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쇼헤이(32·LA 다저스)도 비슷하게 생각했던 모양이다. 오타니는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앞두고 일본 오사카에서 치른 두 차례 연습 경기에서 5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그리고 4일 대회 현장인 도쿄돔에서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해 ‘컨디션 관리 차원에서 의식적으로 하지 않는 행동’에 관한 질문을 받았다. 대답은 이랬다.
“선수는 기본적으로 연습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할 수 있을 때는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시즌 초라 선수들이 감각적으로 100% 상태까지 (컨디션을) 끌어올리기 어려운 시기다. 그런 가운데 쉬는 것도 용기이고 (연습을) 하지 않는 것도 연습 방식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디까지 하고 어디부터는 하지 않을지는 결국 선수 개개인의 판단에 달려 있다.”
대회 개막 후 오타니는 완전히 달라졌다. 조별리그 첫 경기였던 대만전 첫 타석에서 2루타를 친 뒤 그다음 타석에서 만루홈런을 쏘아 올렸다. 이후 9일까지 타율 0.556(9타수 5안타)에 2홈런, 6타점을 기록하면서 일본의 전승을 이끌었다. 이 정도면 연습 경기에서 안타를 치지 못했던 게 ‘의식적 부진’이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미국 작가 제니 오델(40)은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오델은 2019년에 펴낸 책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있어야 유지와 회복, 보살핌이 가능하다’고 썼다. 쉬어야 다시 잘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니다. 쉬는 것 자체가 인간에게 본질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오델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은 아이러니하게도 일종의 행동 계획”이라고 했다.
그래서 다시 한번 쉬는 데는 용기가 필요하다. ‘휴식이 중요하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도 막상 ‘쉬어야겠다’고 마음먹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또 적지 않은 이들이 ‘잘 쉬는 방법’도 알지 못한다. 오타니처럼 ‘쉴 자격’을 갖춘 이들만이 잘 쉴 수 있다는 게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인지 모른다. ‘성과’를 증명하지 못한 이들에게는 휴식 시간에도 늘 불안이 따라다닌다.
남들이 ‘팔자 좋다’고 흔히 평하는 스포츠 기자 생활도 이 역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오타니가 휴식을 강조하고 나서 어떤 활약을 펼쳤는지 전하려 가족과 떨어진 이역만리에서 주말도 반납한 채 노트북을 펼쳐야 한다. 아이 생일을 챙기지 못한 스포츠 기자가 한둘이 아니고, 그 아이들이 크면서 스포츠를 멀리하게 됐다는 사연도 심심찮게 들린다. 도쿄 하네다 공항에서 이 ‘광화문에서’를 마무리하고 나면 한국이 대회 2라운드 경기를 치르는 미국 마이애미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이코노미석에 15시간 넘게 갇혀 있어야 하는 ‘강제적 휴식’이 기다린다. 이렇게라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을 실천할 수 있으니 역시나 팔자 좋은 스포츠 기자의 배부른 투정이려나.황규인 스포츠부 차장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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