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현대전의 새로운 주체, 이제는 민간이 답할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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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성준 서경대 군사학과 교수(학과장)·안보전략연구소장·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채성준 서경대 군사학과 교수(학과장)·안보전략연구소장·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및 최근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충돌은 전쟁이 더 이상 군만의 전유물이 아님을 보여준다. 오늘날 전장은 인공지능(AI), 드론, 위성, 데이터, 네트워크가 결합된 '기술 생태계' 경쟁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이는 전쟁은 여전히 군이 주도하지만, 민간의 기술과 역량 없이는 제대로 작동할 수 없는 구조로 바뀌고 있음을 의미한다.

우크라이나 전장은 이러한 변화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정보는 군 위성뿐 아니라 민간 위성 기업의 지원을 받아 확보되고, 통신망 역시 군 통신체계에 더해 글로벌 민간 인프라가 결합되며 유지된다. 현대전의 게임체인저가 된 드론 또한 군 전력뿐 아니라 스타트업과 민간 네트워크를 통해 계속 보강됐다. 여기서 핵심은 개별 기술의 우열이 아니라, 이를 얼마나 신속하게 통합하고 현장에 적용하느냐다.

이스라엘의 경우 이러한 구조가 평시부터 구축돼 있다. 스타트업, 대학, 정보기관, 군이 하나의 흐름 속에서 움직이며, 기술은 개발과 실전을 오가며 순환한다. 전시에 협력이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평시에 형성된 체계가 그대로 전장으로 확장되는 방식이다. 경쟁력은 기술 그 자체보다 이를 작동시키는 구조에서 나온다.

시선을 한국으로 돌려보자. 우리는 이러한 구조를 얼마나 준비하고 있는가.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그것이 실제 안보 상황에서 즉각 작동할 수 있는 체계로 이어져 있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문제는 기술의 수준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연결하고 작동시키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우리 군도 이제 민간 기술을 단순한 도입 대상으로 보는 관점에서 벗어나,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는 협력 주체로 인식해야 한다. 빠르게 변하는 환경에서는 완성된 무기를 기다리기보다, 작게 개발하고 현장에서 시험하며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이를 위해 민간 기업이 실제 작전과 유사한 조건에서 기술을 검증할 수 있는 환경과, 첨단 기술 분야에서 전문가가 유연하게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요구된다.

방위산업 또한 특정 기업과 무기체계 중심을 뛰어넘어 AI, 클라우드, 통신, 보안, 위성 데이터까지 포함하는 확장된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규제 완화, 실증 기회 제공, 공공 조달 연계, 연구개발 지원이 체계적으로 이어지도록 하며, 보안과 기밀을 이유로 협력이 지연되는 구조를 바꿔나갈 필요가 있다. 신뢰 가능한 기업이 실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민간의 역할 역시 단순한 납품자에 머물러선 안 된다. 안보는 더 이상 특수한 영역이 아니라, 기술 기업에 새로운 시장이자 혁신의 기회가 되고 있다. 드론, 사이버 보안, AI, 로봇, 위성 데이터 등은 이미 군과 민간의 경계가 흐려진 분야다.

중요한 것은 접근 방식이다. 군이 직면한 과제는 장비 공급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드론 위협 대응, 통신망 마비 상황에서의 네트워크 유지, 방대한 데이터의 실시간 분석과 같은 문제는 통합적인 해결을 요구한다. 경쟁력은 기술 자체보다 문제를 이해하고 협력할 수 있는 능력에서 결정된다.

결국 선택의 문제다. 전쟁의 방식은 이미 바뀌었다. 경쟁력은 기술의 양보다는 그것을 얼마나 빠르게 연결하고 작동시키느냐에서 결정된다.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새로운 무기 못지않게 이미 가진 역량을 하나의 체계로 묶는 일이다. 변화에 맞게 스스로를 바꿀 것인가, 아니면 과거에 머물 것인가.

채성준 서경대 군사학과 교수(학과장)·안보전략연구소장·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yeomu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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