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을 보는 눈에도 암과 같은 종양이 생긴다. 김민 강남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안종양 환자를 치료한다. 통상 안과 의사는 눈에만 집중해 질병 치료법을 설계하는데 김 교수는 다르다. 환자의 전신 상태를 파악하며 진료한다. 암이 어디서 출발했는지 뿌리를 찾아내는 게 중요해서다. 그는 “안과 의사지만 폐암이나 유방암을 진단한 사례도 있다”며 “환자의 안구 기능을 최대한 살리면서 종양을 잘 없애는 게 목표”라고 했다.
◇ 美서 안종양 전임의 활동
김 교수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미국 안과 전문병원에서 안종양 전임의를 지낸 의사다. 전국 각지에서 안종양 의심 환자가 그를 찾는다. 국내 안종양 환자의 70%가량은 그가 책임진다. 안과에서도 안종양은 비인기 분야다. 시력 교정 수술, 백내장 수술 등 ‘돈 잘 버는 분야’로 의사가 몰리면서 종양을 보는 안과 의사는 국내에 다섯 명이 되지 않는다. 의사가 적으면 치료 수준이 떨어질 수 있다. 김 교수는 “질환이 희소하다 보니 전공하는 의사가 없고, 이 때문에 과거엔 환자가 제때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조차 힘들었다”며 “국내 안종양 환자도 제대로 된 치료를 받도록 돕겠다는 생각에 전공을 택했다”고 했다.
안종양은 형태가 다양하다. 눈 표면에 발생하기도 하고 안구 안쪽에 생기기도 한다. 종양은 양성과 악성(암)으로 나뉜다. 통상 다른 장기에 생긴 양성 종양은 암보다 위험도가 높지 않은 것으로 평가한다. 안구는 다르다. 양성 종양도 계속 크기가 커지면 시력이 떨어지거나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안구 내 망막 부분에 생기는 ‘망막혈관 모세포종’, 망막 바깥쪽 맥락막 부위 혈관이 뭉치는 ‘맥락막 혈관종’, 뼈조직이 자라는 ‘맥락막 골종’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을 조기에 감별해야 환자의 시력을 살리고 안구 적출을 막을 수 있다.
◇ 안종양 인식 높이는 교육도
흑색종과 같은 악성 종양을 발견하면 환자 생명을 살리는 게 최우선 목표다. 눈에 생긴 암도 폐와 뼈 등 다른 장기로 전이될 수 있다. 빠르게 판단해 항암 치료를 해야 한다. 안종양의 악성과 양성을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은 영역이다. 악성 여부를 확인하려면 조직을 떼야 한다. 종양이 안구 안쪽에 있으면 검사 자체의 난도가 올라간다. 이 때문에 과거엔 양성 종양 환자도 악성으로 의심되면 안구를 적출해야 했다.
김 교수는 불필요한 안구 적출을 막는 방법을 찾기 위해 2019년 미국 연수를 떠났다. 미국은 한국보다 안종양이 10배가량 흔하다. 그는 세계 최고 안종양 병원인 미국 윌스안과병원에서 1만여 명에 이르는 안종양 환자를 치료했다. 환자 치료 경험이 쌓이자 임상 양상만으로도 종양의 악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게 됐다. 악성으로 의심되지만 크기가 작다면 ‘근접 방사선 치료’도 활용한다. 방사선이 나오는 금속판을 종양 부위에 대고 정확한 선량을 쪼여 없애는 방법이다. 김 교수는 “여전히 1~2년에 한 번 정도는 안구 적출 수술을 하지만 그 수를 최대한 줄이려고 한다”고 했다.
안종양은 조기에 발견하는 일이 쉽지 않다. 질환 초기에 나타나는 염증 등은 다른 안과 질환이 있을 때도 생기는 흔한 증상이다. 눈에 물이 차면서 시력이 떨어지는 것도 마찬가지다. 황반변성 등 다른 망막 질환과 구별하기 힘들다. 치료 경험이 쌓인 미국은 안종양 환자 상당수가 초기 환자다. 한국은 대부분 후기 환자다. 김 교수가 국내 망막 전문의가 모인 곳을 찾아 인식 개선 강의를 하는 이유다. 그는 “동네 안과 의사들이 안종양 의심 증상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며 “4년 전부터 매년 대한안과학회에서 한 시간씩 ‘안구 종양학 개론’ 강의를 하고 있다”고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조기 발견 환자’가 늘어나는 것은 그에게 큰 보람이다.
◇ “시력 선물하는 게 보람”
악성 안종양 환자라면 전신 상태도 파악해야 한다. 그는 “악성 안종양 환자는 다른 장기 등에 있을지 모르는 ‘숨은 암’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폐암, 유방암 등 다른 암이 의심되면 전신 검사를 권한다. 환자가 ‘왜 불필요한 검사를 하려 하냐’며 추가 검사를 거부하는 경우도 흔하다. 그에겐 가장 안타까운 일이다.
김 교수는 최근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던 영역에 도전해 글로벌 치료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20㎜ 크기 대형 안종양 환자도 안구 적출 없이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을 학계에 보고했다. 안구 직경은 24㎜ 정도다. 안구 상당 부분이 암으로 덮여도 치료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미국안과학회 초청을 받아 의사들 앞에서 이 치료법을 강연했다. 머리카락처럼 가는 바늘로 안종양 환자의 암세포를 채취할 수 있다는 것을 2020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입증했다. 이를 이용해 전이 위험도 등을 파악하고 치료 성적을 높였다.
안종양 환자가 가장 많은 연령대는 50~60대다. 이들에겐 흑색종이 흔하다. 눈에 생긴 점이 두꺼운 데다 크기가 계속 커진다면 검사받는 게 좋다. 영유아 시기엔 망막 모세포종을 주의해야 한다. 사진을 찍거나 빛을 비춰 봤을 때 아이 동공이 흰색으로 보인다면 의심해야 한다. 그는 “갑자기 시력에 변화가 있다면 안과를 찾아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며 “40세부터는 2~3년에 한 번 안과 검진을 받는 게 좋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 약력
1998년 존스홉킨스대 졸업
2023년 연세대 의대 졸업
2009~2011년 국군 서울지구병원 안과장
2012년~현재 강남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
2019~2020년 美 윌스안과병원 안구종양 전임의
2024년~현재 강남세브란스병원 안과 과장

2 hou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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