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G5로 가는 길 : 기업주도 R&D로 산업화 효율성 극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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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덕호 시지트로닉스 연구소장(전무).조덕호 시지트로닉스 연구소장(전무).

한국의 과학기술은 2020년 이후 중국에 의해 추월되기 시작해 최대 교역국에 대한 과거의 수익성은 담보할 수 없는 상황으로 되고 있다. 오히려 미국발 보호무역이 심각해지고 무역역조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러한 상태에 이른 원인과 대응에 관해 여러 진단과 해법이 제시될 수 있는데, 여기에서 연구개발(R&D)과 사업화 사이의 갭과 관련한 여러가지 문제점에 대해 살펴보겠다.

한국의 연구개발과 사업화 성공률은 각각 95~99%와 20~43%로 알려 있지만, 세계 과학계의 연구개발 성공률은 0.1%다. 한국에서 대학과 연구소의 기술산업화 비율이 4.4%다. 외국과의 큰 차이는 근본적으로 연구개발의 목표와 성공률에 대한 다른 정의와 기준에 기인한다 할 수 있다. '세계적 기준은 엄밀하고, 국내의 기준은 느슨하며, 정의는 애매모호하다'라는 생각이다. 따라서 엄밀한 기준을 적용하면 실질적 연구개발성공률이 90%대에 절대 미달할 것이고, 사업화 성공률도 4%대 이하로 평가할 수 있다. 여하튼 세계적 수준에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치는 대체로 '따라하기'가 많은 실정을 고려하면 나름 합당한 범주라 볼 수도 있겠다.

반면 한국의 총 R&D 사업비가 2023년 120조원(GDP 대비 5%)대로 이스라엘에 이어 2위에 해당함에 불구하고 성과는 세계 8위로 놀랄 만큼 저조하다는 것이 네이처 평가이다. 이에 대한 원인으로 과제별 예산부족, 부족한 인센티브, 연구과제중심제도(PBS)에 의한 과다경쟁 등을 들고 있다. '학계와 연구기관은 논문과 특허를, 기업체는 사업화를'과 같이 시대에 벗어난 이분법적 사고와 연계성 부족한 관리 역시 문제로 인식된다. 일부 원천적 기초과학을 제외하면 R&D와 사업화를 하나의 카테고리로 만들고, 사회문화·생태학적 영향에 대한 고려까지 필요하다 하겠다.

학계나 국책연구기관의 경우 연구자의 입장에서 하나의 프로젝트를 완벽히 마감하기 보다는 신규 과제를 수주해야 한다는 현실적 고민이 심각하다. 하나의 프로젝트가 끝나면서 다른 주제의 프로젝트로 넘어가면 전문성이 단절되거나, 선행연구개발 결과는 무용지물이 되기 쉽다.

R&D의 실질적 성공률을 낮게 하는 원인인 비효율적 행정과 미비한 제도들은 개선돼야 한다. 사업제안서는 현행보다 열 배 정도는 단순화돼야 하고 연구방식·내용·진도·평가에 대해서는 전문적 지식을 중점적으로 반영하고 개방적 형식이 돼야 한다. 유사한 분야만 전공한 비전문가는 10명이라 해도 정통한 전문가 1인의 세부적 평가에 절대로 미치지 못한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미국의 선진제도와 같이 연구자의 신용을 근본으로 삼아 연구비 편성과 집행에 대한 자유도를 크게 확대해야 한다. 응용기술의 분야에 있어서 사업연계형 R&D(R&DB)라는 개념의 과제들이 있는데 이 방식을 더 개량해 더 활성화하고 기업주도로 연계돼도록 집중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자원과 재원이 모두 매우 부족하지만 인력양성과 산업화에 집중해 세계 10대 경제대국(G10)에 이른 기적적인 역량을 보여왔다. 국가의 모든 R&D에는 '산업화까지'라는 개념과 목표를 보다 강력하게 포함시키고, 비효율을 발생시키는 문제점을 해소시켜야 하겠다. 산업화로 이어지는 성공률을 과거보다 2배인 8%대로 높인다면 GDP 4만 달러의 G5 시대에 쾌속으로 진입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과학기술인들이 더 많은 자유와 지원을 배경으로 세계 최고로 도약할 수 있도록 환경과 제도가 요구된다. 인공지능(AI)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으로 진입하는 시대에 있어서 'R&D 첨병들이 창출해내는 성과에 의해 국가의 미래 운명이 갈릴 것'은 결코 과언이 아닐 것이다.

조덕호 시지트로닉스 연구소장(전무) dhcho@sigetronics.com

완주=김한식 기자 hs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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