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본격화되면서 기업들은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이를 기반으로 비즈니스 의사결정을 내리는 환경으로 변화하고 있다. 특히 핵심 데이터가 집중되는 '데이터웨어하우스(DW)'는 기업의 데이터 분석과 비즈니스 인텔리전스의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지금까지 많은 기업들은 안정성과 기술 지원을 이유로 상용 DBMS 기반의 DW 시스템을 채택해 왔다. 상용 DBMS 벤더들은 높은 성능과 함께 검증된 기술력을 제공해 왔고, 이를 기반으로 복잡한 데이터 모델링과 대규모 분석 인프라가 구축되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클라우드 전환과 마이크로서비스 확산, 그리고 기술 자율성 확보라는 흐름 속에 일부에서는 “상용 DBMS 중심의 폐쇄적 분석 환경이 과연 지속 가능한가?”라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오늘날 상용 DBMS 기반 DW환경은 여전히 강력한 성능과 안정성을 제공하지만, 다음과 같은 여러 한계에 직면해 있다.
첫 번째는 비용 구조의 비합리성이다. 라이선스 비용, 유지보수 비용, 사용자 수에 따른 과금 등은 기업의 분석 역량 확대를 저해하는 주요 요소다. 특히 데이터량이 증가할수록 스토리지 및 코어 라이선스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이러한 구조는 많은 기업에게 '혁신의 발목'으로 작용한다.
둘째는 유연성과 확장성 부족이다. 상용 DBMS는 특정 벤더의 표준에 종속되어 있어, 시스템을 유연하게 확장하거나 다양한 클라우드 환경에 최적화하는데 제약이 있다. 또한 기술 변화 속도가 빠른 AI/ML 통합, 실시간 스트리밍 분석 등 신규 요구사항을 반영하기 어렵다.
셋째는 기술 자율성의 제약이다. 상용 제품은 핵심 소스코드가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내부 커스터마이징이 제한되며, 벤더 종속(lock-in)으로 인해 기술 선택권이 줄어들고 도입 속도 또한 느려진다.
이러한 이유로, 데이터 분석 역량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 오픈소스 기반의 유연한 확장 가능한 분석 인프라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로 인식이 전환되고 있다.
또 오픈소스로의 전환은 단순한 비용 절감 외에 그 이상의 장점을 제공한다.
첫 번째로 기존 상용 DBMS에 비해 훨씬 적은 비용으로도 구축 가능하며, 다양한 오픈소스를 활용하여 기업이 원하는 방식으로 최적화할 수 있다.
두 번째는 기존 상용 DBMS가 주로 수직 확장(Scale-up) 방식으로 확장성을 제공했다면, 여러 오픈소스 DBMS는 MPP(Massively Parallel Processing)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수평 확장(Scale-Out)을 지원한다는 점이다. 이는 기업이 데이터 볼륨 증가에 따라 서버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쉽게 확장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세 번째로 오픈소스 기반 DBMS는 클라우드와 컨테이너 환경에서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설계되어 있어 클라우드 서비스에서 쉽게 배포 및 확장할 수 있으며, 쿠버네티스(Kubernetes) 기반으로 운영이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BI 도구 및 머신러닝 프레임워크와도 쉽게 연동될 수 있어서 보다 유연한 분석을 가능하게 한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에도 기존 상용 DBMS 기반으로 구축된 분석 시스템을 오픈소스 기반으로 전환하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기업에 있어서 기존 상용 DBMS가 주는 성능과 안정성은 쉽게 포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비용 절감, 성능과 확장성 그리고, 벤더종속성 탈피라는 목표를 가지고 단계적 접근이 중요하다.
단계별 구축 전략의 첫 단계는 파일럿 프로젝트 진행이다. 먼저 업무 중요도가 낮은 비핵심 분석 시스템부터 오픈소스 DBMS로 전환해 성능과 안정성을 검토하고 기존 상용 DBMS와 병행 운영해 초기 데이터 마이그레이션 및 성능 테스트를 수행한다.
실제로 제조업 중심의 A사는 기존에 상용 DBMS를 기반으로 생산 라인에서 발생하는 센서 데이터를 분석하고 품질 이상 여부를 탐지하는 시스템을 운용해왔다. 하지만 연간 수억 원에 이르는 라이선스 및 유지보수 비용 부담과 실시간 분석에 대한 요구 증가로 인해, 분석 인프라의 오픈소스 전환을 검토하게 되었다. A사는 품질 리포트 자동 생성 시스템을 포스트그레스큐엘(PostgreSQL) 기반으로 전환했으며, 사이터스(Citus) 확장을 통해 실시간 수평 확장을 구현해 30% 이상 빠른 응답시간을 달성했다. 이후 공정 최적화 시스템까지 확장 적용하면서 전체 분석 인프라의 70% 이상을 오픈소스로 이전하고 유지비용 절감과 기술 자율성 확보에 성공하였다.
두 번째 단계로는 중소규모 시스템 전환이다. 중소규모 데이터베이스나 신규 프로젝트에 오픈소스 DBMS를 적용해 기술 스텍을 확립한다. 이 과정을 통해 데이터 마이그레이션 도구 및 자동화 프로세스를 구축하여 전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최소화한다.
금융권의 B사는 다양한 부서에서 독립적으로 운영하던 상용 DW 시스템 간의 통합 문제로 인해 분석 비효율성을 겪고 있었다. 신규 서비스 기획 시 사용자 행동 분석을 빠르게 수행하는 데 한계가 있었고, 기존 시스템의 수직 확장성 제약으로 클라우드 확장도 어렵다는 판단하에 오픈소스 기반 신규 분석 플랫폼 구축을 결정하였다. Apache Kafka(아파치 카프카), PostgreSQL, Apache Druid(아파치 드루이드)를 조합하고, 쿠버네티스 기반 마이크로서비스 아키텍처를 통해 확장성과 유연성을 확보하였다. 이로 인해 분석 속도는 3배 이상 향상되었고, 부서 간 데이터 공유와 협업이 쉬워져 분석 역량 전반이 강화되었다.
세 번째 단계는 핵심 분석 시스템으로의 확대 적용이다. 기업의 주요 분석 시스템을 점진적으로 오픈소스 DBMS로 이전하며, 쿼리 성능 및 확장성을 지속적으로 최적화한다. 이를 통해 고가용성과 백업 전략 등을 강화하여 데이터 안정성을 확보한다.
마지막 네 번째 단계는 전사적 전환 및 최적화이다. 기업 내 모든 분석 시스템을 오픈소스 DBMS 기반으로 운영하며, 지속적인 성능 모니터링 및 최적화를 수행한다. 이 단계에서는 내부 인력의 역량을 강화하고, 전문 오픈소스 DBMS 기업과 협력하여 유지보수 및 기술 지원 체계를 마련한다.
오픈소스 DBMS는 단순히 비용 절감을 넘어 성능, 확장성, 클라우드 친화적인 아키텍처, 최신 기술 지원 등의 강점을 바탕으로 기업들이 데이터 분석 환경을 더욱 유연하고 경제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인젠트 또한 오픈소스인 PostgreSQL 기반의 eXperDB(엑스퍼디비) 플랫폼에 Hydra(하이드라)와 Citus 등을 결합한 다양한 분석 서비스 아키텍처에 대한 연구와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고객에게 제안을 제공하고 있다.
물론 전환 과정에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지만, 기존의 상용 DBMS에 의존하는 것보다 장기적으로는 더욱 경제적이고 효과적인 데이터 분석 환경을 구축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변화하는 데이터 분석 환경에서 기업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제 오픈소스 DBMS로의 전환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이동욱 인젠트 R&D센터 센터장 dulee@inzen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