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그린란드가 단순히 평평한 얼음 세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험난한 산과 거대한 크레바스, 그리고 앞이 보이지 않는 눈보라 속을 헤매야 하는 곳이다. 이를 뚫고 두 달 반 넘게 가던 어느 날, 동행한 이바르 이베르센이 식량이 다 떨어졌다며 미켈센에게 묻는다.
“혹시 그런 적이 있었습니까? 패배를 받아들여야 할 시점….” “포기하고 싶나? 너무 힘들어 집이 그립나?” “아닙니다.” “지도가 있으니 반드시 찾을 거야.”이들의 여정은 산다는 게 무언가를 향해 가는 것이라는 걸 보여준다. 하지만 맛있는 열매는 가지 끝에 있듯 그 무언가가 가치 있을수록 얻는 건 쉽지 않다. 힘은 빠져 가는데 나타나야 할 희망의 징후가 보이지 않으면 아무리 굳은 마음이라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갈 수나 있는지, 아니 향해 가고 있는 그 무언가가 존재하는지조차 헷갈린다. 계속 가야 할지, 아니면 지금이라도 포기하는 게 현명한 건지 알 수 없다.
2년 전쯤, 이 덴마크 원정대의 분투를 담은 ‘얼어버린 시간 속에서(Against the Ice)’라는 영화를 보느라 인내심깨나 발휘한 적이 있었다. 실화여서였는데 인내심이 필요했던 건 배경이 오로지 눈과 얼음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볼 때는 좀 달랐다. 사람이건 물건이건 다른 상황에서 보거나, 속이야기를 알고 나면 달리 보인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무엇보다 무언가 가치 있는 걸 향해 가는 여정은 다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이 그린란드에 관심을 둔 게 무려 100년도 훨씬 넘는 역사를 갖고 있다는 건 이 영화가 주는 덤이다.
그들은 썰매를 이끌다 쓰러진 개를 식량 삼아 세상의 끝으로 간다. 삶일 수도 있고 죽음일 수도 있는 곳을 향해 계속 간다. 영화를 볼 이들을 위해 다 말할 수는 없지만 이들이 생사를 넘나드는 과정은 무언가를 이룬다는 게 어떤 건지, 무엇을 겪고 견뎌야 하는지 알게 해준다.
서광원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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