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로에 선 로스쿨, 지금이 개혁의 골든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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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기로에 선 로스쿨, 지금이 개혁의 골든타임

만약 의과대학 학생들이 환자 한 번 보지 못한 채 시험 문제만 외운다면 어떨까. 수술 실습 대신 기출 해설을 암기하고, 환자와의 면담 대신 정답 맞히기 훈련만 반복한다면? 우리는 그 의사를 신뢰할 수 있을까.

지금 로스쿨의 풍경도 크게 다르지 않다.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50%대에 머물면서 학생들은 합격만을 목표로 3년을 보낸다. 로스쿨 도입 당시 기대를 모은 실무수습과 리걸클리닉 등 본연의 교육 기능은 고사한 지 오래다. 학생들은 판례 암기에 매몰된 채 수험법학에 갇혀 있다. 어떤 법조인이 될지 고민하는 일은 사치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도 매년 4월이면 법조계와 법학계는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두고 공방을 이어간다. 한쪽은 시장 포화를 이유로 인원 감축을 주장하고, 다른 한쪽은 자격시험 취지에 맞게 일정 역량을 갖추면 합격시켜야 한다고 맞선다.

이 같은 논쟁은 정작 본질을 비켜간다. 지금 던져야 할 질문은 따로 있다. 법조인 양성 교육은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고 있는가. 로스쿨은 현장 실무 역량과 법적 사고력을 충분히 길러주고 있는가. 급변하는 환경과 새로운 법률 수요에 대응할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가. 이런 의문은 합격자 수를 둘러싼 대립에 가려졌다. 이제는 바꿔야 한다. ‘몇 명을 뽑을 것인가’를 넘어, ‘어떤 법조인을 길러낼 것인가’로 돌아가야 할 때다.

이에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는 ‘법학교육개혁포럼’을 출범시켰다. 이 포럼은 국내 법학교육 전반을 백지 상태에서 재검토하기 위해 구성된 협의체다. 로스쿨 교육과 변호사시험 제도, 법률서비스 수급, 공익 법조인 양성, AI 시대에 요구되는 새로운 법률 역량까지 포괄적으로 논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포럼은 실무 역량 강화와 사법 접근권 확대를 중심으로 실질적 개선안을 도출하는 데 방점을 둔다. 법학계와 법조계, 정책 당국, 재학생, 법률 소비자가 참여하는 열린 구조로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개혁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다양한 실증 연구도 병행한다. 분쟁이 다변화하는 상황에서 적정한 법조 인력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법률서비스의 사각지대는 없는지 면밀히 분석할 예정이다. 여전히 많은 국민이 변호사의 조력을 받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해, 공공 법률서비스 확대와 제도 변화에 따른 수요 예측까지 꼼꼼히 살필 것이다.

지금의 구조를 방치한다면 로스쿨은 교육기관이 아닌 ‘변호사시험 학원’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법조인의 역량은 하향 평준화되고, 사회 변화에 대응할 동력도 약화된다. 이는 법률서비스의 질 저하를 초래하고, 국민의 권리 보호와 사법 정의를 뿌리째 흔드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법학교육 개혁은 더 이상 특정 집단의 이해관계에 머물러선 안 된다. 숫자를 둘러싼 소모적 논쟁에서 벗어나 교육의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지금이 그 방향을 바꿀 마지막 골든타임일지도 모른다. 법학교육개혁포럼이 담대한 전환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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