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새벽 참모장” 자처 김민석, 브레이크 밟는 ‘국민 총리’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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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청사에서 김민석 국무총리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2025.07.04.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청사에서 김민석 국무총리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2025.07.04.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김민석 국무총리는 4일 이재명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뒤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농성을 벌이는 농민단체와 만났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유임에 반발하는 농민들의 얘기를 듣고 설득하는 소통 창구로서 첫 행보를 시작한 것이다. 김 총리는 전날 국회 인준안이 범여권 단독으로 통과된 뒤 “대통령님의 참모장으로서 일찍 생각하고 먼저 챙기는 새벽 총리가 되겠다”고 했다.

김 총리가 대통령의 ‘참모 중 선임자’를 자처한 것은 자신을 한껏 낮추며 스스로 실무형 총리가 되겠다는 자리매김으로 들린다. 후보자 시절부터 “총리는 대통령의 국정 방향을 풀어가는 정부의 참모장이자 국민에게 성실히 설명하는 대국민 참모장”이라고 했던 김 총리다. 다만 그간 인준 과정을 거치면서 ‘대국민 참모장’보다 ‘대통령 참모장’ 쪽에 더 가까워진 듯하다. 소명도 해명도 부족한 각종 의혹에도 이 대통령의 전폭적 신임 아래 그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김 총리로선 그만큼 빚을 졌다는 부채감이 클 것이다.

하지만 헌법상 행정 각부를 통할하는 국정의 2인자로서 김 총리가 대통령의 참모에 머무를 수는 없다. 총리는 비록 임명직이긴 하나 대통령에게 다른 의견을 제시할 법적 권한, 즉 국무위원 임명 제청권과 해임 건의권을 가진 최고위직이다. 그래서 인사와 정책 등 국정 전반에 연대책임을 지고 유사시 대통령을 대신해 그 권한을 행사할 2인자가 되는 것이다. 그런 총리로서 지나친 자기 낮춤은 국정 성공에도 독(毒)이 될 수 있다.

의회 권력에 이어 행정 권력까지 쥐면서 사실상 견제 세력이 없는 이재명 정권에서 총리의 역할은 더더욱 크다. 이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하루가 한 30시간만 되면 어떨까”라며 만기친람의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 스피드 속에 가려진 어두운 그늘, 디테일 속에 빠진 국정의 큰 그림을 옆에서 챙겨야 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전방위 개혁을 내세워 강공 일변도 국정을 펼 때 한덕수 전 총리가 제 역할을 했다면 그런 참혹한 실패는 없었을지 모른다.

지금 김 총리에게 이 대통령과의 관계는 당 대표와 수석최고위원 시절과 다르다. 실적과 성과에만 매달리다 놓치는 내실과 함께 협치를 차분히 챙기는 총리, 그리고 필요할 때 과감히 브레이크를 밟는 강단 있는 총리가 돼야 한다. 이 대통령이 김 총리에게 임명장을 준 뒤 “고개 너무 많이 숙이지 마요. 내가 이상한 사람처럼 되니까”라고 농담을 했다는데, 그저 웃어넘길 장면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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