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섭의 M&A인사이트] 〈17〉미켈란젤로와 '다비드'

10 hours ago 2
김태섭 피봇브릿지 대표김태섭 피봇브릿지 대표

미켈란젤로가 불후의 명작인 '다비드 상'을 완성했을 때, 사람들은 거대한 대리석에서 어떻게 이토록 완벽한 형상을 찾아냈는지 물었다. 그때 그는 이렇게 답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대리석 속에서 다비드가 아닌 것들을 모두 깎아냈을 뿐입니다.”

미켈란젤로가 마주한 거대한 대리석은 오늘날 복잡한 경영 환경과 닮아 있다. 세상은 끊임없이 더하고, 보태라 말하지만, 거장은 덜어내고 깎아내는 '식별의 눈'으로 본질을 드러냈다. 불필요한 돌조각이 제거될 때마다 다비드의 근육과 혈관이 살아난 것처럼, 기업 역시 핵심 역량에 집중할 때 비로소 진가가 발현된다.

이러한 '조각의 철학'은 현대 경영의 정점이라 불리는 인수합병(M&A)에서 더욱 분명해 진다. 역사적으로 승리한 M&A의 궤적은 언제나 이 '선택과 집중'을 따랐다. 1990년대 파산 직전의 애플로 복귀한 스티브 잡스는 수십개에 달하던 제품 라인업을 단 4개로 압축하는 결단을 내렸다. 그는 “무엇을 할지 결정하는 것보다 무엇을 하지 않을지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그 예리한 정질 끝에 탄생한 아이맥, 아이폰은 시대를 관통하는 디자인의 정수이며, 인류의 삶을 바꾼 세기의 걸작이 되었다.

“딱 보면 앱니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구봉서씨가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사용했던 유행어다. 상대를 보자마자 즉각 “이미 다 안다”는 식의 능청스러운 연기와 엉뚱한 판단으로 웃음을 유발했다. M&A에서의 이 말은 하나의 기준이 된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핵심에 집중한 기업은, '딱 보면 아는' 선명한 정체성을 갖게 되며, 고객은 그 가치와 역할에 즉각 반응한다. 구인구직 하면 'OO', 음식 배달하면 'OO'를 떠올리는 식이다.

최근 정부는 고령화 중소기업의 M&A촉진을 위한 특별법을 예고했다. 특히 신용보증기관을 통해 M&A정보를 모으고, M&A 특례보증까지 지원한다. 정책은 화려한데 알맹이는 없다. M&A 보증은 인수기업 신용 범위 내에서 명칭만 달리한 '재포장'에 가깝고, M&A 파이프라인은 시장대신 정부가 M&A 기회를 나눠주는 배급식 구조와 다름이 없다.

M&A는 '따로 또 같이'의 비선형결합이다. M&A 이후 두 기업은 회계적으로도 하나의 경제적 실체로 재편되며 이는 신용과 리스크를 포함한 실질적 재구성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현재의 M&A 보증은 결합이후 창출될 통합 신용력을 외면하고 있다. 즉 신용증폭효과(Credit Leverage)를 간과하는 것이다. 합리적인 접근은 신용 재산정에 있다. 인수 후 두 기업의 연결재무정보에 기반해 '합산된 신용한도'를 인수기업에 부여하는 것이다.

공공 데이터베이스(DB) 활용도 중요하다. 정책금융기관, 중소기업지원기관 등 공공이 주도하는 범 부처 플랫폼을 구축하고 M&A 수요를 발굴한다면 M&A 거래가 크게 촉진될 것이다. 공공은 법과 제도라는 '게임의 룰'을 설계하는 곳이다. 민간은 그 룰 안에서 '가치와 성과'를 창출한다. 성과는 침범이 아니라 존중에서 나온다. 목숨 걸고 사업하는 민간의 실행력을 공공이 따라올 수는 없는 것이다. 민간의 M&A 정보는 시장을 중심으로 충분히 소통되고 있다. 공연히 심판이 경기장에게 뛰어들 필요는 없다.

포장에 치중할수록 본질은 길을 잃는다. 선택이 많으면 집중은 분산된다. 6월에 입법될 M&A특별법이 시대의 해묵은 과제들을 정교하게 깎아낸 'K다비드'로 완성되길 기대한다

김태섭 피봇브릿지 대표 tskim@pivotbridge.net

〈필자〉1988년 대학시절 창업한 국내 대표적 정보통신기술(ICT) 경영인이며 M&A 전문가다. 창업기업의 상장 후 20여년간 50여건의 투자와 M&A를 성사시켰다. 전 바른전자그룹 회장으로 시가총액 1조, 코스닥 10대기업에 오르기도 했다. 2009년 수출유공자 대통령 표창을 받았고, 그가 저술한 '규석기시대의 반도체'는 대학교제로 채택되기도 했다. 2020년 퇴임 후 대형로펌 M&A팀 고문을 역임했고 현재 세계 첫 디지털 M&A플랫폼 피봇브릿지의 대표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