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도구 만들어 스스로 진화하는 존재
AI는 인간과 함께 사고하는 新문명의 주체
美 등 AI 기반 연구-기술 혁신에 정부 나서
인재 양성은 전환기 핵심, 국가의제 삼아야
20세기에 이르면서 더 나은 도구를 향한 욕망은 학문으로 자리 잡은 과학과 기술을 통해 인류의 창조성과 본격적으로 연결됐다. 전기, 자동차, 항공기, 그리고 이제는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는 상하수도 체계 등이 모두 지난 세기에 창조된 것이다. 여기에 더해 50여 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도입된 컴퓨터와 그 뒤를 이은 인터넷은 오늘날 다시 인공지능(AI)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런데 스스로 정보를 처리하는 AI는 지난날의 도구와는 차원이 다르다. 인간과 더불어 사고하고 판단하면서, 인간을 재정의하는 새로운 문명의 주체로 자리 잡고 있다.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은 직접 국제질서를 설계한 경험과 역사, 철학에 대한 통찰력을 지닌 인물로, 생애 마지막까지 AI가 인류 사회에 가져올 변화에 천착했다. 2024년에는 ‘제네시스(Genesis·번역서 ‘새로운 질서: AI 이후의 생존 전략’)’, 즉 기독교 성서의 첫 번째 장 ‘창세기’와 동일한 제목의 책을 공저로 출간했다. 여기에서 그는 AI가 인간의 사고방식과 사회질서를 바꾸며 새로운 문명을 열고 있다고 주장했다. 새로 열리는 세상에서 인간답게 살기 위한 지혜와 책임을 강조했지만, 여하튼 우리는 ‘AI와 함께 살아가는 인간’이란 근본적으로 새로운 명제와 마주하게 됐다.
AI는 이미 우리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함께하고 있다. 인간만의 능력이라 여겨졌던 예술 분야에도 깊숙하게 들어와, 교향곡을 작곡하고 추상화를 그리며 시와 소설까지도 훌륭하게 쓰고 있다. 조만간 의사나 변호사 등 전문직 업무도 상당 부분을 AI가 대신할 것이다. 이제는 AI와 협력하는 사람만이 가치를 만들어 내는 세상이 됐다. 그러면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고 또 유용한 도구를 만들면서 문명을 가꿔온 과학기술자들의 미래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오래전인 2000년 6월, 과학계의 권위 있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된 사이언스 픽션은 대단히 흥미롭다. 즉, 미래의 인간 과학기술자는 본질적 창조 과정에서 배제되고 초지능이 떨구는 ‘부스러기’를 받아 적는 처지에 놓인다는 이야기인데, 어쩌면 이는 우리가 직면한 상황과 흡사하다. AI는 이미 인간이 이해하거나 검증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지식을 생산하고 있다. AI와 함께하면서 과학기술자는 그 역할을 다시 찾을 수밖에 없다.
‘셀프 드라이빙 랩(Self-Driving Lab)’, 즉 자율주행 실험실은 이미 현실이 됐다. 이는 AI가 설계한 계획을 좇아 로봇이 실험을 하고 그 결과를 다시 AI가 분석하는 연구 플랫폼이다. 연구 속도를 혁신적으로 높이며, 특히 신약이나 신소재 개발 등에서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캐나다 정부는 2023년 토론토대에 2억 캐나다달러(약 2100억 원)의 연구비를 지급해 자율주행 실험실을 지원했다.
그리고 2025년 말,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제네시스 미션’이라는 국가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키신저 등이 앞서 주장한 ‘제네시스’에 동감한 듯싶다. 미국의 에너지부와 17개 국가연구소의 방대한 데이터에 AI 기술을 접목해 지식을 창출하고 현실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계획인데, 이러한 AI 기반 연구는 기술 혁신을 크게 가속시킬 것으로 믿어진다. 문명 대전환이다. 지식 체계, 세계관 그리고 개인의 가치관 등 모든 것이 바뀌는 시대다. 우리 사회도 마땅히 철저히 준비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일은 결국 미래를 가꿔갈 인재 양성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여전히 산업문명 시대에나 걸맞았던 교육 시스템을 고수하면서, 다섯 개 선택지 중 정답 하나 고르기로 모든 학생을 한 줄로 세우고 있다. 이번 정부에서는 선거 때 반짝 내비쳤던 교육 혁신에 대한 관심이 이제는 사라진 듯한데, 대단히 안타까운 일이다. 이제라도 이를 다시 국가 의제로 삼아야 한다. 그리고 국민 모두도 문명 전환을 인식하며 교육 혁신에 동참해야 한다.김도연 객원논설위원·태재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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