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현지시간) 멕시코 사포판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1차전 한국과 체코의 경기에서 오현규가 역전골을 터뜨린 후 기뻐하고 있다.
오현규가 역전골을 넣던 순간, 한국 벤치는 울컥했습니다. 스태프 중엔 눈시울이 붉어진 이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동안의 서러움과 울분, 그리고 희열과 카타르시스, 성취감 등이 섞였습니다. 어떤 하나의 감정을 콕 집어내기 어렵습니다.
누군가는 "인생을 건다"는 표현이 구시대적이고, 전근대적이라고 비판할지도 모르지만 월드컵에서의 한 경기는 여전히 그렇습니다. 이 한 경기에 선수들은 모든 걸 겁니다. 어떤 명예나, 돈, 또는 성장의 발판이라기보다, 내가 평생을 '꿈꿔온 무대'에 대한 자세이고, 이 무대를 함께 꿈꿔온 수많은 동료들의 마음을 모아 대신 뛴다는 '사명감'입니다. 그러니 여기에 내 인생의 전부가 있습니다.
체코와 경기 전 터널 모습을 봤습니다. 목숨을 건 사투를 앞둔 검투사와 다를 바 없습니다. '깜짝 발탁' 돼 가장 중요한 1차전에 선발로 나서게 된 이기혁의 기백. 두 손을 모아 간절히 기도하던 백승호의 얼굴. 여기엔 어떤 사사로운 감정이 없습니다. 전지전능한 신이 있다면 부디 우리와 함께 하길 바라는 소망이 전부입니다.
우리 선수들은 지난 수년간 제대로 응원받지 못했습니다. '한 순간도 소홀함 없이', 팬들의 마음을 돌려보려고 했지만 승부의 세계는 그렇게 녹록지 않습니다. 상대도 똑같이 그렇게 준비하고, 때론 불공평하게도 운이 너무 크게 작용합니다. 그래서 모두가 그 운까지 내 편으로 만들기 위해 온갖 치성을 올립니다.
저는 경기 당일이면, 가장 깨끗이 다려진 셔츠를 입습니다. 쓰레기 하나 그냥 버리지 않습니다. 그날만큼은 가능한 주위에 친절하려고 애씁니다. 혹시나 내가 하는 행동 하나가 선수들의 인생을 건 노력에 해가 될까 봐 그렇습니다.
그럼에도 늘 경기는 생각한 대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신체의 격차는 분명히 알고 있었고, 충분히 대비했지만 극복하기 어려웠습니다. 크레이치의 골이 들어갔을 때, 우리 벤치엔 '이렇게 공든 탑이 무너지나' 두려움이 스쳤습니다. 홍보 담당자 머릿속엔 온갖 비판적인 기사 제목이 떠올랐다고 합니다.
'3주 넘게 고지대에 적응했다더니.. 하루 전에 온 체코에 당했다'거나 '장신 군단'에 대한 미흡했던 대처를 질책하는 수많은 목소리가 귓전을 때렸습니다.
그래서 황인범이 동점골을 넣던 순간엔 기쁨보단 안도감이 먼저였습니다. '욕은 덜 먹을 수 있겠다.' 그리고 경기가 뒤집어지던 그때, 지난 수년간의 고생이 주마등처럼 스쳤습니다.
이제 한 경기를 치렀을 뿐입니다. 하지만 이 한 경기, 한 번의 승리는 우리 선수단이 모든 걸 걸었던 결과입니다. '익절'이 가능하다면 그러고 싶지만 다시 이 모든 걸 걸고, 멕시코전을 준비합니다.
결과는 미리 알 수 없습니다. 그에 따라 여론은 또 손바닥 뒤집듯 바뀔 겁니다. 잔인하지만 그게 축구고, 월드컵입니다.
잠을 2시간 이상 이어서 잔 적이 없어 정신이 맑진 않습니다. 일은 더 많아질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겨서 많아질 땐 할 만합니다. 어쨌든 저는 다시 셔츠부터 깨끗이 세탁하고, 눈에 쓰레기가 보이면 주울 겁니다. 그렇게 해서 우리가 꽃을 피울 수만 있다면.
과달라하라에서 이정찬 기자 드림.
(사진=연합뉴스)

2 hours ago
2


![[월드컵] 네이마르, 1차전 결국 못 뛴다…"다음 주 정상 훈련 기대"](https://img9.yna.co.kr/photo/reuters/2026/06/02/PRU20260602282001009_P4.jpg)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