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맘카페를 보면 어버이날을 핑계 삼아 자신에게 이른바 ‘셀프 선물’을 했다는 인증 글이 넘쳐난다. 평소 가격표를 보며 망설이던 100만 원대 명품 액세서리나 고급 향수를 나를 위한 보상 차원에서 과감히 결제하거나, 육아에 지친 몸을 달래려 고가의 경락 마사지를 예약하는 식이다. 아이의 삐뚤빼뚤 편지도 물론 기쁘지만, 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고생한 나 자신을 위한 확실한 위로를 얻겠다는 심리다.
▷그렇다고 이들이 자신의 부모들에게 소홀한 것은 아니다. 다만 방식이 지극히 현실적이고 실용적일 뿐이다. 어버이날 선물 부동의 1위는 십수 년째 굳건하게 ‘현금’이 차지하고 있다. 카카오페이에 따르면 지난해 1년 중 송금이 가장 많이 이뤄진 날 2위가 어버이날이었다. 추석 연휴 다음으로 돈이 많이 오갔다. 한 설문조사에서도 10명 중 9명은 어버이날에 가장 선호하는 선물로 현금을 꼽았다. 부모님껜 가장 확실한 ‘봉투’를 드리고, 나에겐 취향에 맞는 ‘선물’을 주는 이원화 전략이다.
▷이러한 현상의 바탕엔 MZ세대 특유의 ‘미이즘(Meism)’이 깔려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이들은 개인의 행복과 자아실현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며 자라난 세대다. 자식을 위해 무조건적으로 헌신하고 희생하던 과거의 부모상에서 벗어나, ‘나를 소중히 여겨야 아이도 행복하게 키울 수 있다’는 가치관을 갖고 있다. 훗날 자녀에게 기대거나 보상을 바라기보다는, 당장 나 스스로를 챙겨 심리적 만족감을 얻고 육아의 동력을 잃지 않으려 한다.▷예전엔 당장 굶더라도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것만 보면 배부르다고들 했다. 어르신들의 눈엔 자녀의 카네이션을 자랑하는 대신 스스로에게 명품 반지를 끼워주는 모습이 낯설거나 이기적으로 비칠 수도 있다. 하지만 팍팍한 살림살이와 육아의 고단함을 견디며 살아가는 젊은 부모들이 1년에 한 번 스스로에게 건네는 위로마저 탓하긴 어렵지 않을까. 오히려 ‘나’를 잃지 않고 꿋꿋하게 부모의 무게를 견뎌내겠다는 긍정적인 다짐 의식에 가깝다. 꽤 실용적이고 씩씩한 요즘 부모들의 생존법일지도 모른다.
김재영 논설위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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