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의 수상은 최근 K콘텐츠의 혼종적 양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엄밀히 말해 이 작품에 ‘메이드 인 코리아’란 꼬리표를 붙이기 어렵다. 한국계 캐나다인 감독과 한국계 미국인 작곡가가 의기투합했고, 소니픽처스 제작으로 넷플릭스에 공개됐던 작품이다. 그런데도 ‘골든’의 수상을 K팝의 새 역사로 받아들이는 데 누구도 이의를 갖지 않았다. K콘텐츠의 영역이 이제는 국적과 국경의 한계에 한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지난달 보도한 ‘K팝에서 K를 떼겠다는 위험한 실험’이란 기사도 K의 이런 영토 확장세를 잘 보여준다. 매체에 따르면 일부 음악업계 관계자들은 K팝에서 ‘K’를 빼려는 계획을 검토 중이다. 지역적 틀에 음악을 가두지 않고 글로벌 시장 전반으로 K팝의 영향력을 확대시키기 위해서다.
물론 아직 이런 시도는 한국적 정체성 희석, 기존 팬덤 약화 등 위험성이 더 높다고 평가되지만, 이런 논의가 시작된 것 자체가 K라는 무형의 브랜드에 대한 자신감을 방증해준다. 특정 클리셰가 ‘한국적인 것’으로 정의될 수는 없다는 자신감이다.글로벌 팬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후배’ ‘언니’는 한국의 로마자 표기 원칙과 무관하게 ‘hoobae’ ‘unni’로 쓰인다. 원래는 ‘hubae’ ‘eonni’로 쓰는 게 정확하지만, 팬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표기가 재구성된 것이다. 이런 단어를 한국 맞춤법에 맞지 않으니 틀린 것이라고 재단할 수 없다. K컬처 역시 더는 한국인이나 한국적 규칙대로 만들어진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최근 출간된 책 ‘한류를 읽는 안과 밖의 시선’에서는 국가적 정통성을 넘어 초경계적인 관점에서 한류를 다시 바라봐야 할 때가 왔다고 제언한다. “한국성은 글로벌 환경 속에서 희석되는 정적 정체성이 아니라, 복합성과 상호작용 속에서 끊임없이 갱신되는 과정으로 나타난다”는 지적이다.
요즘 유튜브엔 한국 스타일 순두부찌개나 볶음밥 레시피가 자주 등장한다. 순두부찌개에 고추장과 김치를 넣어 볶거나, 안남미에 스리라차 소스를 넣은 볶음밥은 우리 눈엔 도저히 한국 음식이라고 할 수 없어 보인다. 하지만 ‘한국 스타일’이란 말에서 이들이 이미 예고했듯 K콘텐츠나 K컬처는 이제 우리 손을 떠난 새로운 문화 현상이 된 게 아닌가 싶다. 한 가지 분명한 건 한류로 일컬어지던 K가 이제는 변종과 보편화를 동시에 말할 정도로 광범위한 현상이 됐다는 점이다. 이런 시대 ‘한국적인 것’은 새로운 차원으로 진화할 수밖에 없다.박선희 문화부 차장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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