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경쟁 업체의 기술력을 배우고 공부하겠다.” ‘MWC 2025’ 개막일인 3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현장에서 기자간담회를 연 조성대 삼성전자 MX사업부 부사장의 말이다. 전날 공개된 ‘샤오미15 울트라’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지자 그는 “카메라 기술은 단순히 하드웨어 측면에서 볼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요인을 융합해 살펴야 한다”며 “렌즈, 센서,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 가장 적합한 조합을 찾는 것이 회사의 실력”이라고 말했다.
MWC 2025에선 중국의 스마트폰 기술력이 관람객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피라그란비아 1관 전체를 차지한 화웨이 전시관은 세계 최초 트리폴드 스마트폰 ‘메이트 XT’를 보려는 이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지난해 중국에서 출시돼 지난달 글로벌 판매를 시작한 제품이다. 두 개의 힌지를 통해 화면이 ‘Z’ 모양으로 접히며, 화면을 모두 펼쳤을 때 두께가 3.6㎜에 불과하다. 화웨이 전시관은 스마트폰을 들고 화면을 접어보려는 사람들로 종일 붐볐다.
중국 스마트폰에 대한 관심 폭증은 올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 중국 업체가 대거 참가하지 못한 데다 삼성전자, 애플 등 스마트폰 ‘빅2’가 이미 자사 최신 폰을 공개한 게 큰 영향을 미쳤다. 현장에선 중국의 스마트폰 기술력을 두고 “더 이상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제품이 아니다”는 반응이 많았다.
샤오미가 라이카와 협업해 내놓은 플래그십 제품 샤오미15 울트라만 해도 판매 가격이 1499유로(약 228만원)에 달한다. 스페인에서 판매 중인 갤럭시S25 울트라(1459유로)보다 비싼 가격이다. ‘가성비의 샤오미’라는 말도 옛말이 됐다. 윌리엄 루 샤오미 사장은 “AI와 운영체제, 칩셋 등 핵심 기술에 투자를 꾸준히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중국 리얼미는 온도에 따라 색상이 바뀌는 스마트폰 ‘리얼미14 프로’ 시리즈를 공개했다.
중국 업체들의 또 다른 특징은 구글과의 협력 강화다. 미국 제재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쓸 수 없는 화웨이를 제외하면 다른 대부분 중국 업체가 안드로이드 OS와 제미나이를 기기에 결합했다. 구글과의 끈끈한 관계를 바탕으로 AI 기능을 내세운 삼성전자에는 차별화 포인트가 하나 사라지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1월 ‘갤럭시 언팩’을 통해 공개한 갤럭시S25 시리즈를 중심으로 전시관을 채웠다. 당시 큰 호응을 얻은 역대 갤럭시S 시리즈 중 가장 얇은 디자인의 ‘갤럭시S25 엣지’와 최초의 안드로이드 혼합현실(XR) 헤드셋 ‘프로젝트 무한’을 전시했다.
바르셀로나=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