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4월 1일은 수산인의 날이다. 올해로 14회째다. 90만여 명 수산인이 국내 경제와 국민 건강에 기여한 바를 기리는 엄연한 법정기념일이다. 그들은 바다에서 잡은 수산물로 달러를 벌어 국가 성장의 기반을 마련했고 풍부한 영양소의 수산물로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다.
지금이야 반도체, 자동차, 문화 콘텐츠 등이 수출의 핵심이지만 1960~1970년대에는 달랐다. 원양어선이 외화 획득을 책임지는 ‘달러박스’였다. 1971년 당시 원양어업 수출액은 5510만달러로 총수출액의 5.2%를 차지했다. 지난해 수출 주역이던 자동차부품(3.0%), 무선통신기기(2.3%)보다 높은 비중이다. 파독 근로자, 중동 산업 역군처럼 수산인은 대한민국이 지금의 위치에 있도록 한 주역이다.
한국 수산업의 영향력은 해외로 뻗어 나가고 있다. ‘검은 반도체’로 불리는 김이 대표적이다. 김은 해외에서 다소 생소한 음식이지만 혈당 조절, 항암 효과 등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주목받으며 빠르게 성장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해 김 수출액은 9억9700만달러(약 1조3000억원)에 달했다. 세계 김 시장의 70% 이상을 우리 김이 점유하고 있다.
수산인의 공로는 우리의 식탁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삼면이 바다인 한국 실정에서 식문화는 수산물과 매우 밀접하다. 생선, 오징어, 조개와 같은 식재료부터 조미 김, 어묵, 참치캔 등 가공식품까지 거의 모든 끼니에 수산물이 함께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산물 소비량도 세계적으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한국인 1인의 연간 수산물 소비량은 54.66㎏으로 섬나라인 일본(46.65㎏)보다도 많다. 몰디브, 아이슬란드 등에 이어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높은 수치며 인구가 2000만 명이 넘는 나라 중에서는 1위다.
꾸준한 수산물 섭취는 기대 수명 연장으로 이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생선에 많이 함유된 오메가3 지방산은 심장 사망 위험률을 감소시킨다. 3대 영양소인 단백질의 공급원이기도 하다. 참치 100g에는 평균적으로 28g의 단백질이 들어 있어 돼지, 닭, 소 등의 육류보다도 많다. 참치에는 칼슘, DHA, EPA 등 유익한 영양소가 많아 ‘슈퍼푸드’로 여겨진다.
수산인은 나라가 가난할 땐 외화를 벌어 국가 경제에 기여했다. 식량이 곧 자원이자 무기인 시대에 풍부한 영양소를 제공하며 국민 건강에도 이바지했다. 하지만 요즘 수산인이 처한 상황은 녹록지 않다. 어촌은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활력을 잃어가고 있는 데다 수산 자원 획득을 위한 국가적 경쟁은 나날이 심해지고 있다. 오늘날 수산업은 국가적, 제도적 지원이 시급한 분야가 됐다. 수산물 소비에 적극 동참하는 것도 수산인을 돕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