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강경석]숲속 리조트에 모인 사법부… “국민 피해” 외친 건 말뿐이었나

6 days ago 6

강경석 사회부 차장

강경석 사회부 차장
최근 사법부 내에선 전국 법원장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회의가 유독 자주 열렸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한 사법제도 개편에 대해 대응 방안을 논의하다 보니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에서 법원장들이 머리를 맞대고 마라톤 회의를 여는 일이 허다했다.

지난해 9월 12일엔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문제와 대법관 증원 방안 등을 놓고 법원행정처장과 각급 법원장 42명이 대법원 청사에 모였다. 오후 2시부터 7시간 반 동안 저녁 식사를 도시락으로 해결하며 난상 토론을 벌인 끝에 위헌 우려를 표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내란특별재판부에 대해 “그게 무슨 위헌이냐”고 말한 지 하루 만이었다.

이어 지난해 12월 5일에도 대법원 청사에서 전국 법원장회의가 열렸다. 통상적으로 3∼4월과 12월에 개최하는 정례회의 성격이었지만 당시 민주당이 내란재판부에 더해 법왜곡죄 신설까지 추진하면서 예년과 달리 위기감이 팽배했다. 법원장들은 이날 6시간 동안 회의를 이어간 뒤 “재판의 중립성과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훼손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민주당이 올해 들어 재판소원제 도입과 법왜곡죄 신설, 대법관 증원 등 사법 3법 처리에 속도를 내자 법원장들은 지난달 25일 대법원 청사에서 임시 회의를 긴급 소집해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날 4시간 45분간 진행된 회의 직후 법원장들은 “사법제도의 근본적 개편은 돌이키기 어려운 중대한 부작용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민주당이 지난달 26∼28일 사법 3법을 잇달아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자 들끓던 사법부는 언제 그랬냐는 듯 잠잠해졌다. 법원장회의도 사뭇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달 12, 13일에는 1박 2일 일정으로 충북 제천시에 있는 포레스트 리솜 리조트에서 전국 법원장 간담회가 열렸다. 사법제도 개편에 대한 후속 조치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그러나 굳이 ‘대자연에 둘러싸인 프라이빗 산장 빌라’를 콘셉트로 내세운 리조트에서 모였어야 했는지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게다가 간담회가 시작된 12일은 앞서 조희대 대법원장이 직접 “국민에게 엄청난 피해가 가는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던 사법 3법이 공포돼 시행된 첫날이었다. 법원 관계자는 “2024년 3월에도 같은 장소에서 1박 2일 일정으로 법원장 간담회를 열었다”고 설명했다. 2023년과 지난해 3월에는 충남 부여군에 있는 롯데리조트에서 이틀간 간담회가 진행됐는데 격년 주기로 장소가 바뀌었을 뿐이라는 것.

재판소원제를 도입하는 법안이 본회의에서 처리된 지난달 27일에도 사법부 안팎에선 대조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이날 오전엔 박영재 법원행정처장이 사법 3법 강행 처리에 반발해 사퇴했는데, 오후 6시 대법원 중앙홀에선 노태악 전 대법관 퇴임을 기념하는 팝페라 테너 임형주의 ‘함께하는 공감콘서트’가 열렸다. 당시 대법원 관계자는 “중앙홀에서 독창회 형식의 콘서트를 연 것은 대법원 개원 78년 만에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밖에선 사법 3법 반대를 외치던 사법부가 정작 안에선 다른 행보를 이어간 걸 보면 “국민에게 엄청난 피해가 간다”던 경고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야 할지 망설여진다.

광화문에서 >

구독

이런 구독물도 추천합니다!

  • 청계천 옆 사진관

    청계천 옆 사진관

  • 정경아의 퇴직생활백서

    정경아의 퇴직생활백서

  • 정기범의 본 아페티

    정기범의 본 아페티

강경석 사회부 차장 coolup@donga.com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