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창간한 미국 보수 성향 격월간지 ‘디 아메리칸 컨서버티브’의 공동 창립자 스콧 매코널은 지난달 22일(현지 시간) X에 이렇게 썼다. 이란 전쟁을 반대하는 그는 J D 밴스 미국 부통령이 ‘수정헌법 25조’를 발동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직무를 대행해야 한다는 대담한 주장을 폈다.
25조는 1963년 존 F 케네디 전 미 대통령의 암살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당시 대통령직을 승계한 린든 존슨 전 부통령까지 대통령직 수행이 불가능해지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가정할 경우, 참고할 만한 헌법 규정이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탄생했다.
이에 미 의회는 1967년 대통령이 사망, 사임, 면직 또는 직무 수행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승계하거나 직무를 대행하는 25조를 도입했다. 특히 25조 4항은 부통령과 내각 과반수가 대통령의 직무 수행이 부적합하다고 판단하면 대통령을 해임할 수 있도록 했다.미국 역사상 이를 통해 정권 이양이 이뤄진 적은 없다. 대통령 탄핵보다도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탄핵은 435석인 하원에서 과반, 100석인 상원에서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받아야 가능하다. 반면 수정헌법 25조에 따른 대통령의 강제 교체는 상·하원에서 각각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1952년생인 매코널은 컬럼비아대를 졸업하고 내셔널리뷰, 뉴욕포스트 등에서 일한 원로 언론인이다. 25조를 이용한 트럼프 대통령의 교체가 현실성이 없음을 모를 리 없다. 그런데 왜 이런 주장을 할까. 이란전 발발 및 장기화에 대한 미국 보수층 일각의 불만이 그만큼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매코널은 2016년, 2020년, 2024년 세 번의 대선에서 모두 트럼프 대통령을 찍었을 만큼 강성 트럼프 지지자였다. 반전(反戰)주의자를 자처하는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라크 전쟁을 ‘거대한 실수’라고 부르고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의 철수 논의를 본격화한 것을 높이 평가했다. 그랬던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2기에 거듭 이란과 전쟁을 벌이고 세계 곳곳에 개입하자 대통령 교체까지 언급할 만큼 강한 불만을 표하고 있다. 지난달 25∼28일 ‘보수 텃밭’ 텍사스주 그레이프바인에서 열린 우파 진영의 연례 최대 행사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감지됐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첫 법무장관 후보로 지명됐지만 성비위 의혹 등으로 낙마한 맷 게이츠 전 공화당 하원의원은 이란과의 지상전 가능성이 “미국을 더 가난하고 덜 안전하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백악관 수석 전략가를 지낸 스티브 배넌 또한 “옳은 일이라는 확신이 있어야 지상전이 가능하다”고 동조했다. 강경보수 논객 터커 칼슨, 메긴 켈리 전 폭스뉴스 앵커, 보수 성향 팟캐스터 조 로건 등도 이란전 장기화와 지상전 가능성을 우려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 때부터 CPAC에 단골로 참석했지만 올해 불참한 것 또한 보수 내 이란 전쟁 반대 및 비판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자신의 핵심 지지층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조차 이란 전쟁에 관해서는 자신을 100% 지지하지 않는다는 점을 의식했다는 것이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2024년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한 많은 젊은 남성 유권자들이 전쟁에 따른 미국 경제 악영향 가능성, 이로 인한 자신의 생계 문제를 우려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당시 대선 승리의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집권 공화당의 새로운 집토끼로 여겨지는 젊은 남성들이 올 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을 이탈한다면? 그 여파는 2028년 대선 결과는 물론이고 트럼프 대통령의 퇴임 후 거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정민 국제부 차장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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