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련 칼럼]국민의힘, 짠물의 힘 vs 맹물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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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윤 거부’ 張이 주도해 온 당 짠물화 흐름
궁지 몰린 張 지탱하는 것도 강성 짠물 당원
상식적 ‘맹물 당원’이 짠물 뺄 때 당 정상화
오세훈 한동훈 유승민, 당원 대거 확보할까

김승련 논설실장

김승련 논설실장
장동혁 정치가 흔들리고 있다. 그 원인을 지금 새삼 따질 필요는 없겠다. 다만, 국회의원 경력 3년뿐이던 그를 꽃가마에 태워 당 대표로 만들고 버팀목이 된 아스팔트 우파 당원들의 영향력과 그 폐해는 짚고 넘어가야 한다.

장 대표가 선출된 지난해 8월 당의 ‘책임당원’은 75만 명이었다. 전체 당원은 400만 명이 넘지만, 월 1000원 이상의 당비를 3개월 이상 낸 이들은 책임당원으로 불리며 당내 선거 투표권이 주어진다. 장 대표는 상대 김문수 후보에게 일반 여론조사(20% 비중)에선 크게 졌지만, 책임당원 투표(80%)에서 이겨 승리했다. 장 대표는 이때 책임당원의 힘을 절감했을 것이다. 그는 당원의 권리 확대를 반복해 약속하면서 지난해 말 기준 책임당원을 100만 명까지 늘렸다.

이 과정에서 당 인사들이 말하는 ‘짠물화’가 진행됐다. 늘어난 책임당원은 더 강경한 보수 성향으로 ‘짠물 당원’의 주축이 됐다는 게 당 안팎의 정설이다. 유튜버 전한길 씨도 지난해 “10만 명을 입당시켜 당을 접수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실제 이행 여부와 관계없이 짠물화와 당권 장악에 대한 우파그룹의 구상을 읽을 수 있다. 그러는 동안 윤 어게인 정치에 신물이 난 ‘소금기 없는’ 중도보수 책임당원들 일부가 탈당했다고 당내에선 설명한다.

장 대표의 자신감은 올 2월 오세훈 서울시장, 친한계와 맞설 때 드러났다. 장 대표는 이들이 요구한 당 대표 재신임 카드를 수용하겠다며 ‘전(全) 당원 투표’를 꺼냈다. 놀랍게도 이런 맞대응이 나온 뒤 오 시장, 친한계에서 더 이상 같은 요구를 내놓지 못했다. 이들도 짠물의 응집력을 잘 알고 있다는 뜻으로 읽혔다. 결국 4400만 유권자 가운데 2%가 조금 넘는 100만 명이 정통 보수정당의 퇴행을 재촉했던 것이다.

지선 전망이 어둡다는 지금, 당 변화를 위해 뭘 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누군가는 던져야 한다. 오 시장, 한 전 대표가 장동혁 체제를 비판하지만, 실제 권한 없이는 바꿀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오 시장은 지선 이후 장동혁 궐위 시 대안으로 거론되기도 한다. 제명당한 한 전 대표는 6월 보궐선거 때 원내 입성을 노리지만, 최고위 의결 없이는 5년간 복당이 불가능하다. 현재 여론조사대로 국힘의 지선 패배 이후를 상정한 여러 시나리오가 주장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장 대표 사퇴 가능성이다. 하지만 장 대표는 “임기가 1년 더 남았다”고 버티거나, “사퇴한 뒤 2년 임기 당 대표에 재출마하는 식으로 신임평가를 받겠다”고 나설 수도 있다.

책임당원 구성이 달라져야 절윤을 실행할 당 대표가 탄생할 수 있다. 중도보수적 유권자가 새로 책임당원이 되거나, 당비 내지 않던 느슨한 기존 당원들이 월 1000원씩 당비를 납부하며 책임당원이 된다면 기회의 창은 열릴 것이다. 100만 책임당원 중 짠물 대 나머지 비율이 6 대 4라면 그 차이인 20만명 정도의 ‘맹물 책임당원’이 추가되어야 의미 있는 당내 경선을 모색할 수 있다. 물론 6월 선거 결과 짠물 당원들의 현실 인식이 바뀐다면 필요한 맹물 당원 숫자가 20만 명보다 줄어들 수는 있다. 입당원서를 들고 다니면서 부탁하는 과거 방식으론 될 일이 아니다. 설사 당원으로 가입한다 하더라도, 매달 지갑을 열어 1000원씩 내도록 만드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는 새삼 설명할 필요도 없다.

시대착오적 불법계엄을 탄핵하는 일은 헌법수호 행위이고, 조직적인 선거 부정이나 투표 결과 전산 조작은 없었다는 걸 믿는 이들이 책임당원으로 등장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우선 국힘의 과거 반성을 포함해 좋은 정치를 향한 개혁의 큰 바람이 불어야 한다. 주도하는 정치인들은 장대하고 희망적인 보수정치 메시지를 제시해야 한다. 그동안 국힘은 무엇을 하려는 정당인지 모호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보통 사람들에게 정당 가입은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다. 명절 때 친척끼리도 정치 이야기를 일부러 피하는 경우도 같은 이유에서일 것이다. 누군가를 입당시키려면 그 당위를 설득력 있게 제시해야 한다. 거대여당 견제가 필요하다는 구호 정도로 20만 당원을 모을 순 없다. 오세훈 한동훈은 물론 현실정치와 거리를 두던 유승민 전 의원 등 그 어떤 정치인도 역할을 나눠 맡을 수 있다. 특히 전면에 설 것으로 기대되는 이들 셋은 갈등 없이 협력해야 한다. 비전 제시부터 3자 협력까지 쉬운 게 하나도 없다.

맹물은 평소엔 존재감도 없고, 주목받기도 어렵다. 그런 맹물 같은 보통 유권자들이 국힘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덧씌워진 정당에 가입하고 당내 선거에 투표하겠다고 나서는 일이 가능하긴 한 건가.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그건 상당 기간 퇴행 일색이던 그 정당에 중대한 변화가 시작됐다는 뜻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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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련 논설실장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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