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전체 세수에서 근로소득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역대 최대로 불었다. 지난해 근로소득세 세수는 전체 국세 수입의 18.1%를 차지했다. 5년 새 5%포인트 뛰었다. 2년 연속 이어진 세수 펑크에도 직장인이 전체 세금의 5분의 1가량을 책임진 셈이다. 급여에서 미리 떼어 ‘유리 지갑’으로 불리는 근로소득세가 재정의 버팀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걷힌 전체 세금은 정부가 예산을 짤 때 잡았던 세수보다 30조8000억 원 모자랐다.
월급에 매기는 근로소득세는 가파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걷힌 근로소득세는 5년 전의 1.6배로 늘었다. 매년 물가가 오르면서 급여명세서에 찍히는 월급도 일정 수준 함께 오르는 데다 임금근로자 수 자체도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확산됐던 2020년 한 해를 제외하면 임금근로자는 최근 들어 매년 늘었다. 반면 법인세는 반도체 불황 등의 여파로 2019년보다 오히려 9조7000억 원 줄었다.
올해도 벌써 세수가 부족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데 하나의 세금에 대한 의존도가 빠르게 커지는 건 문제다. 게다가 직장인 10명 중 3명은 근로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다. 각종 소득공제와 세액공제를 받은 결과 최종적으로 내야 할 세금이 0원으로 결정된 면세자는 2023년 전체 근로소득자 2085만 명 중 689만 명(33%)이었다. 여전히 일본(2020년·15.1%)의 2배가 넘는 수준이다. 같은 해 기준으로 연봉 1억 원이 넘는 이들이 납부한 근로소득세도 전체의 63.5%를 차지해 비중이 전년보다 0.8%포인트 커졌다. 세금을 내는 근로자들의 부담만 커지고 있는 것이다.더욱이 정부가 깎아주는 세금은 세수가 늘어나는 폭보다 더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16년부터 10년간 국세 감면액은 연평균 8.1% 증가했는데 전체 국세 수입은 6.6% 늘었다. 2023년과 2024년에 깎아준 세금만 이미 141조 원이 넘었고 올해도 국세 감면액은 78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깎아주는 세금이 많아지면 세입 기반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전면적인 조세 개혁을 추진했던 노무현 정부 당시 세정 당국은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라는 표현을 많이 썼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넓은 세원’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넓은 세원은 ‘내가 내는 세금이 늘어날 수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져 거부감이 크기 때문이지 싶다. 저출산, 고령화 등으로 나랏돈을 써야 할 곳은 점점 많아지고 있다. 넓은 세원이라는 조세 원칙을 다시 짚어봐야 할 때가 됐다. 세금을 더 내야 하는 이유를 자세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한다면 불만이 있더라도 납득할 수 있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박희창 경제부 차장 rambl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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