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중공업 도시 벗고 AI·로봇 날개...'스마트 제조 메카'로 비상하는 中 선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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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1일 중국 선양시에서 열린 '2026 로봇 컨퍼런스'행사장 입구에서 로봇들이 관람객들을 맞이했다. 이들은 '환영합니다.환영합니다'를 연속으로 외쳤다.

지난 6월1일 중국 선양시에서 열린 '2026 로봇 컨퍼런스'행사장 입구에서 로봇들이 관람객들을 맞이했다. 이들은 '환영합니다.환영합니다'를 연속으로 외쳤다.

지난 6월 1일 월요일 오전 9시, 중국 선양시 신세계 엑스포 박람회장에는 '2026 선양 로봇 컨퍼런스'를 알리는 현수막이 곳곳에서 펄럭였다. 행사장 출입구 앞에선 두 대의 로봇이 관람객을 가장 먼저 맞이했다. 이 로봇들은 "환인,환인(欢迎,欢迎:환영합니다)"를 중국어로 연신 외쳤다. 로봇들은 어린이 관람객의 악수 신청에 손을 내밀기도 하고, 양팔을 들어 환영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관람객들은 신기하다는 듯 휴대폰에 사진을 담고 동영상을 촬영하며 로봇들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눈에 담기에 여념이 없었다.

컨퍼런스가 열리는 2층 박람회장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 위에는 이번 대회의 지향점을 함축한 대형 현수막들이 내걸려 있었다. 메인 슬로건인 ‘신질이 발전을 이끌고, 지능형 제조가 미래를 연결한다(新质引领发展, 智造链接未来)’와 ‘스마트 제조의 초심을 되새기며, 인간과 로봇이 함께 나아갈 새로운 여정을 이끈다(归启智造初心, 领航人机新程)’라는 문구는 단순한 구호를 넘어 선양시가 그리는 미래 첨단 산업의 명확한 이정표였다. 여기서 강조된 '신질(新质)'은 최근 중국 경제 산업계의 핵심 화두인 '신질생산력(고기술·고효율·지능형 성장 동력)'을 뜻한다. 단순한 전통 제조업(制造)을 넘어 AI와 로봇 기술이 융합된 스마트 제조(智造)를 통해 미래 글로벌 공급망의 정점에 서겠다는 거대한 포부와 현장의 뜨거운 에너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컨퍼런스 행사장 밖 로비는 20대 대학생들의 로봇 경연장이었다. 랴오닝성의 32개 대학 로봇학과 및 동아리 학생들은 직접 제작한 로봇을 선보였다. 젊은 여성모습을 한 로봇은 로제의 '아파트'를 부르며 춤을 췄고, 노인 모습의 로봇은 한시를 읊기도 했다. 대학생들의 작품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한 기술력과 치밀한 완결성이 돋보였다. 어떤 대학 동아리는 직접 제작한 로봇을 판매하기도 했다. 가격을 물어보니 280위안(약 6만 3000원)정도였다. 중국 청년들의 활기찬 에너지와 기술적 잠재력을 볼 수 있었다.

중국 동북 지역의 낡고 오래된 중공업 도시였던 랴오닝성 선양시가 인공지능(AI) 로봇과 디지털 전환을 무기로 첨단 로봇 도시로의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 5월 31일부터 6월 2일까지 사흘간 개최된 ‘2026 선양 로봇 컨퍼런스(Shenyang Robot Conference)’는 기술적 도약을 넘어 인간과 로봇의 조화로운 공존 가능성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이 컨퍼런스는 중국 내 공과 대학과 연구소 연구진 그리고 로봇 기업 CEO를 초청해 그간의 로봇 발전 성과와 향후 미래 비전을 공유하는 자리다. 특히 한국의 연구자들도 초청해 한·중 로봇 교류의 외연을 확장하기도 했다.

지난 6월 1일 중국 선양시에서 열린 '2026 로봇 컨퍼런스'. 오전 발표가 끝난 후 뤼즈청 선양시장(오른쪽 두번째)이 발표자들과 함께 행사장을 나오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지난 6월 1일 중국 선양시에서 열린 '2026 로봇 컨퍼런스'. 오전 발표가 끝난 후 뤼즈청 선양시장(오른쪽 두번째)이 발표자들과 함께 행사장을 나오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낡은 중공업 도시에서 첨단 로봇 도시로 탈바꿈하는 중국 선양시

개막식의 포문을 연 뤼즈청(吕志成) 선양시장은 환영사를 통해 선양시가 보유한 독보적인 로봇 생태계와 기술 자립 성과를 발표했다. 뤼 시장은 "선양은 중국 산업용 용접 로봇과 수중 로봇을 처음으로 개발해 중국 로봇 산업의 불씨를 지핀 곳"이라며 "2022년 국가 첨단 제조업 클러스터로 선정된 이후 대대적인 기술 혁신을 거듭해왔다"고 강조했다.

뤼 시장은 현재 항공·엔진 등 국방·우주항공 산업부터 기초 부품·주조에 이르기까지 전 공정을 아우르는 완벽한 로봇 생태계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기술의 국산화' 성과였다. 그동안 해외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해 왔던 반도체 핵심 장비인 '고속 고정밀 칩마운터' 기술과 하얼빈공대의 지능형 제어 시스템 핵심 칩 국산화에 성공해 시장 점유율을 10~20%까지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는 소식에 참가자들은 탄성을 자아냈다. 이러한 민·관·학의 집중 투자는 실제 산업 현장뿐만 아니라 지하철 화재 소방 로봇, 자율 순찰 로봇 등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생활 로봇 개발로도 이어지고 있다.

뤼 시장은 "이번 컨퍼런스는 중국 최고 수준의 대학 기술과 실전에서 검증된 산업계의 혁신 역량을 인류의 삶에 적용하기 위한 고위급 전략 회의"라며 "선양의 강력한 산업 사슬이 글로벌 무대에서 비교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행정적·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실제로 선양시가 마련한 투자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시는 기업 유치와 산업 생태계 고도화를 위해 '산업 고품질 발전 정책 36개 조항'을 수립하고 전방위적인 지원을 펼치고 있다. 주요 정책은 △산업 고품질 발전 촉진 △맞춤형 비즈니스 환경 최적화 △재정적 인프라 기반 구축 등이다. 선양시 관계자는 "중외 기업 모두에게 가장 편안하고 신뢰할 수 있는 투자 환경과 최고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지난 6월1일 중국 선양시에서 열린 '2026 로봇 컨퍼런스'. 하루 동안 열린 컨퍼런스에는 중국과 한국 등에서 온 로봇 전문가 19명이 다양한 로봇기술에 대해 발표했다.

지난 6월1일 중국 선양시에서 열린 '2026 로봇 컨퍼런스'. 하루 동안 열린 컨퍼런스에는 중국과 한국 등에서 온 로봇 전문가 19명이 다양한 로봇기술에 대해 발표했다.

"기업이 살아야 도시가 산다" 뤼즈청 선양시장의 실용주의 리더십

2022년 부임한 뤼즈청 시장은 '기업이 살아야 도시가 산다'는 확고한 실용주의 철학을 바탕으로 현장 중심 정책을 펴오고 있다. 그는 복잡한 행정 절차를 파격적으로 간소화하고 비즈니스 환경을 개선하는 데 최우선 순위를 두었다. 전통 제조업 중심이던 동북 3성의 구조적 한계를 깨부수기 위해 그가 선택한 돌파구는 '첨단 로봇 산업 육성'과 '디지털 대전환'이다. 이러한 철학은 정책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민간 기업과 외자 기업이 활동하기 좋도록 맞춤형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을 구축하고, 낡은 중공업 이미지를 벗기 위해 첨단 로봇 산업을 집중 육성했다. 이번 로봇 대회도 선양을 중국 로봇 산업의 메카로 만들고 지능형 제조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행사인 셈이다.

선양시는 독일 BMW 등 글로벌 기업들과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신에너지 자동차 부품 공급망을 고도화하는 데 성공했다. 또한, 매년 '한국의 밤'을 비롯한 국가·도시별 산학 연계 경제 협력과 기술·인재 교류 세션을 주도하며 외교적 경제 협력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다. 뤼 시장은 이날 개막식 연설 후에도 오전 세션이 끝나는 낮 12시까지 자리를 지키며 발표를 경청했다. 아울러 연사들과 지속적으로 의견을 교류하는 모습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오전 세션에선 중국 공정원 원사, 선양 공업정보화국장, 베이징 로봇연구소장, 선전 주지동력 창시자 등 중국 로봇 기술 전문가들이 잇따라 연사로 나섰다. 이들은 5분 안팎의 짧은 발표 시간을 위해 중국 각지에서 날아왔다. 단상에 오른 꾸쥔 랴오닝성 부성장 역시 "세계의 지혜를 기술로 결집해 중국의 산업 기술 혁신을 이루자"며 힘을 보탰고, 리성쯔 선양시 공업정보화국장은 "선양시 인근 45개 공과대학과 56개 연구소의 연구 역량이 농업, 물류, 배달, 의료, 양로, 교육, 관광, 응급 안전 등 삶의 전반을 혁신하는 로봇 개발에 집중되어 있다"며 인프라의 강점을 피력했다.

중국 선양시에서 열린 '2026 로봇 컨퍼런스'행사장 밖 로비엔 대학생들이 직접 제작한 로봇들의 경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이 로봇은 로제의 아파트 부르며 춤을 추기도 했다.

중국 선양시에서 열린 '2026 로봇 컨퍼런스'행사장 밖 로비엔 대학생들이 직접 제작한 로봇들의 경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이 로봇은 로제의 아파트 부르며 춤을 추기도 했다.

화재 로봇부터 블록체인 DAO 제조 시스템, 바이오·로봇 융합까지

오후 주제 포럼에서는 로봇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는 세계적 석학들의 강연이 쉴 새 없이 이어졌다. 특히 탕리신 중국공정원 원사(동북대 부총장)는 'DAO(탈중앙화 자율조직) 기반 제조 순환 산업 시스템 로봇 기술'을 선보이며 제조업의 새로운 미래를 제시했다. 중앙 서버나 인간 관리자의 통제를 최소화하고, 공장 내 로봇들이 블록체인 스마트 계약 규칙에 따라 스스로 소통하고 자원을 재활용하는 '지능형·자율형 공장 생태계' 비전은 제조업의 완벽한 순환 경제 모델로 평가받았다.

또한, 가오휘쥔 유럽과학원 외국원사는 바이오 의학의 대변혁을 예고하는 '오가노이드(인공 미니 장기) 재생 지향 지능형 현미경 조작 로봇' 기술을 소개했다. 줄기세포를 배양해 실제 인간 장기의 기능을 모사하는 오가노이드를 만드는 작업은 극도로 미세하여 인간의 손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이를 AI 현미경과 마이크로 로봇 팔이 스스로 판단해 자동으로 정밀 배양해내는 융합 기술의 등장은 맞춤형 정밀 의료 시대를 크게 앞당길 핵심 해결사로 주목받았다.

지난 6월 1일 중국 선양시에서 열린 '2026 로봇 컨퍼런스'행사장 입구엔 '신질이 발전을 이끌고, 지능형 제조가 미래를 연결한다'는 문구의 슬로건이 걸렸다.

지난 6월 1일 중국 선양시에서 열린 '2026 로봇 컨퍼런스'행사장 입구엔 '신질이 발전을 이끌고, 지능형 제조가 미래를 연결한다'는 문구의 슬로건이 걸렸다.

"로봇이 해법" 중국으로 날아온 한국의 푸드테크 기업인들

이번 컨퍼런스는 한·중 양국의 실질적인 기술 공유와 협력의 장으로서도 뜻깊은 의미를 남겼다. 한국의 머신비전 권위자인 장동식 고려대 명예교수가 한·중 로봇 발전의 미래 상생 아이디어를 제시했고, 조석주 포스코AX 연구소장은 철강 대기업 포스코가 축적해 온 AX(인공지능 대전환) 실제 적용 사례를 발표해 현지 관계자들의 큰 주목을 받았다.

특히 이번 행사를 주관한 선양시 무역촉진협회(CCPIT)는 한국의 로봇 푸드테크 기업 관계자들을 공식 초청하여 2박 3일간의 체류 비용(숙박, 식사, 통역, 가이드 등) 전액을 파격적으로 지원하며 비즈니스 매칭에 공을 들였다. 이번 교류를 물밑에서 이끈 오학룡 월드푸드테크 인천지회장은 "현재 심각한 구인난과 인력난을 겪고 있는 한국 외식·제조 기업들에 중국의 고도화된 로봇 기술과 장비 기업들을 매칭함으로써 실질적인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이 자리를 기획했다"고 전했다.

중국 선양시에서는 가는 곳마다 '꿈을 펼쳐 과학기술 창업을 이루자'는 문구를 아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과거 회색빛 중공업 도시의 낡은 허물을 벗어던지고, 세계 최고 수준의 첨단 로봇·디지털 허브 도시로 날아오르기 위한 900만명 선양시민의 꿈은 이미 가슴속에서 이루어진 듯했다.
중국 선양=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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