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존경하는 줄 알더라”던 이 대통령
보유세 올려 ‘신뢰 리스크’ 또 건드리는가
굳이 선진국과 비교해 보유세 올리려면
선진국보다 많은 의원 세비부터 내리시라

망국적 ‘부동산 공화국’ 정상화 없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면(22일 이 대통령의 X) 보유세 인상도 필요할 순 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세금으로 집값 잡는 것은 웬만하면 안 하겠다”고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분명히 말했다.
“선거 때 이런 말씀을 드려서 기대한 분도 계신 것 같다”면서 “(보유세는) 최대한 뒤로 미루겠다”고도 밝혔다. 그랬던 대통령이 두 달도 안 돼 자기 말을 뒤집는 것은 국민 속을 두 번 뒤집는 일이다. 대선 직전 강남 유세장에서 “세금으로 수요를 억압해 가격을 낮출 게 아니라 공급을 늘려 적정 가격을 유지하겠다”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박근혜 전 대통령을) 존경한다고 했더니 진짜인 줄 알더라”던 말이 ‘신뢰 리스크’의 상징처럼 따라다니는 이 대통령이다. 24일 밤엔 ‘(조폭 관련) 프로그램을 보고 (2022년 대선에서) 윤석열을 뽑았다’는 SBS 게시판 글과 함께 이 대통령은 ‘조작 보도는 선거 방해, 민주주의 탈취’라는 글까지 X에 올렸다. 대통령이 밤중에 자꾸 글 쓰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작년 대선에서 세금 발언 믿고 이재명 뽑은 유권자들 심정과 뭐가 다른지도 의문이다. 대장동 재판 등 ‘조작 기소’ 발언은 과연 믿을 수 있을지, 없던 의심마저 더럭 생길 판이다.이 대통령 말대로 부동산이 심리전에 가깝다면 부동산대책도 정교하고 세심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이 공유한 기사에선 한국의 보유세 실효세율이 0.15%, 뉴욕은 1%, 도쿄는 1.7%였다. 그러나 같은 날 국회 예산정책처가 공개한 ‘2026 대한민국 조세’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보유세는 총조세 대비 4.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3.8%보다 많다.
우리나라엔 양도세와 취득세가 있어 이사하기도 겁나는 판국이다. 현 정부는 겹겹의 규제로 거래와 대출까지 꽉 막은 것은 물론 재건축과 전월세조차 씨를 말렸다. 살기도 팍팍한데 보유세마저 올리겠다는 권력은 너무 잔인하다.
“세금은 국가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 국민들에게 부담을 지우는 건데 다른 정책목표에 전용하면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이 대통령은 신년회견 때만 해도 친절하게 말했다. 실제로 종부세를 도입한 노무현 정권과 보유세를 강화한 문재인 정권 시절, 서울 30평형 아파트 시세는 각각 80%, 119% 올랐다(2025년 경실련 분석). 보유세를 조정한 이명박(―10%) 박근혜(21%) 윤석열(1%) 정권 때와 비교가 안 된다. 보유세 강화는 고령가구의 세후소득을 줄여 소득불평등이 심해질 수 있고 매매가와 전월세가로 전가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심지어 ‘정권교체세’라는 말까지 나온다. 2020년 총선에서 180석이나 얻었던 더불어민주당이 불과 2년 만에 심판받은 가장 큰 이유도 부동산 때문이었다.만독불침(萬毒不侵)을 자부하는 이 대통령은 문 정권과 다르다고 믿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 정부는 집값 상승에 책임이 없지 않다. 확장재정 기조에 전 국민 지원금 등으로 매달 평균 32조 원 넘게 돈이 풀렸다. 코로나에 세계적 과잉유동성으로 월평균 20조8000억 원씩 풀었던 문 정권보다 빠른 속도다.
한국개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통화량이 1% 늘면 1년 내 집값은 0.9% 올라간다. 공급절벽 상태에서 ‘유동성 폭탄’까지 터뜨린 정부가 보유세까지 올린다는 건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이 대통령은 “정치적 고려 할 필요 없다”고 했지만 ‘다주택자 패고 있다’는 식의 부동산 정치로 지방선거에서 재미 보려는 전략은 아닌지 묻고 싶다.
굳이 선진국처럼 보유세를 올려야겠다면, 선진국보다 유독 많은 의원 세비부터 내리도록 여당과 협의하기 바란다. 한국의 의원 연봉이 2023년 1억5426만 원, 세계 9위였다. 1인당 국민총소득의 3배가 넘는다. 스웨덴 의원이 1억500만 원, 국민소득의 2배가 안 되는데 우리 정치판은 뭘 그리 잘한다고 국민에게만 벌주듯 보유세부터 올린다는 건가.
문 정권 부동산정책 설계자였던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전 세계 선진국 중 정부 수반이 집값 잡겠다고 얘기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며 정부는 그런 약속 말라고 ‘부동산과 정치’ 책에 썼다. 보유세를 바꾸는 것은 집값 안정 효과도 없이 세금에 대한 신뢰만 떨어뜨린다고 쓴 건 물론이다. 이 대통령이 혼자 앞서가 아무도 말 못 하고 있다면, 큰일이다.김순덕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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