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의 혁신의기술] 〈49〉AI의 속도, 기술의 '가속'보다 중요한 것은 받아들이는 '자세'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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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단국대 대학원 데이터지식서비스공학과 교수·정보융합기술·창업대학원장김태형 단국대 대학원 데이터지식서비스공학과 교수·정보융합기술·창업대학원장

“가장 위대한 기술적 진보는 인간을 더 인간답게 만드는 도구를 제공할 때 일어난다.” 오픈AI의 수장 샘 올트먼은 인공지능(AI)의 미래를 이렇게 말했다.

지금 우리는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지능의 도구'를 손에 쥐고 있다. 그런데 이 도구가 점점 더 날카로워질수록, 그것을 다루는 손기술보다 더 중요해지는 것이 있다. 바로 어디를 향해 휘두를 것인가에 대한 태도다.

AI가 일상의 풍경을 바꾸는 속도는 놀라울 정도다. 어제의 신기함이 오늘의 당연함이 되고, 내일의 기술은 이미 우리의 상상을 앞질러 있다. 결과는 점점 더 정교해지고, 효율은 인간의 영역을 빠르게 잠식한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묘한 감정을 느낀다. 경외와 동시에, '그럼 인간은 어디에 필요한가'라는 불안, 하지만 역사를 돌아보면, 기술은 언제나 도구였고 그 가치를 결정한 건 결국 사람이었다. 그렇다면 AI 시대에 우리는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까?

첫째는, 답을 찾는 데서 멈추지 않고 문제를 정의하고 질문을 제기하는 일이다.

과거에는 얼마나 빠르게 정답에 도달하느냐가 중요했다. 하지만 생성형 AI가 등장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이제 답은 어디에나 있다. 단편적인 단어 몇 개만 던져도 AI는 그럴듯한 문장과 결과를 만들어낸다. 그런데 한 가지 놓치기 쉬운 점이 있다. AI는 스스로 '왜'를 묻지 않는다.

건축가 자하 하디드의 스튜디오가 AI를 설계에 활용하는 방식은 흥미롭다. 그들은 AI에게 “멋진 건물을 만들어줘”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이렇게 묻는다. “주변 경관과 단절되지 않으면서도, 사람의 동선이 중력을 거스르는 듯한 해방감을 느끼게 하려면 어떤 구조가 가능할까”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남긴다. 결국 중요한 건 답을 잘 내놓는 기계가 아니라, 무엇이 문제인지를 정의하는 '날카로운 질문자'가 되어야 한다.

둘째는, 맹목도 거부도 아닌 '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자세'다.

기술은 편리하지만, 그 편리함이 사고를 대신해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생각을 생략하게 만들기도 한다. AI가 만들어낸 매끄러운 문장 뒤에는 데이터의 편향과 '환각' 같은 문제도 숨어 있다.

실제로 2023년, 미국의 한 변호사가 챗GPT를 이용해 서면을 작성했다가 존재하지 않는 판례를 인용하는 바람에 징계를 받은 일이 있었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마지막 판단과 책임은 결국 사람에게 남는다. 그래서 지금 더 중요해진 건 정보를 받아들이는 능력이 아니라, 그것을 의심하고 걸러내는 능력이다.

셋째는, 아이러니하게도 '비효율'의 가치다.

모든 것이 효율을 향해 달려가는 시대에, 오히려 빛나는 건 비효율적인 것들이다. 공감, 직관, 끈기, 논리로 완전히 설명되지 않는 것이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을 떠올려보면 분명해진다. 승패와 별개로 사람들을 사로잡은 건 인간이 보여준 한 수였다. 계산이 아니라 직관에서 나온 선택, 그리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태도다.

기술은 앞으로도 계속 발전할 것이다. 더 똑똑해지고, 더 많은 일을 대신하게 될 것이다. 때로는 우리의 자리를 위협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래도 지나치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기술은 결국 거울과 비슷하다. 우리가 어떤 태도로 마주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을 비춘다.

'질문을 다듬고, 쉽게 믿지 않으며, 인간다운 감각을 놓지 않는 것.' 어쩌면 그것이 지금 우리가 배워야 할 가장 현실적인 '혁신의 기술'일지도 모른다.

김태형 단국대 대학원 데이터지식서비스공학과 교수·정보융합기술·창업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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