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시즌 뛴 '레전드' 기성용 포항 이적 추진 뒤 첫 경기
성난 팬심 경기 내내 '김기동 나가!' 야유…'구단 장례식' 집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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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레전드' 기성용을 떠나보낸 프로축구 K리그1 FC서울이 기성용을 품은 포항 스틸러스와 맞대결에서 쾌승을 거뒀다.
김기동 감독이 지휘하는 서울은 2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5 21라운드 홈 경기에서 전반 제시 린가드와 루카스의 연속골을 앞세워 한 명이 퇴장 당한 박태하 감독의 포항에 4-1로 이겼다.
서울에서 10시즌을 뛴 국가대표 출신의 베테랑 미드필더 기성용이 이적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서울이 치른 첫 경기였는데, 공교롭게도 상대도 기성용이 새 둥지를 틀 포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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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FC서울 팬들이 29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 앞에서 열린 '무능 불통 구단 FC서울 장례식' 기자회견에서 기성용 얼굴이 그려진 깃발을 들고 있다. 2025.6.29 ksm7976@yna.co.kr
기성용이 출전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이적을 선택한 것이 서울 구단과 김기동 감독이 레전드를 홀대한 결과라며 비난하는 서울 서포터즈 '수호신'은 경기 중 수시로 '김기동 나가!'를 부르짖었다.
공식 발표만 아직 안 났을 뿐, 이미 포항 선수가 된 거나 마찬가지인 기성용의 이름을 외치고 응원가도 불렀다.
경기장 바깥에서는 '구단 장례식' 콘셉트의 규탄 집회가 열렸고, 킥오프 직전 서포터즈석에서는 '굴러온 돌(김기동 감독)이 없앤 우리의 Ki댈 곳' 등 비난 문구가 담긴 플래카드가 여러 개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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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이귀원 기자]
홈 팬들로부터 온전히 응원받지 못하는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도 서울은 올 시즌 최고 수준의 경기력을 펼쳐보이며 포항을 무너뜨렸다.
이전까지 빈공에 허덕이던 서울 선수들은 마치 그간 막혔던 혈이 뚫리기라도 한 것처럼 활발하게 움직이며 포항 진영을 유린했고, 김기동 감독은 시즌 첫 3골 차 이상 승리를 지휘해냈다.
서울이 홈에서 승리한 건 3월 29일 6라운드 대구FC와 경기(3-2) 이후 정확히 3개월 만이다.
서울은 전반 16분 린가드의 페널티킥 골로 앞서나갔다.
앞서 루카스가 왼쪽을 돌파하는 과정에서 포항 수비수 박승욱으로부터 파울을 당해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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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 28분 포항 '중원의 핵' 오베르단이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당하면서 승부의 추는 서울 쪽으로 더욱 기울었다.
오베르단은 경합하다가 서울 미드필더 황도윤의 안면을 오른쪽 팔꿈치로 가격했고, 옐로카드를 내밀었던 김종혁 심판은 비디오판독(VAR) 온필드리뷰를 하고서 레드카드로 바꿔 들었다.
서울은 더 거세게 포항 진영을 몰아쳤다.
전반 32분 루카스가 수비라인을 절묘하게 뚫어내며 황도윤의 침투 패스를 오른발 슈팅으로 마무리해 추가골을 뽑았다.
전반 48분에는 린가드의 패스를 둑스가 골대 왼쪽을 찌르는 왼발 감아차기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해 3-0을 만들었다.
밀리던 포항은 후반 29분 김동진의 크로스에 이은 이동희의 헤더로 한 점을 따라붙었다.
포항의 추격골은 대승을 향한 서울 선수들의 의욕만 자극할 뿐이었다.
이달 초 영입한 클리말라가 류재문의 전진 패스를 오른발로 마무리해 3점 차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클리말라의 K리그 데뷔골이다.
포항 입단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은 기성용은 이날 출전 선수 명단에 들지 못했고, 서울 구단에 인사차 경기장을 찾았다가 VIP룸에서 경기를 관전했다.
ahs@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6월29일 21시00분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