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 부진에 울었던 KIA 최원준, 모자에 새긴 세 글자 '즐겁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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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 실수로 징계성 2군행…모자에 글씨 새기며 멘털 회복

두산전서 몸 날리는 호수비, 9회 쐐기 홈런까지 "나 자신을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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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준 투런포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5 신한 SOL 뱅크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9회초 무사 1루 KIA 최원준이 2점 홈런을 치고 베이스를 돌며 세리머니하고 있다. 2025.6.4 nowwego@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KIA 타이거즈의 주전 외야수 최원준(28)은 지난 달 21일 경기도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kt wiz와 방문 경기에서 어처구니없는 수비 실책을 범했다.

1회말 상대 팀 장성우의 평범한 뜬공을 놓치면서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이범호 KIA 감독은 실책한 최원준을 김호령과 교체하며 질책했고, 경기 후 2군행을 통보했다.

최원준이 짐을 싼 건 올 시즌 두 번째였다. 그는 지난 달 초에 지독한 타격 난조로 엔트리 말소된 데 이어 수비까지 흔들리며 다시 한번 밀려났다.

올 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 최원준으로선 답답한 상황이었다.

이미지 확대 최원준 투런포, 분위기 좋은 KIA

최원준 투런포, 분위기 좋은 KIA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5 신한 SOL 뱅크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9회초 무사 1루 KIA 최원준이 2점 홈런을 치고 1루주자 박찬호와 장난을 치며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2025.6.4 nowwego@yna.co.kr

최원준은 슬럼프를 탈출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 기울였다.

타격폼을 수정해보기도 하고, 훈련량을 늘리기도 했다.

마음도 다잡았다.

그는 모자챙에 '초심', 등번호인 '16', '행복', '웃자', '즐겁게'라는 단어를 적었다. 그리고 자신의 이름 이니셜과 아내 남예원씨의 이니셜을 합쳐 'YWJ'라는 단어도 썼다.

아내를 생각하며 즐겁고 행복하게 플레이하겠다는 의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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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에 적은 단어 보여주는 KIA 최원준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KIA 타이거즈 최원준이 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홈 경기를 마친 뒤 모자에 적은 단어들을 보여주고 있다. 2025.6.4. cycle@yna.co.kr

최원준은 "부진을 이겨내기 위해 기술적인 부분을 많이 고쳐보려고 했으나 안 되더라"라며 "정신적으로 스스로를 억누르는 것이 부진의 원인이 된 것 같아서 뭐라도 해보자는 생각으로 단어들을 적었다"고 말했다.

2군에서 돌아온 최원준은 꿈틀댔다.

복귀 후 첫 경기인 1일 kt전에서 5타수 무안타로 부진했으나 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방문 경기에서 4타수 3안타 2타점 3득점으로 활약했다.

6-1로 앞선 5회말 2사 2루에서 두산 외국인 타자 제이크 케이브의 뜬 공을 놓치는 아쉬운 수비 실책을 또 범했으나 흔들리지 않았다.

실수를 마음에 두지 않고 즐겁게 경기에 임하자고 자신을 다독였다.

이미지 확대 '테이블세터 잘했어!'

'테이블세터 잘했어!'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5 신한 SOL 뱅크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9회초 무사 1루 KIA 최원준이 2점 홈런을 치고 1루주자 박찬호와 더그아웃으로 향하는 가운데 이범호 감독 등 코치진이 이들을 반기고 있다. 2025.6.4 nowwego@yna.co.kr

이범호 감독도 이번엔 그를 감쌌다.

이 감독은 4일 두산전을 앞두고 "수비에서 실수하면 공격에서 만회하면 된다"며 "최원준은 수비 실수에 크게 개의치 않고 자기 스윙을 펼쳤다. 그럼 됐다"고 말했다.

자신감을 얻은 최원준은 4일 두산전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6-3으로 앞선 9회초 무사 1루에서 두산 불펜 홍민규를 상대로 쐐기 우월 투런 홈런을 터뜨리는 등 5타수 1안타 2타점 1득점으로 팀의 8-3 승리를 이끌었다.

수비에서도 빛났다. 그는 6-3으로 앞선 8회말 2사 1루 위기에서 대타 김인태의 깊숙한 타구를 몸을 날려 잡아냈다.

경기 후 만난 최원준은 "이범호 감독님이 편하게 경기에 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셨다"며 "그동안 1군에서 뛰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는데, 2군에서 많은 것을 느끼면서 나 자신을 돌아봤다. 앞으로도 즐거운 마음으로 팀 승리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cycle@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6월04일 22시50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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