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인도에서 인기가 있는 줄은 전혀 몰랐어요.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가 인도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는 이야기는 들었어요.” 지난 6월 한류스타 아이유가 인도 주요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오징어게임 시즌 3’가 지난달 27일 공개된 직후엔 인도 넷플릭스 접속 폭주로 서버가 잠시 다운됐다. 크래프톤의 BGMI(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는 누적 이용자 2억 명을 돌파하며 인도의 국민 게임이 됐다. 인도는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모바일 게임 시장이다.
팬데믹 계기로 확산한 한류
인도에서는 한국 라면의 인기가 매우 높다. 네슬레에서 출시한 매기(Maggi)라는 현지 라면이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한국 라면의 인기가 워낙 높으니 봉지에 아예 한글로 ‘라면’이라고 표기해서 판매할 정도다. 롯데와 오리온이 현지에서 생산 중인 초코파이는 도시 중산층과 청소년층에서 일상 간식으로 자리 잡았다. 이마트24는 지난달 30일 인도 기업 및 현지 한인 사업가와 브랜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다음달 1호점을 열 계획이다.
2000년대 초반 동북부 소수민족 지역에서 싹튼 인도 한류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인도 전역으로 확산됐다. 팬데믹 당시 장기간에 걸친 록다운 정책으로 집에서만 생활하게 된 인도인들은 TV 및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청이 주요 일과였다. 특히 K드라마, K팝, K뷰티 등의 인기가 폭발적으로 높아지며 한류가 틈새 문화에서 대중 트렌드로 확장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한류 파급효과 연구’ 자료에 따르면, 인도는 한류의 인기도와 성장도가 매우 높은 나라로 꼽힌다. 14억6000만 명을 자랑하는 인구 대국이자 중위연령 28.8세인 젊은 나라다. 덕분에 한류 콘텐츠 소비가 증가하고 음식, 뷰티, 생활용품 등 ‘K소비재’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효과가 강화되고 있다.
한류를 활용해 인도 시장에 진출하기에 가장 적합한 품목은 온라인 유통이 가능한 소비재다. 인도는 전통시장 보호 등의 이유로 대형 오프라인 유통망이 발전하지 못한 대신, 전자상거래를 통한 소비로 빠르게 현대화되고 있다. 스마트폰 보급 확대, 저렴한 통신요금, 디지털 결제 활성화 등으로 전자상거래 시장은 고속 성장 중이다.
온라인 유통망 통한 진출 '적기'
지난달 26일 타임스오브인디아 보도에 따르면, 약 8억 명의 인도 스마트폰 사용자가 하루 평균 8시간 온라인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인도 전자상거래 시장은 1250억달러 수준으로 추산 된다.
인도 전자상거래 시장에서는 아마존 인디아, 월마트가 소유한 플립카트 등 글로벌 자본과 타타클릭, 릴라이언스지오 등 인도 대기업 간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KOTRA에서는 아마존, 플립카트, 지오 등 주요 온라인 유통망과 모두 한국관 입점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인도 내 높아진 한류 인기를 활용해 주요 온라인 유통망에 입점하고 현지 맞춤형 제품 개발, 인증 취득, 체험형 마케팅을 병행한다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김동현 KOTRA 서남아지역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