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부효율부(DOGE)의 수장인 그가 연방 공무원 10%를 자르겠다고 압박하고, 재무부와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의 기밀정보 접근권까지 얻으면서 월권이라는 비난이 쇄도했다. 아무리 대통령의 최측근이더라도, 엄연히 민간인이었던 그가 대체 무슨 권한으로 과격한 행보를 밀어붙이는 걸까.
백악관은 3일(현지 시간) 머스크가 특별공무원(SGE)으로 임명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SGE는 정부의 전문성과 민첩성을 위해 외부 전문인력을 1년에 최대 130일까지 임시 고용할 수 있는 제도다. 백악관 안에서 공적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을 마련해준 셈이다.
과거 미국 행정부들도 활용해 온 SGE는 일반 공무원보다 윤리규정과 감독이 느슨해 투명성 우려가 꾸준히 제기됐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도 민주당의 오랜 로비스트 애니타 던을 SGE로 임명했었다. 훗날 던은 ‘SGE는 재산공개를 할 의무가 없다’는 허점을 악용했다며 이해 상충 논란을 일으켰다. 2016년 힐러리 클린턴 당시 국무장관도 측근들을 SGE로 임명해 정부 내부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했다는 지적을 받았다.머스크도 큰 틀에선 비슷한 비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그는 단순한 정치 로비스트가 아니다. 테슬라, X, 스페이스X 등 다양한 글로벌 기업을 운영하는 세계 1위의 억만장자 기업가다. 트럼프 대통령을 뒷배로 둔 그의 국제적 영향력과 정치적 지위는 전례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머스크가 부리는 DOGE의 젊은 엔지니어들이 무슨 신분으로 고용됐는지는 명확히 알려지지도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토록 외쳐온 ‘딥스테이트(연방정부 관료조직 내 기득권 집단) 해체’ 작업의 전면에 나선 인물이 거대한 이해 상충 논란의 중심에 섰다는 점도 모순적이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의 헌법 전문가인 마이클 게르하르트 교수는 “미국 정부에서 외부인이 이토록 자유로운 권한을 부여받은 것은 사상 처음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연방법원은 최근 DOGE가 밀어붙인 개혁 작업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민주당도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벌이는 쿠데타”라며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반대로 보수진영은 머스크가 휘두르는 ‘망치’를 보며 기뻐하고 있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SGE 제도 자체가 ‘정부와 민간의 경계’를 흐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연일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머스크의 작업이 어느 한 진영에서라도 분명한 지지를 얻게 된다면 이렇게 ‘흐려지는 경계’는 저지의 대상이 아닌,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 될 가능성이 크다.SGE 제도는 권력자의 막후 측근들이 양지에서 공개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해 주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SGE가 결국 새로운 의미의 ‘비선 실세’를 강화하는 계기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선출되지 않은 권력을 투명하게 감시해 공공의 이익을 지킬 방안을 도출하는 수밖에는 없다.
홍정수 국제부 기자 hong@donga.com
- 좋아요 0개
- 슬퍼요 0개
- 화나요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