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이유종]글로벌 금융허브 꿈꾸는 부산, ‘제2월가’ 마이애미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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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종 정책사회부 차장

이유종 정책사회부 차장
헤지펀드 시타델의 창업주 켄 그리핀은 2022년 본사를 미국 시카고에서 마이애미로 옮겼다. 그는 “마이애미는 미국의 미래를 대표한다. 뉴욕과 마이애미 모두 장기적으로 미국의 중요한 금융센터로 최적의 장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타델은 현재 650억 달러(약 88조 원)가 넘는 금융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휴양지로 널리 알려진 마이애미가 글로벌 금융 중심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2020∼2023년 56개 투자회사가 뉴욕에서 마이애미로 본사를 옮겼고, 이와 함께 1조 달러(약 1360조 원)가 넘는 돈이 이동했다. 500개가 넘는 금융사들은 마이애미 일대에 본사를 마련했고 골드만삭스, 블랙스톤, 스타우드 등 주요 투자사도 거점을 만들었다. 월가 금융인이 주요 고객인 맨해튼의 유명 레스토랑 ‘해리스’는 지난해 마이애미에 지점을 열었다. 이미 마이애미는 ‘월스트리트 사우스(Wall Street South)’라고 불리고 있다.

과거 금융업은 대면 접촉을 기반으로 했다. 증권거래소에서 주가 등락에 따라 육성을 높이며 주식을 사고팔았고 매매 결과는 수기로 기록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이 디지털로 전환되면서 월가 집중도는 상대적으로 하락했고, 월가 밖에서 활동하는 금융사도 많아졌다. 트레이더는 더 이상 거래소에 상주할 필요가 없게 됐고 런던, 싱가포르 등 전 세계 사무실과 화상회의를 하며 투자를 결정하기 시작했다.

더구나 금리가 0%에 가까워지면서 고객은 더 이상 은행에만 돈을 맡기지 않게 됐다. 은행은 더 이상 금융을 지배하지 않는다. 젊은 금융 전사들은 화창한 날씨와 바다를 만끽할 수 있는 마이애미로 향하기 시작했다. 호텔 그랜드볼룸은 개조돼 트레이딩센터로 쓰였다. 허리케인이 자주 발생하는 마이애미는 이동식 전력 시스템을 잘 갖추고 있었고 갑작스럽게 늘어난 전력 및 컴퓨터 서버 부하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었다. 상대적으로 세금도 적었고 규제도 느슨했다.

글로벌 금융허브는 부산의 오랜 꿈이다. 정부는 2009년 1월 부산을 선박금융과 파생금융 중심지로 지정했으며 문현혁신도시에는 한국거래소,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등이 입주했다. 하지만 단순하게 금융사 몇 개를 옮겨서 금융허브로 도약할 수는 없다. 한국거래소는 2007년부터 본사를 부산에 두고 있지만 여의도 영향력은 여전히 절대적이다.

부산이 선박금융을 넘어 금융허브로 도약하려면 보다 차별화되는 유인책을 만들어야 한다. 금융인재를 흡입할 정주 환경, 교육, 세제 혜택 등 매력적인 투자 여건도 더 필요하다. 다행스럽게도 올해 9월 블록체인 거래소인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가 개장한다. 새로운 금융시장을 발굴해 유치하고 답보 상태지만 위안화 역외 허브 구상도 계속 추진할 필요가 있다.

미국 주(州)와 도시들은 끊임없이 서로 경쟁하며 몸값을 높이고 있다. 석유산업 메카인 텍사스는 최근 빅테크의 새 중심지로 떠올랐다. 테슬라는 오스틴에서 자율주행 무인택시를 출시했고 애플은 휴스턴에 인공지능(AI) 시스템용 서버를 구축할 계획이다. 테크 기업은 운영 비용이 적게 들고 규제가 엄격하지 않기 때문에 텍사스로 이동한다. 금융투자는 지중해 호텔이나 동남아 휴양지에서도 가능하다. 금융 변혁기는 부산에도 충분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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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종 정책사회부 차장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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