 떠올리며 "솔로 곡 작업을 한다고 했을 때 머릿속에서 트랙 느낌이 이미 있었다. 신스 사운드와 이모코어를 섞는 트랙을 만들고 싶었다. 우민이 형이랑 작업하면서 '이런 거 해보고 싶어요' 했더니 형도 '나도 이런 거 좋다'고 하더라. 그때부터 '사랑병동'이란 트랙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원필은 타이틀곡뿐만 아니라 이번 앨범에 수록된 총 7트랙 전곡의 작사, 작곡에 직접 참여했다.

특히 타이틀곡 감상 포인트로는 도입부의 감성적인 기타 선율과 고조되는 강렬한 에너지의 폭발적 밴드 사운드를 꼽았다. 여기에 원필의 호소력 짙은 고음과 거친 드럼 비트가 더해져 드라마틱한 청각적 쾌감을 선사한다. 원필은 "이번 곡에서는 조금 긁어서 불러봤다. 창법도 생소하게 느끼실 정도로 다르게 불러봤다. 솔로인 만큼 저만의 색깔로 풀기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데이식스 원필 /사진=JYP엔터테인먼트

데이식스 원필 /사진=JYP엔터테인먼트

◆ 데이식스 멤버들도 놀란 '낯선' 원필의 색깔

이번 앨범은 10년을 함께한 멤버들에게도 신선한 충격이었다. 원필은 멤버들의 피드백에 대해 "다들 듣고 '너무 새롭다', '야, 진짜 새로운데'라고 말해줬다"고 전했다.

특히 리더 성진의 반응이 인상적이었다. 원필은 "성진이 형은 4번 트랙 '업 올 나잇(Up All Night)'을 듣더니 '네가 이제 이런 걸 한다고?'라며 놀라워했다. 타이틀곡을 듣고는 '아 좋다, 진짜 좋다, 확실히 다르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고 밝혔다. 영케이 역시 "야 좀 달라"라며 파격적인 콘셉트 변화에 감탄 섞인 반응을 보였다.

이번 앨범에는 홍지상, 박우상(LOGOS), 밍지션(minGtion) 등 유수의 작가진이 힘을 보탰다. 원필은 "그룹 활동을 하며 투어 중에 곡을 쓰거나 작년 연말 콘서트를 준비하며 틈틈이 작업했다. 일정이 빠듯하기도 했지만 멤버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됐다"고 설명했다.

수록곡 '어른이 되어 버렸다'는 서른을 넘긴 원필의 현재를 관통한다. 그는 "후렴 마지막에 '아이에서 어른으로... 이것도 나쁘진 않아 되뇌이며 어른인척 살아'라는 가사가 있다. 지금 어른이 된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어 "어른이 된다는 건 힘든데도 티 안 내는 것 같다. 애들은 떼를 쓰지만, 살아가면서 우리 그렇게 못 하지 않나. 성숙해 보이고 싶어 할 때가 있는데 사실 어른이 뭔지 아직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음악적 영감은 최고조에 달해 있다. 원필은 "하고 싶었던 것을 100% 다 쏟아부었다. 벌써 아쉽다. 다른 앨범을 또 만들고 싶다는 욕구가 계속 떠오른다"며 창작열을 드러냈다. 데이식스 음악과의 차별점에 대해서는 "수록곡 느낌만 봐도 팀 색깔이 안 나는 곡들이 있다. 메시지도 그렇고 이렇게까지 무너져 가는 느낌은 그룹 활동에서 보여드리기 힘들었을 거다. 솔로에서만이라도 해소를 하고 싶었다"고 짚었다.

DAY6 원필/ 사진 제공=JYP엔터테인먼트

DAY6 원필/ 사진 제공=JYP엔터테인먼트

최근의 '밴드 붐'에 데이식스가 선봉장 역할을 했다는 평가에는 겸손함을 유지했다. 그는 "코로나 이후 페스티벌 문화가 활성화되면서 라이브 음악에 대한 대중의 니즈가 저희와 잘 맞물린 것 같다. 시기가 좋았던 것뿐 저희 때문은 아니다"라며 "실리카겔, 엑스디너리 히어로즈 같은 팀들이 정말 좋은 음악을 하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뮤직비디오 속 파격 연기는 철저한 계산과 몰입의 결과다. 이별 후 마치 심장이 고장 난 듯 감정의 혼란을 겪는 인물이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는 과정을 그렸다. "찍을 때 정신이 제정신이 아니어야 했다. 최대한 애가 좀 야위어 보이고 풀려 있어야 해서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는 그는 자연스럽게 살이 빠져 스태프들의 걱정을 사기도 했다.

화장실에서 오열하는 신에 대해서도 "감독님이 눈물 더 흘릴 수 있겠냐고 하셔서 해봤는데, 끝나고 나니 스태프들이 다들 박수를 쳐주시더라. 그땐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빨리 촬영 끝내고 싶어서 그러신 거 아닌가 싶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원필은 아티스트로서의 책임감을 인터뷰의 마지막 장으로 남겼다. 그는 "팬들에게 항상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어 힘든 티 내는 것조차 싫어했다. 하지만 이제는 음악으로 전하고 싶다"고 고백했다. 이어 "아티스트로서의 책임감이 좋은 자극이 된다. 10년 뒤에도 늙지 않는 음악을 하고 싶다. 제 노래를 듣고 삶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조금이라도 힘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 솔로로서의 유일한 목표"라고 전했다.

원필의 미니 1집 'Unpiltered'는 오는 3월 30일 오후 6시 정식 발매된다. 이어 5월 1일부터 3일까지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솔로 단독 콘서트 'Unpiltered'를 열고 팬들을 만난다. 그는 "팬들이 정말 깜짝 놀랄 만한 구성을 준비했다. 오랜만에 듣는 팬들의 목소리가 기대된다"며 설렘을 감추지 않았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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