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고환율이 경제에 유리하다고 평가받던 때가 있다. 수출기업 제품의 달러화 표시 가격이 낮아져, 그만큼 가격 경쟁력이 생겨서다. 요즘은 다르다. 원자재 수입 가격이 높아져 원가 부담이 늘어나는 게 문제다. 고환율 여파로 한국 경제는 초라해지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3년 만에 일본과 대만에 역전당했다. 경제성장률이 낮았던 영향도 있지만 고환율이 크게 작용했다. 많은 국민은 가만히 있어도 한국 경제의 가치가 녹아내린다며 걱정이 크다.
이런 걱정과 달리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는 지난달 31일 환율에 대해 “큰 우려는 없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위기라고 호들갑 떨 일은 아니다. 하지만 고환율은 보이지 않게 생활 경제를 갉아 먹는다. 수입 물가를 올려 결국 소비자물가도 끌어올린다. 환율이 오르는 속도가 더 걱정이다. 원화 가치는 중동 전쟁 이후 한 달 새 4% 넘게 떨어지며 주요국 통화 중 가장 큰 하락 폭을 보였다.
정부는 원화 가치 추락 속도가 유독 빠른 이유 중 하나로 ‘서학 개미’가 미국 증시로 달러를 끌어가는 걸 꼽는다. 그 이면에 더 복잡한 요인들이 있다. 미국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높은 상태가 길어져 더 높은 수익을 노린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간 영향도 있다. 미국 관세 압박으로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대한 불안감도 반영됐다.고환율 속도는 당분간 더 문제가 될 수 있다. 올해 7월부터 국내 외환시장이 24시간 거래되면 외환이 더 활발하게 유통된다. 외환시장 개방은 장기적으로 외환을 분산시켜 변동성을 완화할 수 있지만, 당장은 우리가 잠든 동안 환율이 급등할 위험을 안고 있다. 또 대미투자특별법이 6월경부터 발효되면 달러 이동에 가속이 붙을 수 있다.
고환율을 제어할 수단도 마땅치가 않다. 가계 부채와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우려로 한국은 금리를 쉽게 올리기 힘든 게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전쟁 추경’으로 지난해 추경 사업 ‘민생 회복 소비쿠폰’(12조1709억 원)의 40%가량인 현금이 풀린다. 에너지 취약 계층만이 아니라 중산층까지 아우르는 소득 하위 70%가 대상이다.
돈을 많이 찍어내기 시작할 때는 좋은 효과가 먼저 나타나고 나쁜 효과는 나중에야 나타난다. 술을 마시기 시작할 땐 기분이 좋지만, 나중 숙취에 시달리는 이치와 같다. 1960년대 스태그플레이션 해법을 제시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밀턴 프리드먼의 말이다. 숙취가 몰려오기 전에 고물가, 고환율 대책을 더 긴장감 있고 면밀하게 마련해야 한다.조은아 경제부 차장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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