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박훈상]‘만독불침’ 대통령의 부동산 승부수

1 month ago 16

박훈상 정치부 차장

박훈상 정치부 차장
“무협지적 화법으로 말하자면 나는 ‘만독불침(萬毒不侵)’ 경지다.”

이재명 대통령이 연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무기로 ‘부동산 정치’를 펼치는 모습을 보면서 2018년 경기도지사 시절 발언이 떠올랐다. 만독불침은 만 가지 독에도 침범당하지 않는다는 말로 사실상 어떤 독에도 죽지 않는 경지에 이르렀다는 뜻이다.

이 대통령은 최근 ‘망국적 부동산’ 정상화의 최전선에 섰다. “시장을 이기는 정부도 없지만 정부를 이기는 시장도 없다”며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을 뜯어고치겠다고 공언했다. 먼저 5월 9일 다주택자 중과세 유예 종료를 못 박으며 다주택자를 상대로 전면전에 돌입했다. ‘날벼락 아니냐’는 반발에는 ‘저급한 사익 추구 집단’, ‘불로소득 돈벌이’라며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경고했다. 국민의힘이 ‘협박하느냐’, ‘부동산 배급제냐’고 공세를 퍼부어도 이 대통령은 “망국적 부동산 투기 옹호도, 시대착오적 종북몰이도 이제 그만하라”며 반박했다.

만독불침적 대응, 즉 자신을 향한 공격을 투기 세력의 저항, 망국적 투기 두둔으로 규정하고 ‘집값 잡기’ 에너지로 삼은 것이다. 이 대통령은 ‘계곡 정비식’ 부동산 정책 집행 의지도 드러냈다. 경기도지사 시절 “엄청난 저항이 있겠지만 저항을 뚫고 해보자”며 계곡 정비를 진두지휘했던 기세로 ‘정부를 거스르기 어렵겠구나’라는 시그널을 준 것이다. 여기에 무주택자, 청년층의 호응 덕인지 대통령의 60% 안팎의 지지율도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다.

일단 이 대통령의 기세가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다주택자 중과세 유예 종료, 임대주택 양도세 혜택 축소 예고 등에 강남권과 한강벨트를 중심으로 아파트 매물이 늘고 있다. 코스피 5,500 돌파로 이 대통령이 던진 ‘머니 무브’ 패러다임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자본의 생리, 투자 욕망을 잘 아는 이 대통령이라면 문재인 정부와는 다를 것이란 기대다.

‘난공불락’ 부동산과의 승부는 지금부터다. 만독불침 대통령도 혼자서 싸울 수 없다. 청와대는 부동산 정책 실패를 자인한 문재인 정부와의 차이점에 대해 “입법권과 행정권을 총동원할 수 있는 정부”라고 강조했다. 마음만 먹으면 야당의 온갖 공세에도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절대다수 여당, 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행정부가 다른 결과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추진되는 사법개혁안의 입법 속도에 비해 9·7 공급대책 후속 입법 처리 속도는 현저하게 느리다.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대통령 혼자서 문제를 다 들어낼 수 없다”고 토로한 날 열린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스마트폰으로 ‘쇼츠 영상’을 보는 장면이 포착됐다. 이 대통령은 설 연휴를 앞두고 “다주택자가 버텨서 성공한다면 망국적 부동산 투기를 잡으려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배수진을 쳤다. 이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투기세력이 비집고 들어올 틈새가 생기지 않도록 하라”고 주문했다. 그 틈이 집권 여당과 행정부 안에 있는 것은 아닌지, 내부의 독(毒)부터 살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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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훈상 정치부 차장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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